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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13. 2023

19. 그래서 어쩌라고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오늘 점심 식사는 어제 먹다 남은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을 계획이었어. 

실행 방법은 이랬지. 


반숙과 완숙 사이의 완벽한 계란 프라이를 일단 만드는 거야. 그러는 사이 찌개를 데워. 물론 그 전에 냉동해 둔 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도 해야지. 꼭 다 준비하고 나서야 밥 데우는 걸 깜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밥이 다 데워지면 밥 위에 고추장 1/2 숟가락, 된장찌개 국물 약간과 두부와 호박, 버섯을 올려. 그리고 계란 프라이로 덮는 거지. 다음은? 비벼. 그리고 잘 익은 배추김치와 같이 먹자. 


나 된장찌개 잘 끓이거든.

결혼 초만해도 된장찌개는 끓일 때마다 실패했는데, 요즘엔 그냥 뚝딱이야. ‘자연한알’이라고 알약처럼 생긴 육수가 있는데 일단 그걸 넣고 물을 끓여. 사실 여기서 거의 판가름 나. 된장찌개는 육수와 된장이 다 하더라고. 물은 한 240ml면 돼. 많을 필요 없어. 적은 듯싶은데 막상 끓이면 채소에서 물이 계속 나와서 채워지더라고. 정 적다 싶으면 끓이다 더 넣어도 되니까 일단 적게. 


다음은 역시 된장을 넣어야지.

사람마다 방법이 다른데,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집 된장 크게 한 숟가락에 고추장 반 숟가락을 섞어둬. 살짝 더 자극적으로 먹고싶을 때는 다담 된장이라고 찌개용 된장으로 양념한 거 팔잖아. 그것도 아주 조금 더 넣지. 휘휘 섞어 놓고 물 끓으면 퐁당 넣어서 또 한 번 휘휘. 예전에는 다진 마늘도 넣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까먹고 안 넣어도 별 차이 없길래 그냥 생략. 아마 다담 된장에 간이 다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아. 고춧가루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략. 


채소는 뭐 냉장고 사정과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준비하면 되겠지? 나도 다른 사람이랑 비슷해. 애호박, 팽이버섯, 감자, 양파,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는데 여기서 꼭 빼놓지 않는 건 두부, 감자, 팽이버섯. 나머지는 있으면 넣고 없으면 안 넣어. 물론 고기를 넣을 때도 있어. 돼지고기나 소고기 둘 다 있는 것으로 넣긴 하는데, 난 없어도 좋다 싶고 남편은 있어야 좋아하지. 이럴 때 보면 나는 김치찌개보다는 된장찌개 파 인 것 같아. 김치찌개는 고기나 햄이 안 들어가 있으면 좀 아쉬운데, 된장찌개는 육류 없어도 상관없거든. 오히려 고기가 없는 편을 더 좋아하는 것도 같고. 


아 어디까지 했지? 채소는 당연히 미리 썰어 뒀다가 된장 푼 육수에 한꺼번에 넣어. 물론 요리 전문가는 익는 게 오래 걸리는 것부터 넣던데 난 귀찮아서 그냥해. 어차피 찌개는 오래 끓일수록 맛있고, 뚝배기에 끓이면 가스 불 꺼놔도 잔열에 계속 익어서 먹을 때 되면 다 맛있게 되어있더라. 채소가 너무 무르는 게 싫다면 차례로 넣어도 될 거야. 근데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설명은 못 하겠다. 감자가 제일 오래 걸리려나. 하긴 감자는 푹 익어서 포슬포슬 부서져야 맛있지. 비벼 먹을 거라면 더더욱. 


그렇게 끓인 된장찌개야. 2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매 끼니 먹어도 맛있는 찌개가 된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아 그래서 그거 먹었냐고? 

아니? 짜파게티 끓여 먹었는데? 

어떻게 사람이 계획대로만 하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2022년 9월23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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