박민아의 행복편지
참으면 안 되는 일과 참고 넘어갈 일을 혼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 하면은,
부당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나를 괴롭히고,
싸울 필요 없는 사람과 굳이 다툰다.
나의 이야기다. 나는 그걸 잘 알면서도 자주 반대로 행동한다. 아니길 바라지만 한 가지 짐작이 되는 이유가 있다. 부당한 일을 해결하는 건 어렵고 껄끄러운데다가 나보다 강한 상대와 부딪혀야 한다. 반대로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은 대체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의 일일지도 모른다. 쓰고 보니 너무 비겁하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노 해야 할 일과 참아 주어야 할 일을 잘 가리는 사람, 필요한 곳에만 격분할 줄 아는 사람, 그 외의 것에는 지나치게 무덤덤해서 이 사람 괜찮은 걸까 걱정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과 있을 때 나는 안전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에게 야박하게 굴며 화를 내면 그 사람은 나에게 화났을지 몰라도 다시 나를 용서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해해 주어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므로.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므로.
참을성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인내심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어쩌면 체력을 기르면 해결될 거라고도. 그러나 이건 총량의 문제가 아니었고, 어떤 대상에게 어느 정도의 인내를 쓰느냐의 문제였다. 누군가는 종일 세상에게 들들 볶이고 와서도, 없는 체력 있는 체력 다 끌어다 쓰고 아무것도 안 남은 상황에서도 인자하게 웃는다.
그런 이해를 오래 받으면
그런 이해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런 이해와 인내가 절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
그런 사람에게 야박하게 굴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다.
시간이 많으면 좋겠고,
체력이 많으면 좋겠고,
돈이 많으면 좋겠고,
뭐든 간에 일단 많으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저 모든 게 결국 결정의 문제가 아닐는지.
어떻게 누구에게 얼마큼 쓰겠다, 그런 문제.
2022년 9월 28일 수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