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래서 어쩌라고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by 박민아

오늘 점심 식사는 어제 먹다 남은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을 계획이었어.

실행 방법은 이랬지.


반숙과 완숙 사이의 완벽한 계란 프라이를 일단 만드는 거야. 그러는 사이 찌개를 데워. 물론 그 전에 냉동해 둔 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도 해야지. 꼭 다 준비하고 나서야 밥 데우는 걸 깜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밥이 다 데워지면 밥 위에 고추장 1/2 숟가락, 된장찌개 국물 약간과 두부와 호박, 버섯을 올려. 그리고 계란 프라이로 덮는 거지. 다음은? 비벼. 그리고 잘 익은 배추김치와 같이 먹자.


나 된장찌개 잘 끓이거든.

결혼 초만해도 된장찌개는 끓일 때마다 실패했는데, 요즘엔 그냥 뚝딱이야. ‘자연한알’이라고 알약처럼 생긴 육수가 있는데 일단 그걸 넣고 물을 끓여. 사실 여기서 거의 판가름 나. 된장찌개는 육수와 된장이 다 하더라고. 물은 한 240ml면 돼. 많을 필요 없어. 적은 듯싶은데 막상 끓이면 채소에서 물이 계속 나와서 채워지더라고. 정 적다 싶으면 끓이다 더 넣어도 되니까 일단 적게.


다음은 역시 된장을 넣어야지.

사람마다 방법이 다른데,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집 된장 크게 한 숟가락에 고추장 반 숟가락을 섞어둬. 살짝 더 자극적으로 먹고싶을 때는 다담 된장이라고 찌개용 된장으로 양념한 거 팔잖아. 그것도 아주 조금 더 넣지. 휘휘 섞어 놓고 물 끓으면 퐁당 넣어서 또 한 번 휘휘. 예전에는 다진 마늘도 넣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까먹고 안 넣어도 별 차이 없길래 그냥 생략. 아마 다담 된장에 간이 다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아. 고춧가루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략.


채소는 뭐 냉장고 사정과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준비하면 되겠지? 나도 다른 사람이랑 비슷해. 애호박, 팽이버섯, 감자, 양파,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는데 여기서 꼭 빼놓지 않는 건 두부, 감자, 팽이버섯. 나머지는 있으면 넣고 없으면 안 넣어. 물론 고기를 넣을 때도 있어. 돼지고기나 소고기 둘 다 있는 것으로 넣긴 하는데, 난 없어도 좋다 싶고 남편은 있어야 좋아하지. 이럴 때 보면 나는 김치찌개보다는 된장찌개 파 인 것 같아. 김치찌개는 고기나 햄이 안 들어가 있으면 좀 아쉬운데, 된장찌개는 육류 없어도 상관없거든. 오히려 고기가 없는 편을 더 좋아하는 것도 같고.


아 어디까지 했지? 채소는 당연히 미리 썰어 뒀다가 된장 푼 육수에 한꺼번에 넣어. 물론 요리 전문가는 익는 게 오래 걸리는 것부터 넣던데 난 귀찮아서 그냥해. 어차피 찌개는 오래 끓일수록 맛있고, 뚝배기에 끓이면 가스 불 꺼놔도 잔열에 계속 익어서 먹을 때 되면 다 맛있게 되어있더라. 채소가 너무 무르는 게 싫다면 차례로 넣어도 될 거야. 근데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설명은 못 하겠다. 감자가 제일 오래 걸리려나. 하긴 감자는 푹 익어서 포슬포슬 부서져야 맛있지. 비벼 먹을 거라면 더더욱.


그렇게 끓인 된장찌개야. 2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매 끼니 먹어도 맛있는 찌개가 된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아 그래서 그거 먹었냐고?

아니? 짜파게티 끓여 먹었는데?

어떻게 사람이 계획대로만 하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2022년 9월23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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