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자기 고백
요즘 들어 나이에 관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나이가 점점 들 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커져가서 일까. 난 아직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 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서른여섯. 마냥 청춘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떠 보니 서른여섯이 된 건 아니다. 눈 깜박할 새에 세월이 흘러 버린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지나온 내 삶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테니 말이다.
서른여섯이 되고 문득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림을 그려야지 생각만 가득했을 뿐 실행에 옮긴 적은 거의 없다.
난 고등학교 때부터 예체능이었고 미대를 지원해 4년 동안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열심히 했고 열심히 헤매었던 시간들이었다.
졸업을 하고 이것저것 일을 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그리고 유학을 결심했다.
누군가 나에게 “넌 지구력이 부족해”라고 말했다. 사실 맞는 말이기에 난 반론할 수가 없었다.
평생 예술을 하며 살고 싶었지만 그 부족한 지구력 때문인지 독일로 유학을 가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패배자의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고 엄마가 나를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듬어 주길 바랬다. 2년 만에 딸을 만나 엄마는 나의 허해진 마음을 채워주었다.(그것도 잠시였다.)
그리고 그 후 몇 년의 시간 동안 나는 일을 하고 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가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 공허함을 채울 수가 없었다.
너무나 어이없게도 서른이 한참 넘은 나이에도 난 나를 찾고 싶고 나를 이해하고 싶었다.
10대 20대에나 할법한 말을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 아직도 자아실현이 내 삶에서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 “자아실현이라......” 결혼을 해 육아와 회사일에 정신없는 워킹맘, 미혼이지만 일에 치여 연애할 에너지가 없는 직장인 친구, 아무도 뒷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다음은 혼자 주저리주저리 아무 말 대잔치였을 것이다.
자아실현. 살아가는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나는 아직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그것에 매달려 살았을까.
아마도 난 그동안 누군가 나를 찾아주기를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숨바꼭질을 하며 숨어서 나를 찾아주길 기다리는 9살 아이처럼 아직 덜 자란 마음이 내 안에 존재한다.
이 이야기는 그 9살짜리 아이가 쓰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려 한다. 어떤 깨달음도 없고 어떤 지식도 존재하지 않는 글. 누구도 원하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는 그런 글을 나를 위해 써내려 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