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는 리라의 명수로 불린 음유시인이었다. 그의 리라 연주는 맹수들을 얌전하게 만들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이아손이 왕권을 되찾기 위해 결성한 아르고호 원정대에 참여해서는 폭풍을 잠재우고 괴조를 제압했다고도 구전되었다.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는 뱀에 물려서 죽고 말았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저승까지 찾아가 리라 연주로 신들을 감동시켰고,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조건이 붙었다. 에우리디케는 반드시 오르페우스의 뒤에서 따라가야 하며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뒤돌아봐선 안 되었다. 결과적으로 오르페우스는 지상의 빛이 보일 때쯤 돌아보았고, 에우리디케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오르페우스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 손으로 다시금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평론가는 이를 두고 ‘이별의 순간에 연인은 나를 떠남으로써 내게서 한 번 죽는다’*고 썼는데 내게는 ‘이별의 순간에 나는 연인을 떠남으로써 연인을 한 번 죽였다’로 읽혔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살게 한다고 말했었지. 무너지고 싶다가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이를 악물게 되었다고. 내가 당신 곁을 떠났을 때 그것은 당신을 한 번 죽인 셈이었을까. 몇몇 철을 돌아온 내가 당신을 생각한다고 말하면 당신을 두 번 죽이게 되는 결말로 치닫게 될까.
당신을 떠올린 뒤로 자꾸만 맞춤법을 틀린다. 혹여나 우리가 만나게 되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건네야 할 텐데. 이 물음을 했던가, 저 대답을 했던가, 그때 그 논길에서 우리가 주고받은 말이었던가 싶은 문장들이 두서없이 눈앞을 떠다닌다. 오늘은 꽤나 습했는데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동네를 조금 걸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때는 어땠더라. 별이 보였던가. 또다시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 음,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동시에 생각하는 관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죄책감에 묻힐 것이고,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일종의 복선 역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나는 당신을 앞에 둔 채 말을 더듬고, 맞춤법을 틀리고, 왜인지 낯익은 문장들을 어색하게 나열할 것이기 때문에. 정작 묻고 싶은 말은 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그렇게...
오비디우스는 오르페우스의 내면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랑으로 묘사하였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뒤돌아본 것이라고. 그의 말을 염두에 두면서도 불현듯 떠오른 어떤 문장을 발음했다.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사랑조차도 넘쳐 버리면 차라리 모자라는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나는 불완전하게 자라는 바람에 자꾸만 오해를 만든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모순>, 양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