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러브 라인
간혹 지적 장애인과 일반인이 결혼했다는 기사를 보기도 하는데 보통은 상태가 심하지 않은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일 경우가 많다. 경계성 지능 장애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가실는지. 지적 장애인과 결혼한 일반인들이 사랑을 위장하여 사기를 치거나 감금을 하거나 보험금을 받아내려 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나쁜 경우를 뉴스로 접해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다.
워낙 많은 장애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나조차도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적 장애인과 결혼하여 평범하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가 말하는 경우는 우리 언니와 같은 지적 장애를 뜻한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리얼"사랑보다는 범죄에 이용되는 일이 많아서 솔직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장애인들은 특히 성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의 경우 타인을 쉽게 믿고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조금만 구슬려도 더 쉽게 사기를 당하고 성폭행을 당할 수가 있다. 빈말로 좋아한다고 하면 정말 마음을 주고 그 사람에게 애정을 보내지만 그 사람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작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지적 수준이 낮기 때문에 범인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하고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넘어가기도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나도 지적 장애를 가진 언니가 있기 때문에 늘 이런 범죄를 당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건 모든 장애인 가족들이 걱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예전에 우리 언니에게 접근한 남자가 있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그 남자는 언니를 통해 돈을 뜯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하고 좋아한다고 말하며 사랑하면 돈을 달라. 주지 않으면 싫어하는 거로 알겠다고 말하는 등 언니의 감정을 이용했고, 다행스럽게도 범죄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만났다면 당했을 확률도 굉장히 크다. 중간에 우리가 알게 되어 막았지만 아마 성인 지적 장애인의 경우 이런 일을 더 쉽게 자주 당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밖에 혼자 내보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말이야 쉽지.. 그건 학대고 감금이다.
본인이 한 달간 집에만 있어보시길. 장애인이더라도 답답함을 알고 움직이고 싶고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욕구는 동일하다.
장애인 가족들은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해보도록 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혼자 돌아다닐 수도 있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그 사이에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어린아이들만 하더라도 심부름을 가다가 변태를 만날 수도 있듯이 장애가 티가 나는 경우 타깃으로 정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적 수준이 있는 경우, 컴퓨터나 핸드폰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채팅 어플 등으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도 참 가슴 아픈 일인데, 사람이 고파서 애정이 고파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궁금해서 이렇게 채팅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도 가족을 사랑하지만 친구와의 관계도 중요하지 않는가? 장애인들은 이런 결핍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늘 좋은 사람을 만날 수는 없듯이 채팅에서도 범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가족들끼리 안전을 위해 연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없앨 수는 없고, 투지 폰 같은 걸 따로 구매해서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하고 통화, 문자만 할 수 있게 방어하는 게 전부다.
만약 우리 언니와 좋아하는 사이라고 오는 일반인 남자라면 뒷조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몰래 학대하지는 않을지 돈을 뜯어내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악의를 품고 다가온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슬픔인 것 같다. 드라마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정신과 의사의 말이 정말 와닿았다.
우리는 사기를 당하거나 나쁜 일을 당하면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시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배우기도 하고 예방책을 세워둘 수 있다. 중간에 나쁜 일임을 깨닫고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적 장애인들은 이러한 능력이 없다. 나쁜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기 힘들고 당해도 또다시 범죄에 쉽게 당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어 스스로 결정권을 갖기가 힘들다. 극단적이지만 일반인들도 혼인빙자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사기 치는 과정에서 사기꾼이 말하는 번지르르한 애정을 진짜로 믿었기 때문에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들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적 장애인들은 더 많겠지.
드라마 속 우영우와 이준호는 정말 순수한 마음의 사랑이겠지만, 현실에서 순수함을 찾기란 어렵다. 드라마 속 다른 지정 장애인 여성의 카드로 데이트 비용을 수백만 원이나 쓴 남자 피의자 이야기도 솔직히
현실적이다. 찐 사랑이라고 외치지만 너는 왜 니 카드로 돈도 못쓰니?! 심지어 그전에도 다른 지적 장애인과의 관계에서 돈 문제가 있었고. 이건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장애인 가족들이 많이 겪는 문제다. 일반인들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 뭐 어디서 봤는데 그 사람들은 이렇더라 저렇더라 하고 얘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가족이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일단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다.
사랑을 일단 의심부터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일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냥 결론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정말 그런 찐사랑이라면 마음을 다해 응원해드리고 싶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