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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Nov 14. 2021

-끄적이기-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순 없지만.......


GOD의 유명한 명곡 중 하나인 "길"이라는 곡의 일부이다. 이 곡은 자신의 인생이 진정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곡이다. 이 곡에서 드러나듯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통해 자신만의 인생길을 만들어나가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이 정말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고민에 빠지고는 한다.


어떠한 길은 정말 자신의 꿈과 연결된 길이라 생각해서 걸었는데, 걷다 보니 아닌 경우도 있고, 중간에 가고 싶은 길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이러한 '걷는 길의 전환'은 우리로 하여금 혼란에 빠뜨리고 때로는 길을 잃게 만든다.


내가 정말 맞는 선택을 한 것일까, 기존의 길을 그대로 걸었으면 지금 어디라도 가있을 텐데, 이러다가 정말 아무런 곳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아.  


내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였다. 중학교 들어와서 그 꿈은 만화가가 되었다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가수, 뮤지컬 배우를 거쳐 19세에 이르러서 내 꿈은 외교관이었다. 대학교 선택할 때는 '이번 꿈은 진짜야!'라고 생각하며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다(당시에 모든 지원을 정치외교학과로만 넣은 것을 보면 그때는 꿈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진짜인 줄 알았던 열정과 인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외교관이라는 꿈은 금세 빛바래져 갔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생각과는 달리, 외교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고, 공부는 재미가 없고, 외교관이 되기 위한 과정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 보였다.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져 갈 때쯤, 걱정 비슷한 것이 나를 덮쳐왔다. 


'외교관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꿈이 쉽게 변해도 되는 걸까. 내 의지가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면 내 꿈은 참 쉽게 변해왔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만화가 되고 싶다고 주야장천 노트에다가 그림 그리고, 애니메이션부 활동에 참여했다. 내 꿈을 왜 지지 안 해주냐며 부모님과 말다툼하기도 했었다.


-중학교 3학년 와서 내 나이 또래의 아이돌이 데뷔하는 거 보고 노래 좀 부른다고 생각한 나도 아이돌 되고 싶다고 오디션 보러 갈 거라며 난리 치기도 했다.


-고등학교 와서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밴드부 활동을 하고,  뮤지컬 배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러서 내 꿈은 외교관으로 바뀌었었는데, 꿈이 외교관이 된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나는 외국어를 잘하고 좋아하고,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좋아해 -> 외국인과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을 해야지, 그런 직업이 뭐가 있을까? -> 외교관 하면 되겠는데?) 


누군가는 어린 시절 정한 꿈을 평생 동안 꾸며 한 길로 나아가고는 한다. 그러한 경우 보통 그 꿈을 이루거나 어떠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된다. 아니, 그렇게 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꿈이라는 것은 굉장히 쉬운 계기로 정해지고, 그만큼 쉽게 변한다. 그러니 중간에 길을 돌아선다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을까?


나는 중간에 길을 자꾸만 틀다 보니 어떠한 한 분야에서 무엇인가 이루어낸 사람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현재 만화가가 되려고 하지는 않지만, 과거 그림을 열심히 그린 덕에 수준급인 그림 실력을 가지게 되어 지금도 취미로 그림을 즐기고, 가수나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사람들과 함께 즐겨 부르며, 외교관에 대한 꿈은 많이 바래졌지만, 정치외교학과에 가서 공부한 것들은 현재 나의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관점의 많은 부분을 형성해주었다. 


길을 중간에 자주 틀은 만큼 내 인생은 더욱 풍부해졌다. 애초에 인생이라는 길에 목적지를 정해놓고 사는 것은 나와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정처 없이 그때 그때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내 열정이 허락하는 대로 인생을 이끌어나가다 보면 어딘가 도달해 있으리라, 그러면 그곳이 바로 내 목적지가 될 터이다. 


현재 나는 글에 또 열정이 생겨서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중이다. 현재의 꿈과 열정이 또 나의 인생을 어떻게 풍부하게 변화시킬지 설렌다. 


부디 여러분들도 너무 목적지만 보고 걷지 말고 길가에 핀 꽃도 보고, 새소리도 듣고, 바람도 느끼길 바란다. 또한 길을 잃어 고민인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헤맨 만큼 당신 인생의 풍경이 아름다워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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