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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Nov 25. 2021

MBTI

-수다거리-

    요새 사람들이 MBTI에 미쳐있다. 나도 요새 나 자신과 친구들의 행동 및 사고방식 등을 MBTI의 관점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MBTI가 공신력 있는 성격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의 성격, 성향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 하나 정도로만 여기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의 성격이 16가지 밖에 없겠냐, MBTI는 혈액형 성격설 상위 호환 수준의 낭설이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다시 살펴보니 MBTI는 인간에게 성격이 16가지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 스펙트럼을 구분해 놓은 것일 뿐인 것 같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사람들이 자신의 MBTI 내용을 읽거나, 자신과 같은 MBTI의 사람을 만났을 때 호들갑 떨며 공감하고 신나 하는 걸 보니, 확실히 좋은 수다거리가 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MBTI는 사람의 성격 스펙트럼을 구분해 놓은 것에 더 가깝다. 

    나의 MBTI는 ENFJ(이하 엔프제)이다. 엔프제를 분석하자면 우선 E: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가 회복된다. N: 공상, 망상을 좋아하고, 미래지향적이며, 낙관적이다. F: 감성적이고 공감을 잘하며, 사실보다는 관계를 중시한다. J: 계획적이다. 즉 엔프제는 쉽게 말하자면 공감의 화신 느낌이다. 감성적이고 사람을 좋아하고 잘 어울리며, 사람에게 공감 잘하고 그만큼 상처도 잘 받는 그런 느낌의 성격이다. 마음씨 따뜻한 인싸 느낌인 듯하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행복한 ENFJ


    그런데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엔프제라고 말하면 잘 믿지 못한다. 일반적인 엔프제모습이랑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엔프제의 E부터 따져보자면, E 유형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친구들이 많고, 활달한 성격이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조용한 편이고 친구도 많이 사귀기보다 적고 깊게 사귀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E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람 만나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이든 친한 친구들이든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설레고 너무 즐겁다.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기분이 든 적은 따로 없고, 사실은 기회만 되면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난 친구는 적지만 오는 인연 다 환영하는 성격이다


     N은 확실히 내가 맞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공상이나 망상에 빠지기 좋아해서, 학교에 등교하면 아침자습 시간을 아예 망상하는 시간으로 정하고 책상에 앉아서 멍 때리면서 망상에 빠지고는 했다. 망상의 주제는 영화, 게임부터 해서 온갖 것이었다. 현실적인 것이랑은 좀 거리가 멀어서 일이나 공부도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하고, 다 잘될 것이라는 슈퍼 긍정 생각이 항상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맨날 복권 당첨되면 그 돈을 어떻게 사고 싶었던 소비재를 사면서 한편으로는 미래를 대비해 어디에 투자해서 불릴지, 또 일정 부분은 사회에 어떻게 환원하여 이 세상을 좀 더 장미 빛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이런 생각에 자주 빠지는 듯하다. 

망상 시간을 따로 정해놓을 정도로 망상이나 공상을 좋아했다.


    가장 안 맞는 부분은 F인데,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태생적으로 T이다. 논리, 사실관계 따지기 좋아하고, 질문 폭격기이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 지식, 이런 것을 정말 즐겨한다. 그런데 살면서 그런 것보다 인간관계, 인간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T의 시각에서 F로 사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F로 살려고 노력하는 T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T에 F를 한 바가지 끼얹어 F로 코팅된 T 느낌이다. 같은 F 친구들은 내가 자신과 같다는 것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다. 진성 F들이 보기에 나는 공감 못해주고 자꾸 해결책 제시하려고 하고 질문 폭격해대는 사람일 듯하다. 항상 MBTI 검사할 때마다 T와 F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F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나름대로 이렇게 가운데 있는 내가 또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양쪽의 시각을 다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F로 코팅된 T 같은 나


    J에 이르면 또 흥미로워진다. 나는 P처럼 살지만 성격은 J인 사람이다. 원래 계획 세우기 좋아하고, 정리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계획 세우기 좋아하는 만큼 계획이 틀어지면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정리에 있어서는 내 기준에 정리되어 있다면 그 이상 강박적으로 정리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계획을 일부러 세우지 않고 사는 중이다. 정리정돈 등도 누가 보기에도 그렇게 지저분하지도 그렇게 깨끗하지도 않게 유지하는 편이다. J랑 P에 있어서도 가운데에 걸쳐있는 것 같다.

J이지만 스트레스가 싫어 P처럼 사는 중이다


    이렇게 보면 내 성격은 좀 어중간하게 중간에 있는 듯하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부분은 없다. 따라서 MBTI를 볼 때 유독 더 공감을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은 내 성격이 좋기도 하다. 항상 중용을 인생 모토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뭔가 삶이나, 성격이나 어느 쪽으로 과하게 치우쳐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고, MBTI에 내 성격이 재단되지 않는 느낌이라 좀 유니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MBTI는 공신력 있는 성격유형 검사라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기에 물론 어디까지나 재미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뭔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서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수다거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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