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아 Mar 13. 2023

18. 여행(2)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모처럼 푹 쉬고 왔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제주에 다녀왔어요. 



아이와 여행은 분명 고단한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쉼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조금 멀지도 모르겠어요. 짐도 평소의 두 배는 되는 데다가 아무 식당, 아무 숙소에는 갈 수 없어서 더 많이 알아보게 되지요. 


비행기 유료 좌석을 처음 예약해봤어요. (물론 이코노미입니다) 최대한 비행기에서 빨리 내리려면 앞자리가 좋다고들 해서요. 숙소도 예쁜 곳보다 실용적인 곳을 골랐고, 식당도 무조건 아기 의자가 있는지부터 검색했습니다. 아이가 코끼리를 좋아해서 제주도에서 굳이 코끼리를 보고 왔어요. 저녁 7시 반이면 숙소로 돌아갔고, 밤 10시면 졸음이 몰려와 눈이 끔뻑끔뻑. 당연히 아침 늦잠 같은 건 없었지요. 


이러니 팔랑팔랑 나비처럼 자유롭게 놀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고, 말 안 통하는 아이의 비위를 맞추느라 종일 고생할 것을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사실은 저도 아이처럼 지내는 3박 4일이 참 즐거웠습니다. 


일과는 단순하게 보내되 놀 때 다시 없을 것처럼 소진했더니 밤에는 푹 쉴 수 있었고, 아침이 되니 개운했어요. 단순하게 집중하는 것. 아이가 매일 아침, 진실로 새로운 하루를 가진 듯 산뜻해 보였던 이유가 이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아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괴롭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 1년 동안은 그런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것 같아요. 나만 아이를 이해해주어야하고, 나만 아이를 위해 참아야 해서 괴로웠던 시간. 그러나 요즘은 아이의 방식에도 이유가 있다는 게 믿어지고, 때로 배우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가끔은 아이가 엄마인 나를 견디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언제나 집중하고 싶은 건 할 수 없게 된 것보다 앞으로 할 것들. 나는 아이와 더 많은 곳에 갈 것이고, 이번 제주는 우리의 그 시작이었어요. 아주 성공적인 시작. 



2022년 9월20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매거진의 이전글 17. 7년 후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