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리 Jan 13. 2021

순수함이 이끄는 대로

영화 <아메리칸 허니 : 방황하는 별의 노래>의 빛나는 스타

'뭘 해도 밉지가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어느 무리에나 존재하는 암묵적인 규칙을 아무렇게나 어겨도 그러려니 하게 만드는 사람. 별생각 없이 행동하는 데 이상하게 그게 미워보이지가 않는 사람. 이번 인생에서 저는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방관자인데요. 방관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처음에 그런 사람을 만나면 부럽고 질투가 화르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나는 안되는데 혹은 못하는데 왜 저 사람은 될까?' 하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섣불리 따라 했다가 인생 흑역사를 남긴 적도 있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그 사람을 알면 알수록 질투의 감정이 묘하게 애정으로 바뀌게 되더라구요. 부럽다, 닮고 싶다에서 사랑스럽다로 마음이 바뀌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솔직'이었습니다. 목적 없는 솔직한 행동, 가식 없는 솔직한 반응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래도 미워할 수가 없죠. 이 가식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한 줄기 별빛 같은 존재니까요!


영화 <아메리칸 허니 : 방황하는 별의 노래> 속 주인공은 이름도 별처럼 빛나는 '스타'입니다. 스타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여요. 어떤 상황에서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디즈니 세상 속에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인다면, 사실 크게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닐 거예요. 그런데 스타의 현실은 속된 말로 시궁창 같아요. 부모이게 버려져 동생의 부모 역할까지 해야 하자 동생을 두고 제 살 길을 찾아 떠납니다. 미래를 위한 인생 계획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스타는 마트에서 힐끗 본 게 전부인 한 남자 제이크(샤이아 라보프)를 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정말 위험하고 대책 없는 선택이죠. 그렇게 하게 된 일은 거짓말로 먹고사는 떠돌이 매거진 판매직인데, 여기서 스타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업 무기는 솔직함입니다. 제이크는 동네 분위기에 맞게, 집주인의 성향에 맞게 자신을 위장합니다. 공부만 한 성실한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모태신앙 개신교 신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전략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높은 판매 부수를 올리는 본인의 노하우에 자부심도 있어서 스타에게 열심히 가르쳐줍니다...만! 스타는 이런 방법이 싫어요. 거짓말은 하지 않을뿐더러 대놓고 매거진을 팔아달라고 말하거나, 매거진을 사주기만 한다면 어떤 일이든 망설이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래서 고객과 싸우기도 하고, 거물을 잡기도 하고, 밥줄을 놓칠 뻔하고, 사랑을 잃을 뻔하기도 합니다.


제이크의 심정은 처음엔 질투였을 것 같아요. 자신을 숨기고, 질서에 순응하는 대로 살아온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스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캐릭터니까요. 처음에는 사수로서 자신이 시키는 대로 일하지 않는 점이 화가 나고 답답했을 것이고, 나중에는 연인으로서 불 보듯 뻔한 위험한 일에 너무 쉽게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에 배신감도 느꼈을 거예요. 보스와 자신의 돈으로 얽힌 관계를 스타에게 들켰을 때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에게는 구역질이 났을 거고, 스타에게는 그만큼 미안함이 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스타를 바라보는 마음이, 제이크가 스타를 바라보는 마음 아닐까요.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아등바등 눈치 봐가며 살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너만 생각해? 네 멋대로 행동해? 그런데 그런 너를 미워할 수가 없어. 오히려 사랑할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너는 누구든 속이지 않거든. 너를 100% 보여주고 있거든.


이렇게 이율배반적 감정이 들게끔 만드는 마성의 스타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순수함 그 자체입니다. 질서, 규칙, 약속 등은 삭제된 영혼을 비추는 거울 같아요. 물론 순수함이 '착함'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자기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어요. 설령 상대가 바라는 것이 거짓일지라도요. 그렇게 스타는 열심히 순수합니다. 단단한 사람이라 상처 받을지언정 좌절하진 않아요. 그렇기에 꽤 낙관적이고 낭만적이니 주인공을 '허니'외에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렇게 세상을 순수함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사랑합니다!

더러운 세상을 더럽게 보지 않는 눈으로, 열심히 하루하루 꿈꾸며 살아가거든요. "넌 꿈이 뭐야?"라고 물어볼 수 있다는 건 마음속에 희망이 싹틀 여유가 있다는 뜻이죠. 희망할 줄 아는 사람은 항상 곁에 두고 싶은 사람입니다. 순수해서 지켜주고 싶다가도, 타협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 닮고 싶어 집니다. 자신의 삶을 동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을 요구하는 그 자체는 사랑스럽습니다. 아메리칸 허니라는 제목은 주인공을, 방황하는 별의 노래라는 부제는 주인공 인생의 현재, 청춘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순수함, 솔직함, 희망으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스타는 100% 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나면 청춘, 자유, 사랑, 희망, 꿈 그리고 인생은 뭘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거창하지만 인생을 3시간으로 압축한 것 같아요. 로드무비의 매력을 완벽하게 살린 영화라, 인물들이 영화의 속도대로 어디에선가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극 중 삽입곡인 아메리칸 허니는 꼭 들어보시길! she grew up good. she grew up slow. Like American Honey


작가의 이전글 나 드디어 최애캐가 생겼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