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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일멘토 Jan 30. 2020

평양 출신이 들려주는 <평양랭면>의 근원 <옥류관>

작성 : 한설송

* <직접 듣는 북한 이야기>는 통일멘토 프로젝트팀이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직접 작성하고 프로젝트팀이 함께 편집하고 있습니다.




한설송 : 필자는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이며 한국에서 작가로서의 꿈을 좇으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예비작가다.



평양 출신의 평양랭면 이야기


오늘은 전의 글에 이어 평양 출신 전 프로복서가 평양냉면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려고 한다.



평양냉면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맑은 고기육수에 백김치와
얇게 저민 수육이 오른,
다른 양념이 없는 냉면일 것이다.



보통 물냉면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냉면은 평양냉면,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오해 아닌 오해들은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려 어언 70여 년이 지나며 생겨난 남한식 음식 종류일 뿐이다. 실제 북한에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맛보게 된다면 남한에서 먹은 냉면들이 이름만 같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잘 못 알고 있고, 오해하고  있는 평양냉면에 대해서 알아보자.


옥류관 앞 모습



평양냉면의 집, 옥류관


평양에는 유명한 국숫집이 있다. 옥류관이라고 부르는 그 식당은 한국식 청기와로 지붕이 만들어져 있다. 2층 건물로 본관, 1관, 2관, 별관, 외관 등 5개의 입구가 있으며 매 관마다 나오는 냉면의 종류도 다르다.


보통 평양냉면으로는 놋그릇으로 제작된 냉면 그릇에 면과 꾸미가 나오며 뒤이어 봉사원들이 놋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들고 다가와 바로 육수를 부어준다. 냉면에 바로 육수를 부어 차림을 하다 보면 식객이 젓가락을 들기 전에 면이 풀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가장 보통의 평양냉면의 모습으로, 옥류관에서는 그 냉면을 <평양냉면>이라는 메뉴로 내고 있다. 그다음 나오는 냉면은 일명 <고기 쟁반국수>라는 메뉴의 냉면이다. 옛날 조선의 왕실에서 왕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 이용했다는 놋대야를 닮은 놋 쟁반 그릇에 여러 가지 고기(꿩, 닭, 오리, 돼지 등)를 올리고 고명을 만들어 나온다. 면은 따로 준비한 놋접시에 일반 냉면사리의 두 배 정도 되는 양이 함께 나온다.



오리지널 평양랭면



 옛말에 -선주후면-이라는 말처럼 식객들은 먼저 <평양 술> 한잔을 고기 쟁반국수의 고기 꾸미를 안주삼아 마시고 접시의 면을 그 위에 올린다. 그러면 주위에 항상 대기하는 봉사원들이 주전자를 들고 와 시원한 육수를 부어준다.


대표적인 옥류관이 냉면 메뉴가 위의 두 가지였다. 그러다 2010년대 초반 옥류관의 왼쪽에 <자라 고기전문식당>을 새로 지으며 여러 가지 음식메뉴들이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평양냉면의 대표자인 옥류관에서 전통적으로 고집하는 냉면으로는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메뉴가 대표적이다.




서빙하는 옥류관 직원



옥류관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까?


옥류관은 음식을 판매한다고 하기보다는 공급한다고 보는 것이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냉면은 매일 정해진 양만 만들어 접대하는데, 정해진 수량에 한해 전표(티켓)라는 것이 먼저 발급된다. 그 전표(티켓)를 북한 내에서 독려를 해주어야 할 단체나 기업소 등에 직원수에 맞추어 공급해 준다. 그러면 그 전표를 받은 사람들이 표에 적힌 날짜에 관 호수와 방 호수를 찾아가 냉면을 맛보게 된다.



또는 옥류관이 위치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매표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단체나 기업소들에 공급하고 남은 전표를 개인들에게 판매를 해 준다. 그런 날이 흔치는 않아서, 개인 판매 매표소가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전표를 구매한다.




위의 두 방법이 아니면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 없을까?


아니다. 단체에서 받은 전표를 단체 대표나 우두머리가 횡령해 옥류관 앞에 와 앉아서 개인들에게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 판매 매표소에서 산 전표를 두 배 세 배의 값으로 불려 판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불법이라 단속을 피해 몰래 하는 것이다.


보통 단체에 공급하거나 개인에게 판매를 하는 전표의 가격은 <평양냉면>의 경우 쌀 500g 가격과 비슷한 정도, <고기 쟁반국수>의 경우는 쌀 2kg 가격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불법 판매를 할 때는 값을 올려 3~5배 정도의 이윤을 본다. 그 부분을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 판매 매표소의 개문을 기다렸다가 줄을 여러 번 서며 불법 재판매를 막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을 기준으로 1인 1매만 판매해 준다. 그래서 전표를 여러 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양냉면은 옥류관에만 있는가?


평양냉면을 제일 잘 만드는 집, 정통의 맛과 향수를 고집하는 집이 옥류관이다. 옥류관 외에도 평양냉면을 만드는 식당들이 여러 곳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청류관, 평양면옥,  모란각(옥류관의 분식당 개념으로 모란봉 중턱에 위치한 규모가 작은 50~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등이 존재한다. 평양에 있는 여러 호텔의 식당들에서도 평양냉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 함흥냉면도 한국에서는 유명하기로 소문났는데 필자가 직접 먹어 보지 못했기에 그 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함흥의 신흥관이 제2의 옥류관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을 들어 본 기억은 있지만 그저 입소문이라 함흥냉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에피소드


북한에서 태어났다고 모든 사람들이 평양냉면을 먹어 볼 수는 없다.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으로써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양냉면을 먹어 보기 힘들다.


평생 살면서 평양냉면을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운 좋게 어린 시절(초등학교 시절) 집이 옥류관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부모님과 사이가 가까운  옥류관 직원이 있었던 덕분에 평양냉면을 자주 맛볼 수 있었다. 다니던 초등학교도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점심시간이면 집이 아닌 옥류관으로 향하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 중에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이 한 여름에도 평양냉면을 먹으면 치아가 떨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옥류관의 다양한 메뉴



성인이 되어 한국에서 평양냉면집들을 다니며 맛본 냉면들에서 고향의 냉면 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신기한 것은 옥류관의 평양냉면 육수에는 살얼음이 없다. 한국에서 먹고 있는 평양냉면의 육수에는 살얼음이 듬뿍 올려 짐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치아가 떨려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정통 평양냉면의 어떤 신비스러운 비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또한 옥류관의 편육 요리도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고향의 음식을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친구들과 서울에서도 평양냉면을 즐겨 먹는 별식이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조금 더 가면 평양에 갈 수 있다.




아주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무더운 여름 친구들과 즐겁게 물놀이 후에
평양의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마음껏 음미하는 그런 상상을...

또 이런 글로 하는 소개가 아니라
직접 먹어 보며 그 맛에 대한 평을 하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상상공작소n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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