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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일멘토 Dec 27. 2019

탈북 프로 복서의 북한 복싱 이야기

작성: 한설송 




<직접 듣는 북한 이야기>는 통일멘토 프로젝트팀이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북한 출신 청년들이 직접 작성하고 프로젝트팀이 함께 편집하고 있습니다.


한설송

필자는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장학과에 재학중이며 한국에서 작가로써의 꿈을 쫓으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예비작가다.



북한의 복싱 체급 종류

북한의 복싱은 아마츄어복싱(엘리트 복싱)과 프로복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마츄어 복싱이 많이 알려져 있으며 프로복싱은 국제 경기에 참여가 불가한 상황이라 대중적이지 않다. 국가에 이득이 되는 종목을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의 "체육방침"이기도 하기 때문에 복싱역시 그런 부분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복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접해본 사람들은 이 종목이 체급별로 나뉘어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체급별로 나눈 스포츠 종목을 북한에서는 중경기 종목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경기 종목 중 복싱은 지난기간 성적이 좋지 못해 여러 제약을 받았다. 

제약들 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국가대표팀에 60kg체급 이상을 모집하지 않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의 체질 특성상 국제경기에서 60이상의 체급으로는 승산을 보기 힘들다는 북한당국의 생각이 비추어진 제약이다. 


결국 북한의 복싱국가대표팀에 경량급(60kg급 이하) 선수들만이 존재한다.




북한의 유소녀 복서 발굴

북한의 거의 모든 스포츠선수 양성과정이 그러하듯 복싱도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방법으로 선수들을 선발하여 양성하고 있다. 보통 복싱은 13세 이후에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그 전에도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양성시설에는 입학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선수로써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도 13세부터다. 


각 도, 시, 군마다 청소년체육학교 라는 운동선수 양성시설들이 존재한다. 모든 종목이 존재하는 시설은 극히 드물며 각 지방에서 유치할 수 있고 인재가 배출될 수 있는 종목들만 선별해 운영하고 있다. 


복싱에 제일 관심이 많은 지역으로는 함경도와 평안도, 그리고 평양이다.
이 지역에서는 비교적 많은 양성시설들에서 복싱을 유치하고 있다. 





북한에도 전국체전이 있을까?

북한에서는 해마다 4,5월에 각 도마다 청소년체육대회를 개최한다. 도의 청소년 복싱선수들 중에서 매 체급 당 2~3명의 실력 있는 선수들을 가려내는 대회다. 통칭 도별 청소년체육대회로 일컬어지며 모든 종목의 청소년선수들이(성인이 되기 전 만16세까지) 참여하는 대회이다. 복싱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순위권에 입상해야 다음 경기 출전자격을 받는다. 


체급은 제일 낮은 42kg급부터 44, 46, 48, 51, 54, 57, 60, 64, 64이상급 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체급마다 3위권까지 다음 대회 출전자격을 얻는다. 위에 언급한대로 함경도, 평안도, 평양 등의 지역에서 체급마다 여러 선수들이 출전해 순위를 다툰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각 체급별로 두 세명의 선수들밖에 참여하지 않기에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다음 대회는 7,8월에 진행되는 전국 청소년체육경기대회다.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는 위의 도별 청소년체육경기대회와 같다. 도별 체육경기대회 입상자들이 모여 치루는 경기로 전국의 순위를 가르는 경기대회다.


두 대회 모두 청소년들 중에서 각 종목의 인재들을 발굴하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기대회이기 때문에 1급체육단의 감독들이 관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위 두 대회에서 성적이 우수하고 육체적 준비가 준수한 선수들을 1급체육단에서 뽑아가는 것이다. 솔직히 청소년선수들도 위 두 대회동안에 어떻게든 1급체육단의 감독에게 선택받고 싶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된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거의 모든 주민들의 육체적 상태가 많이 열악해졌다. 그 시기 성장기 를 거친 청소년들의 몸 상태는 더 언급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전국에서 모두 모인 청소년 복싱선수들, 그들 중에는 57kg급 이상부터는 참여인원이 각 체급별로 3~5명이 전부인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 언급했던 국가대표 선발체급의 제한이 납득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의 김정일에 의해 전국에 체육열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정책이 생긴 이후, 정식 명칭인 청소년체육학교(일명 구락부)가 개편, 생성되었다. 그 전에도 비슷한 양성시설들이 존재했지만 전국적으로 포진되어있지는 않았다.




청소년 체육학교 입학 기준은?

청소년체육학교에는 그 지역의 일반, 고급 중학교에 재학 중인 16세미만의 청소년들이 입학할 수 있다. 북한의 거의 모든 체육, 교육 양성기관들이 그러하듯 집안사정이 나름 괜찮아 전공의 기자재를 개개인이 구매, 이용할 수 있는 집의 자녀들이 입학을 한다. 그리고 인기있는 종목,(성인이 되고 군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종목)의 입학경쟁율이 높아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들도 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청소년체육대회에서 1급체육단으로의 스카우트

 그때부터 운동선수(직업선수)로써의 생활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복싱선수들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4.25체육단이라는 곳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4.25체육단은 북한의 국가대표선수들을 양성하고 거느리는
최고의 스포츠왕국이다.
북한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종목팀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인재들을 관리하는 곳이다. 


김정일의 선군정치의 산물이기도 한 그 곳은 각 종목에서 국내경기대회의 순위권을 독점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군이 모든 것의 앞장에 서야 한다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북한의 스포츠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청소년시절에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선발해 그들에게 입대통지서를 보내 자신들 소유의 선수로 만든다.


 또 국내경기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가 타 체육단 소속이면 그들도 4.25체육단으로 입대시킨다. 북한은 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사상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군 입대통지서가 발송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거스를 수 없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북한의 거의 모든 국가대표선수들이 4.25체육단 선수들인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국제경기들에서 입상한 북한 선수들이 인공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것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목격했을 것이다. 복싱선수들도 북한 내에서 순위권에 입상하는 실력자들은 대부분 4.25체육단 소속이다. 

경기에서 이긴 북한 여자 복싱선수


북한 복싱 대회

 북한에는 해마다 진행되는 체육행사들이 있다. 1급 팀들의 경기와 2급 팀들의 경기가 함께 진행이 되는데, 시즌마다 1급 팀들의 경기가 끝나면 2급 팀들의 경기가 이어서 진행이 되는 식으로 한 대회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마다 3월 말부터 4월말까지 진행되는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가 있다. 이어 6월쯤 진행되는 <보천보횃불상 체육경기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9월에는 <공화국선수권대회>가 있다. 앞에 언급한 만경대상과 보천보횃불상 경기들은 청소년경기대회 방식으로 각 지역별로 진행이 된다. 그 대회들에서 순위권에 입상한 선수들이 9월에 열리는 <공화국선수권대회>에서 전국적 순위를 가르게 된다. 그리고 번외로 4년에 한번 10월 10일을 계기로 열리는 <인민체육대회>가 있다. 이 대회에는 전국의 모든 선수들이 참여하여 대항하며 우승한 선수들에게 훌륭한 이력으로 남을 수 있는 북한에서는 나름 규모가 큰 대회이다. 



1급 팀과 2급 팀을 가르는 기준

각 체육단 마다 1급 팀과 2급 팀을 함께 꾸리고 있다. 예전에는 2급 팀경기에서 순위권에 몇회이상 입상한 선수들 기준으로 운동경력이 5년이상이면 1급 팀의 경기를 뛸 수 있는 자격을 주곤 했다. 1급 팀과 2급 팀의 실력차이가 명확하게 갈리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7년 김정일의 체육부문 훈시로 그 기준이 바뀌었다. 실력이 아닌 나이로 1급 팀과 2급 팀을 나눈 것이다. 만 19세 이전까지는 2급 팀에서 선수생활을 해야 하고 19세 이상부터는 실력과 상관없이 1급 팀으로 자동 승격된다. 그때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이 탈락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해마다 9월 <보천보횃불상> 경기대회를 기점으로 많은 선수들이 체육단을 떠나는 모습을 보곤 했다. 


프로복싱의 또 다른 세계 (군단경기대회)

 북한군은 병종과 군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육해공, 그 중에 육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군단, 2군단...11군단, 그리고 정찰총국, 해군사령부, 공군사령부, 등 많은 군단들이 존재하고 그 군단마다 각자 체육중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 체육중대 선수들의 임무는 군 대항전인 (군단경기대회)에서 입상하여 자신이 속한 군단의 명예를 빛내고(?) 있다. 매 군단마다 모든 체육종목을 유치하지 않고 군단 특성에 맞는 종목들만 보유하고 있다. 그중 복싱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군단은 총 8개, 전연(휴전선인근)군단인 1,2,4,5 군단과 공군, 해군, 정찰총국, 그리고 일명 (폭풍군단)으로 불리우는 11군단이 있다. 



1군단은 <월비산>체육단, 2군단은 <대덕산>체육단, 4군단은 <구월산>체육단, 5군단은 <오성산>체육단, 정찰총국은 <묘향산>체육단, 공군은 <제비>체육단, 해군은 <갈매기>체육단, 11군단은 <승리산>체육단 이라는 각각의 명칭을 달고 있다. 매 군 체육단은 중대규모로 존재하고 선수들 중 경기대회에서 입상하고 실력이 인정된 자들은 장교의 계급장을 준다. 


군대라고 하지만 군대의 규율생활보다는
운동선수생활을 보장받으며 총기를 소유하지 않고 훈련과 경기에만 임한다. 


군 복싱선수들은 사회에서 진행되는 경기대회들과 별개로 북한 군 내에서 진행하는 경기에 참여하며 아마츄어 복싱이 아닌 프로 복싱을 하게 된다. 체급은 소숫점을 생략하고(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66kg, 69.85kg, 72.57kg, 76,20kg, 79kg 81kg, 81kg+ 으로 나뉜다. 체급마다 각 군단에서 2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으므로 매 체급당 16명의 선수들이 순위를 가른다. 




북한의 복싱은 (살인복싱)이다?

군단경기대회도중 KO패를 당하고 깨어나지 못해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여 위의 문구가 맞을 수 도 있다. 2010년 이전까지 북한의 군 대항전에서 해마다 2명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하곤 하였다. 물론 민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복싱선수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군단 팀의 선수로 들어가는 날에는 죽지 않으면 장애를 얻게 되는 것을
감내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필자도 북한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군단대항전을 출전하던 선수출신이다. 


동메달이 전부인 군 체육인 시절이 필자에게 아쉽게 남기도 했지만, 경기도중 KO패를 당하고 들것에 실린 채 링 위를 내려오던 동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목격한 사망사고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명을 마감한 장면이다. 76.20kg급의 1등을 가려내는 경기, <묘향산>체육단(정찰총국)의 선수(선수권보유자)와 <오성산>체육단(5군단)의 선수(도전자) 두 사람이 8라운드에서 끝을 보았다. 그 전 7라운드에서 <오성산>체육단의 선수가 <묘향산>선수를 코너에 몰아세우며 강한 타격들을 안겼다. 경기시간이 10초만 더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끝이 났을 경기였는데 아쉽게도 타종이 울렸다. 이어진 8라운드에서 <오성산>체육단 선수는 힘이 다해 가드(기본적인 방어자세)도 하지 못하고 겨우 링의 중앙에 서 있다가 <묘향산>체육단의 선수에게 타격을 받았다. KO로 경기가 중지되고 링 위에는 의식을 잃은 <오성산>체육단 선수와 대기하고 있던 군의관, 간호사들이 엉켜있었고, 심판의 다급한 목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부상 당한 북한 복싱선수


 경기가 종료되었으니 링을 내려서라는 감독의 말에 자신의 코너로 걸음을 옮기던 <묘향산>체육단 선수가 세 걸음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경기가 끝났다고 긴장을 푸는 순간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육체를 무너뜨린 것이다.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지켜보던 모두가 놀랬고,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두 선수의 모습은 참으로 처참했다. 




경기중 사고사 당한 선수는?

필자가 본 사고의 당사자들은 모두 군 체육인들이었다. 그들의 집으로 <전사통지서>가 발송이 되고 소속부대의 실정에 맞게 위로물품들이 전달된다고 알고 있다. 현재는 복싱경기 중 사고발생율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의 체육시설과 규칙들은 낙후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자식이 잘못된 스포츠 규칙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맞아죽어도 부모들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복싱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상상공작소 통일멘토>

통일멘토 프로젝트는 청년 모임인 상상 공작소와  사회정의시민행동, IRI(국제공화주의연구소)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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