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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 Nov 25. 2023

I'm a hugger.

I'm not a handshaker, I'm a hugger.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연 단위로 진행되는 멘토링은 관심 분야별 지원하는 멘티들 중에서 인터뷰를 통해 특정 인원을 선발하고 공식적으로는 매달 1회의 멘토링을 1년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출장이 잦던 시기에 '매달'이라는 단어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었고, 이를 이유로 존경하는 지인의 애정 담긴 권유를 수차례 고사해야 했다.

권유를 받은 지 3~4년쯤 지났을까... 미안한 마음은 커질 대로 커졌고, 한국에 없으면 본인이 '통합 멘토링'을 진행할 수도 있으니 부담 없이 시작하면 좋겠다는 빠져나갈 곳 없는 제안에 등 떠밀리듯 시작한 멘토링이었다.

그렇게 첫 해가 다 가기도 전에 나는 깨달았다. 귀한 시간과 귀한 경험을 선물 받았음을...

서로 다른 대학, 다른 학년, 다른 전공의 20대 친구들을 만나고 경험을 나누는 모든 시간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20대의 삶을, 고민을, 경험을 함께 나누는 값진 시간을 선물한다.   


오늘 올해의 마지막 멘토링에서 나는 그렇게 또 한 번 값진 선물을 받았다.

'뭉클함'과 '뿌듯함'.   


올 2월, 해외 출장 일정 중 줌(Zoom)으로 진행한 멘티 인터뷰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한 친구가 있었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덤덤한 표정과 말투, 경계하는 듯한 눈빛, 의구심을 담아 질문하는 작은 목소리.   


한 달에 한번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들이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는 없다.

나는 그저 그들의 안부를 묻고,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넓고도 은 지식을 전달하고, 질문에 답하고,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삶을 응원하며 힘껏 안아줄 뿐이다.


10번의 만남,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의식(Ritual)처럼 당연시되어 진행되는 허그타임에 그녀는 그 누구보다 강하게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오늘 그녀의 강한 포옹에 나는 순간 중심을 잃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서로 오뚝이처럼 중심을 잡으며 나는 작고 여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햇살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는 이제 따뜻함이 묻어난다. 나는 그녀를 다시 한번 꼬옥 끌어안았다.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그녀는, 의구심을 담은 작은 목소리로 질문하던 그녀는 이제 모두와 꽃같이 어우러져 환하게 웃는다.


꽃 같은 그들을 보며 나는 기도한다.

감정의 표현이 약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모두 좋은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더 자주 뭉클하고, 더 자주 든든하고, 더 자주 이해받고, 더 자주 뿌듯하길...



공식적으로는 올해의 마지막 멘토링이었지만 인연의 끈은 서로의 노력으로 더 단단히 결속될 테니, 어떤 모습으로 어떤 관계로 이어질지 후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P.S/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

계획한 바를 하나하나 이뤄가는 모습도...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다가올 계획하지 않은 미래와 마주하며 흥미진진한 인생의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모습도...

개개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어떤 인생의 모습도... 모두 꽃같이 아름다울 그대들이 무척이나 좋아요.

조금 일찍 태어나 조금 많은 인생의 경험을 한 '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거나, 그저 넋두리를 하고 싶거나, 문득 홍대에 출몰하거나 등등 어떤 상황에서도 고민 없이 편히 연락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어요~.

From 여러분의 아름다운 삶을 (격하게) 응원하는 '한 사람'이, "



by 엔젤라 권 / Angella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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