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간다는 것
밤이를 데리러 가던 날이 생각난다. 차에서 사진으로 봤던 모습을 상기시키며 어떤 이름이 어울릴지 하나씩 이름을 불러 보았다. 하나씩 불러보다 입에 착 붙었던 이름 밤이.
결혼 초에 일 때문에 항상 늦었던 남편이 고양이를 한 마리 더 입양해 보지 않겠냐며 고양에 카페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밤이를 키우기로 결정하기까지 1초도 걸리 않았던 것 같다. 사진의 밤이의 눈과 마주친 후 밤이가 잊히지 않았다.
사실 우리의 첫 고양이 고고를 입양할 때도 비슷했다. 펫숍 유리관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고고가 너무나 안쓰럽고 잊히지 않았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한번 보면 게임 끝이라고 했다.
뭐랄까 나는 내가 그 아이들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내가 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상품처럼 비교하고 후보를 정해 그중에 고르는 과정 따위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치 운명이 우리를 이렇게 이끌어 줬다고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고양이는 첫째 고고와의 경험이 다였다. 밤이는 내가 아는 고양이 다운 고양이가 아니었다. 집에 오자마자 밤이는 집을 휘졌고 다녔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합사는 아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너무나 활발한 성격인 밤이는 안방에 혼자 분리시켜 놓으면 계속 울어 댔다. 조립형 울타리를 사서 분리도 시켜 봤지만 마치 뛰어난 산악인처럼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나를 놀라게 했다. 사뿐사뿐 걷는 고고와는 달리 밤이의 무신경한 발걸음은 저것이 고양이 인가 싶을 정도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고와 밤이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그러다 첫째 고고가 아프기 시작했다. 힘이 없고 식욕도 없어 병원에 갔더니 고양이 감기라 불리는 허피스 바이러스인 것 같다고 했다.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때 사실 밤이가 살짝 미웠다.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게 아직도 미안하다.
심신 안정에 좋다는 페로몬제 아로마 온갖 제품들을 사들이고 해 봤지만 그것 보단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밤이의 전 주인이 무슨 이유인지 입양한 지 3개월 만에 파양을 했다. 무슨 이유인지 밤이를 캐이지에 넣어 차로 자주 이동했고 여기저기 자주 맡겼다고 했다.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면 불안해하는 고양이로 태어난 이 작은 생명은 인간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가 우리 집으로 왔던 것이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무수한 환경들이 밤이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인간이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가족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 과정 속에 시간과 노력이 포함되어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동물과 동물 사이에도 시간과 노력은 불변의 법칙처럼 존재한다. 초보 집사둘과 고양이들은 어설프지만 부단히 노력했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평범하고 흔한 2인 2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