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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29. 2023

39. 미묘함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결론이 뭐냐고 묻고 싶은 어떤 대화에 대해서, 

아니 그런 게 지금 중요한 거냐고 묻고 싶은 일에 대해서, 

그러나 어떠한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멀리까지 가는 대화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일상의 짙은 땀 냄새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은 그런 것이었다. 


붕어빵의 몸통이 아니라 왜 꼬리나 지느러미를 좋아하는지, 내가 보는 드라마가 왜 어떻게 날 열받게 하는지, 잘 때는 트레이닝 복이 아니라 잠옷을 입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오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내가 가진 취향과 기호와 불호의 세계에 대해서 가급적 상세히. 


내가 무서운 건 애매하고 미묘한 일에 쉽게 “굳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버리는 것. 뭘 선택해도 아무 문제 없는 일에 대해 미묘한 차이를 이유로 드는 사람들을 피곤해하는 것. 디테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자꾸만 삶에서 분명하고, 쉽고, 빠른 것만 남겨두려고 할 때 놓치는 건 뭘까 생각해본다. 잃는 건 설명하는 힘과 나만의 언어가 아닐지. 미묘함을 설명하려는 노력에는 애정이 있다. 삶에 대한 일말의 애정. 나는 애정과 그를 소중히 여기는 낭만을 놓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세계가 빈곤 해지지 않기 바라는 마음. 

내가 나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번잡하고 분주한 연말에 중심 잡는 나의 노력이기도 하다. 




2022년 12월 28일 수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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