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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Mar 14. 2019

이주노동자 "메가폰 프로젝트"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잡은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서는 한국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박진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무차장과 이율도 교육선전국장이 그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갔다.


   박진우 사무차장(왼쪽)은 이주노조의 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모든 사무적, 행정적인 업무를 책임지고 있고, 이주노조의 재정적인 부분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율도 교육선전국장(오른쪽)은 이주노조의 이슈 및 의제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저는 국제개발 활동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주노동자 대상 한글교실에서 일을 했었어요.

  

 두 사람이 이주노조에 근무하게 된 계기는 상이했다. 이율도 국장의 경우 원래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로서 네팔에서 네팔인들의 한국 취업비자 취득 공부를 도왔었는데, 그때부터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하면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삶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주노조를 알게 되어 2017년부터는 노조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이주노조와 함께하고 있다.

   박진우 사무차장은 군 제대 후 대학교에 복학하고 어떤 일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당시 동대문에 이주노동자 대상 한글교실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한글교실에 오는 이주노동자 중에는 이주노조원들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1년 정도 있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이주노조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 미셸 위원장인데, 그와 함께 노조에서 일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미셸 위원장의 한국 입국이 거부되면서, 노조에 위원장도 없고 아무도 사무실에 나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때 급하게 졸업을 미루고 노조를 위해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 일손이 굉장히 부족해요.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은 박진우 사무차장과 이율도 국장 두 명뿐이다. 이 외에 이주노동자인 위원장과 부위원장까지 합해봐야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원은 고작 4명이다. 4명으로 규모가 크고 빈번한 활동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일손이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의 양 때문이라기보다는, 업무를 세분화하여 각 부분을 전문적으로 분담해줄 인력이 필요한데, 그러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노조의 일은 보통 조직, 투쟁, 선전, 재정, 홍보, 상담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업무들을 제대로 처리하고 노조 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인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30년간 한국의 뿌리산업을 도맡아서 담당해왔어요. 그들은 앞으로 한국에 점점 더 많이 들어올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야만 해요.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하여 이율도 국장은 한층 진지한 눈빛으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녀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가 활발하게 경제발전을 하던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고학력화 되면서 기피하기 시작한 3D업종에 종사해왔다. 이 산업 분야는 고되고 힘들지만 국가를 지탱하는 산업들이기 때문에, 뿌리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의 뿌리산업을 도맡아서 담당해온 것이다.

   이에 더하여 현재 한국은 출산율 감소, 인구 절벽 등의 문제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인해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국적이 다르다거나 체류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일회용 물건처럼 대해서는 안 되며, 이들을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한다는 것, 그것이 이주노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단체들은 쉼터와 센터 등 아주 다양하고 많다. 그렇다면 이주노조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주체성이다. 이것은 이주노조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공통적인 대답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목소리로 표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주노조이다. 따라서 이주노조야말로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해낼 수 있으며, 일상에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조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 직위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면 절대 역임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은 선출이라는 주체적 방식을 통해서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뽑는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많은 비노조원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조가 다른 이주노동자 센터와 마찬가지로 일회성   '도움'을 받고 나면 관계가 끝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박진우 사무차장은 이주노조가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연락하고 접촉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움'을 통해 생긴 이주노동자들과의 얇고 가느다란 관계의 끈을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단체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해요.


   현재 여러 전문가, 변호사, 종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 정책과 이주노동자들의 삶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훌륭하고 똑똑한 전문가가 이주노동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어도, 이주노동자가 직접 내는 목소리는 그 울림 자체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주노조가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성공의 경험이 이주노조의 안정적인 활동에 중요합니다.

   

   체류기간이 정해져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이주노조 활동을 하리라 기대하

는 것은 어렵다. 또한 노조의 조합원이 된다고 해도 본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만 가능할 뿐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이주노조의 내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주노조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체류가 안정되어 있는 한국 사람과의 연대가 필수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율도 국장의 대답은 "NO"였다. 그녀는 한국 사람들과의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주노조가 외부 의존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선배 이주노동자와 후배 이주노동자 간의 연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에 더 효과적이다. 이 연계에서 중요한 것은 선배 이주노동자가 얼마나 길을 잘 닦아놓느냐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투쟁을 통한 성공의 경험은 이와 같은 길을 닦는 불도저와 같다. 선배들의 이러한 생각과 경험은 후배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이주노조에 들어오게 하는 유인이 됨과 동시에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 지침과 틀로 작용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습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추측컨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를 세금 및 일자리 도둑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실업과 여러 경제문제들은 한국인들의 3D 기피현상, 인구감소, 끊임없는 하청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임금착취 구조에 기인한다. 한국인들은 취직이 안 돼서 고통받는다고 아우성이지만, 3D업종의 공장이나 중소기업들은 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기업, 공장들의 요구에 따라 한국에 들어올 이주노동자의 숫자를 정해서 한국과 고용 협정을 맺은 국가들에게 요구한다. 즉,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한국에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한국의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이다. 박진우 사무차장과 이율도 국장은 이와 같은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고용 시스템이 더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을 하향평준화시키고,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임금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싸게 들어가니까 기업 입장에서 같은 노동력이면 이주노동자를 사용할 테니 한국인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임금이 하향평준화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을 탓하기 전에 '왜 같은 일을 하는데 이주노동자에게는 임금을 덜 주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져보자. 애초에 같은 임금을 주도록 했으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기 나라에서는 이 정도만 줘도 엄청 주는 걸 테니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덜 받는 건 당연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고스란히 그 여파는 당신의 일자리를 없애거나, 당신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 계층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이 착취를 당하고 저임금 상태에 놓이면, 그다음 착취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한국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한국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길인 것이다.

우리보다 이주의 역사가 긴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해요.


   이주노동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들어올 것이고 그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이 추세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황적으로 어렵다. 이주노동자라는 존재는 한국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이민의 역사가 긴 유럽이나 미구 등의 다른 국가들을 보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이주민들에 대한 올바른 대처를 배우고 , 잘못된 대처에서 야기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주노조는 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주노조의 투쟁은 한국에 반드시 필요한 투쟁인 것이다.


   박진우 사무차장과 이율도 국장은 둘 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이주노조에 몸 담게 된 계기가 화려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의 곁에서 지속적으로 머물며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사람들이다. 웬만한 끈기와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변화들이 모여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다문화 시대, 찾아가는 시민학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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