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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zu Nov 12. 2018

[SPACE] 21세기의 공중 정원

뉴욕 하이라인 파크


   21C 이후 고가도로는 모더니즘과 무분별한 도시화의 흉측한 사생아처럼 여겨졌다. 2002년에는 청계고가가 그러했고, 2014년에는 서울역고가가 그랬다. 청계고가는 몇 개의 흔적만 남기고 거세되었으나 서울역고가는 현재 서울로라는 공원으로 탈바꿈하였다. 그리고 그 모티프가 바로 하이라인이다.

    

서울로고가와 청계고가의 옛모습

 

  뉴욕이라는 도시의 첫인상은 차갑다.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에서 인간은 소외된다. 인도는 좁고 그늘져있다. 하지만 뉴욕에는 첫인상과 다른 따뜻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센트럴 파크를 비롯한 수많은 녹색 공원들이 시민들의 일상을 치유해준다. 그 중에서도 뉴욕에는 자신만의 색을 지닌 특별한 공원이 있다. 버려진 고가 화물 노선을 공원으로 탈부꿈시킨 하이라인 파크가 그것이다.


하이라인 파크의 옛모습
하이라인 파크의 단면도와 배치도


  하이라인은 고가 도로이기 때문에 항상 주변 건물들로부터 외관상의 이유로 철거의 압박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표표함은 공원이 되었을 때 최대의 장점이 되었다. 중력을 거스를 수 없었던 인간은 부유한다는 것을 동경해왔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전설로 남은 것도 그 맥락에서 같다. 하이라인은 부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초고층 건물을 밑에서 올려다보던 압박감은 그들과 평행하게 있다고 느낌으로써 개방감으로 바뀐다. 하이라인의 컨셉은 “단순하게, 야생 그대로, 조용히, 천천히”이다.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목적이 배재되고 사람만이 하이라인이 추구하는 목적이 되었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았기에 건물들 사이를 산책하는 사람들은 철로일 때의 하이라인과 함께 그것이 버려진 뒤 생긴 자연의 흔적과 새로 생긴 휴식의 공간까지 합쳐져서 그 시간의 켜를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놔둔 것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 사람들은 하이라인에 앉거나, 쉴 수 있도록 초대된 것이다.



시민들은 하이라인 파크로 초대된다


   하이라인은 얀 겔이 주장한 인간 중심 도시로의 회귀를 보여준다. 하이라인은 그간의 역사와 함께 사람들의 삶에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어준다. 과거의 하이라인과 현재의 하이라인의 대비되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의 뉴욕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해준다. 그곳에는 계속 해서 기억과 감정이 쌓여가고 있다. 하이라인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Invitations to better every day. 척박한 도시의 상징이던 하이라인은 찾아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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