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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 위 취준생 Nov 15. 2019

23개월, 나의 소방 일기(1)

침대 위 취준생의 23개월간 의무소방 일기


 '아... 이거 진짜 큰일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나의 속마음이 아니다. 구급차 안, 긴박한 상황 가운데 탑승한 환자가 가장 먼저 뱉은 말이다. 그의 왼손은 붉은색으로 흠뻑 젖은 수건으로 둘둘 감아져 있었다. 나라면 아파서 눈물부터 흘릴 법도 하건만, 환자는 담담하게 걱정하는 아내를 달래고 혼자 구급차에 올라탔다. 진주 어느 유리 창문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떨어져 나간 그의 분신은 아내가 서둘러 챙겨 우리에게 전해졌고 보관 키트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운반되었다. 그의 첫마디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가장으로서 그가 짊어진 책임, 이 사고 탓에 직장을 잃을까 하는 걱정, 울고 있던 아내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교차하였을 것이고 이런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기에 그와 나의 아버지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 도착 후 서둘러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였고 간단한 신원정보 작성 후 반장님과 구급차로 돌아왔다. 불행 중 다행히도 절단면이 깨끗하여(유리가 손가락 위로 떨어지면서 잘렸다고 한다.) 다시 접합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돌아가는 구급차 안 나는 과산화수소수로 바닥에 굳은 피를 닦으며(과산화수소수로 피를 닦으면 물이나 알코올보다 잘 닦인다.) 생각에 잠겼다. 첫 구급 출동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소방 학교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으로만 했던 일이었는데, 나는 바닥에 아직 남은 핏자국을 계속 닦으며 생각했다.




 '의무 소방', 그것은 무엇인가?

 남자라면 꼭 가야 하는 군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의무 경찰, 공익 등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전환 대체복무 중 하나의 형태로 존재한다. 의무 경찰과 마찬가지로 소방서에 소속되어 부족한 소방 인력을 대체하여 소방대원들의 업무를 돕는다. 나 또한 아버지의 친구분이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의무 소방이다. 매번 군대를 신청하고 떨어져 계획에 없던 학교생활을 1년 더 하고 난 뒤 나는 의무 소방에 지원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군대와 달리 의무 소방은 시험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국어, 국사, 일반 상식(소방 상식)으로 총 3과목을 치르게 된다.필기 시험 이후에는 체력 검사와 마지막 면접까지 있으며, 합격시 논산에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추가로 4주간 중앙소방학교에서 소방훈련을 받게 된다. 의무 소방에 관한 설명은 앞으로 내 이야기를 풀어가며 조금씩 설명을 하려 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것은 직접 겪어보기 힘든 소방서 안에서의 일들이기에 사건에 대한 경험 위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안타깝게도 다음 글에서.

2015.xx.xx 반장님께서 찍어주신 구급차 안에서 폼 잡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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