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Chapter 1. 팩트와 픽션 사이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는 1711년 전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은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여왕으로 명예혁명을 받아들인 전 여왕인 메리 2세의 동생입니다. 메리 2세에 이어 남편인 윌리엄 3세가 별세하자 앤 여왕이 왕위에 오릅니다. 영화는 앤 여왕의 재위 기간 말기에 있었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레이첼 와이즈가 맡았던 사라 제닝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로, 요크 공작이 소유한 궁의 하녀였다가 어렸던 앤과 친구가 되어 신분 상승을 한 인물입니다. 앤 여왕과 사라의 친밀한 관계는 공공연했고, 사라는 그 관계를 통해 영화 속 이야기처럼 권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라는 앤의 아버지인 제임스 2세가 명예혁명 동안 망명했을 때 앤의 대리인을 자신의 남편인 말버러 공작과 공작의 당이었던 휘그당의 고돌핀을 정부 수장으로 올리기도 하는 등 그녀의 권세가 실로 대단했다고 합니다.
사라는 상당한 강경파로 영화에서 등장한 시기 이전에도 전쟁과 관련해 앤 여왕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고 해요. 영화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전쟁은 앤 여왕의 재위 기간 내내 이어져 앤 여왕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을 말합니다. 당시에 후임 없이 죽은 스페인의 카를로스 2세를 잇는 가장 유력한 왕위 계승자가 스페인 공주였던 루이 14세 와이프의 손자여서 프랑스와 스페인이 합병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때 스페인은 아메리카에 넓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만일 프랑스와 스페인의 왕가가 합병되어 스페인의 식민지들이 프랑스로 넘어가게 되면 단번에 유럽의 중심은 프랑스가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와버린 거죠. 그래서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걸 막기 위해 전쟁을 벌입니다. 말버러 공작은 이 전쟁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고, 그가 그런 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사라와 앤 여왕의 관계가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전쟁 말미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비게일(엠마 스톤)은 실제로도 사라의 친척이며, 영화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앤 여왕과도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궁의 하녀였던 사라 제닝스와 앤 여왕의 이야기는 그동안 역사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여성들의 관계를 담고 있으며, 그녀들의 이러한 관계는 유럽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뭇사람들이 잘 몰랐던 여성이 이끈 역사가 영화를 통해 다시금 수면으로 오른 것이 매우 새롭고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영화 대사 번역에 있어 감독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던 여성의 심리전을 묘사하기 위해 여성 번역가에게 맡기는 등 고스란히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노력한 점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Chapter 2. 영하..그 후 이야기
# 앤 여왕
영화에서 앤 여왕이 통풍으로 괴로워 할 때 사라가 브랜디를 가지고 오라고 명령한 씬이 있었죠. 실제로 앤 여왕은 브랜디를 좋아해서 '브랜디 랜'이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속에서 앤 여왕이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이는데 실제로도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 및 중풍으로 많이 앓았다고 하네요.
때문에 걸음을 옮기거나 계단을 오르는 걸 힘들어해서 공식석상에도 휠체어아 가마를 대동했고, 영화속에서 토끼들과 관련해 나오는 유산 이야기도 실제 이야기입니다. 앤 여왕은 생전에 19명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14명은 유산하거나 사산했고 2명은 태어난 직후에 사망했으며 나머지 3명도 채 10살을 버티지 못하고 죽습니다.
메리 여왕과 윌리엄 3세의 후계자가 없어 스튜어트 왕조의 명맥이 달린 문제라 앤 여왕이 받는 심리적인 압박이 매우 심했을거라고 생각되네요. 결국 앤 여왕도 후계를 남기지 못해 스튜어트 왕조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앤 여왕은 사라와 절연한지 3년만에 서거하게 됩니다. 합병증을 앓고는 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죽음이라 영화속에서 할리 당수의 당인 토리당의 집권을 두려워한 세력에게 암살 당한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 사라 제닝스
요크 궁의 하녀였던 사라가 앤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앤의 어머니가 요크 공작의 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라는 영화에서처럼 결국 앤 여왕과 저연한 뒤 궁에서 쫓겨나고 말버러 공작 또한 횡령혐의로 정치에서 손을 떼게 되지만 이후 앤 여왕이 서거하자 이어지는 하노버 왕조의 밑에서 다시 정치를 하다가 1744년에 84세의 나이로 서거합니다.
# 아비게일 힐
아비게일은 실제로도 사라의 외가쪽 사촌이며, 사라가 궁에서 쫓겨난 뒤 그녀의 자리였던 영국 황실 출납 장관을 맡습니다. 아비게일은 이후에도 할리 당수를 밀어내고 새로운 당수를 세우는 등 정치활동을 하지만 앤 여왕이 죽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조용히 여생을 보내다 64세의 나이로 죽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