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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요곰 Sep 10. 2019

열심히만 한다고 영어가 늘까?

한국에서 유행하는 영어 공부법 파헤치기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 아기가 모국어를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싶어 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영화나 드라마 보기지요. 인위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원어민들이 실제로 말하고 듣는 영어를 접하기 위해서입니다. 엄마표 영어도 비슷한 방식을 따릅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어주고 음성, 영상 등을 틀어주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이 방식은 이미 하나의 공부 방법으로 정립이 되어있습니다. 이름은 '청각구두식 공부법'이라고 하지요. 영화 보고 따라 하기, 책 한 권 외우기, 드라마 100번 보기 같은 것이 전부 여기에 속합니다. 이 방법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스파이를 양성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는데, 그래서 군인 공부법(Army Method)이라고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많은 원어민 선생님들이 선호하는 이 방법은 자료 준비가 쉽고, 실제로 가르쳤을 때 교육 성과가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TESOL 교육에서는 이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어요. 실제로 미군에서는 전쟁 중에 이 방식으로 스파이를 양성했는데, 독일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쯤 되면 이 방법으로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과거 성공했던 방법 그대로 하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해서는 찬반이 굉장히 갈리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들을 찾아봐도 누군가는 성공을 했다고 말하는 반면, 누군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해요. 만약 위의 내용이 전부 사실이고 정말로 효과적이라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요? 단순한 노력의 부족인 걸까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알고 보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시도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가 바로 대표적인 경우지요. 특정한 상황에서 대사를 듣고 따라 하는 반복 훈련이 청각구두식의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반복적으로 보는 행위도 이와 동일한 원리예요. 차이점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이 시간이 길고 상황이 좀 더 복잡할 뿐이지요.


해외에서는 인정을 받는 방법이 왜 한국에서는 실패를 했을까요? 그 이유는 아래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미 정부기관 Foreign Service Institute(FSI)에서 발표한 자료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습득하기 어려운 언어]의 등급을 매긴 표입니다.


이 표에 따르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같은 Level 1의 언어는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일본어 등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는 반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Level 1의 언어(스페인어나 프랑스어 등)를 사용하는 사람은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지만, Level 5의 언어(한국어나 일본어 등)를 사용하는 사람은 영어 습득이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집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앞서 말했듯 한국어, 베트남어 등을 쓰는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청각구두식 공부법의 가장 큰 한계가 여기 있습니다. 바로 영어 습득 난이도가 '쉬움'수준의 언어까지만 효과가 있다는 점이지요.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군인들을 상대로 훈련시킨 언어는 독일어(쉬움)였으며, 이후 러시아어(어려움)를 훈련시켰을 때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페르시아어(어려움)를 사용하는 이란과, 중국어(어려움) 사용자들이 영어를 배울 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렇듯, 영어를 정복하지 못한 것은 여러분의 노력 부족 탓이 아닙니다. 유럽인들에게는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 한국인들에게는 적절하지 못했을 뿐이었던 것이지요. 


공부법 제대로 활용하기


영화, 책, 유튜브 등은 원어민을 쉽게 만날 수 없는 한국에서 그나마 영어를 접하기 쉬운 수단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방법이 효과가 없다고 외면하기에는 아까운 자료들이지요. 이 자료들은 어떻게 공부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갈라집니다. 청각구두 공부법으로 성공했다는 누군가는 아마도 자신의 영어공부 방식에 적절하게 잘 활용을 한 경우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습득하려면 2가지 과정을 순서대로 거쳐야 합니다. [①배우고 ②연습(복습)하기]가 바로 그것이지요. 예를 들어, 더하기 빼기를 배우지 않았는데 곱셈 나눗셈 문제를 아무리 연습한다고 한들 수학 실력은 늘지 않을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선 배워야 하지요. 마냥 많이 읽고 보고 듣는다고 해서 영어가 저절로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①배우는 부분]을 간과하고 넘어가 버려요.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스페인어나 독일어 같이 level 1, 2의 언어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청각구두식 공부법은 [②연습(복습)하기]에 적합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문법이나 단어, 표현 등을 먼저 공부해야 하지요. 아마 외웠던 단어를 교과서나 책에서 만났을 때, 머릿속에 잘 남는 경험을 하셨을 거예요. 미리 알지 못했더라면 책에서 봤어도 무슨 뜻인지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순간 단어만 찾아보고 지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알고 있던 단어를 만나게 된다면 내용 파악도 쉬울 것이고, 실제 그 단어가 쓰이는 사례를 볼 수 있어서 복습의 효과가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서 영어를 마스터했다는 사람도 사실은 영어에 대한 공부가 이미 끝나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초, 중, 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10년 넘게 충분한 양의 영어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필기시험을 위한 공부만 했기 때문에 다른 연습은 그만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배움이 아닌 충분한 양의 훈련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부족한 것이 채워지면서 영어 실력이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본격적인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시작할 때,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그에 맞는 공부를 ‘순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어가 부족하면 단어 공부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단어를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하지요. 문법도, 표현 공부도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의 최종 단계에서 해야 하는 청각구두식 공부법으로 무턱대고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잘못된 정보전달과 유행에서 비롯된 것들이지요. 앞으로 우리는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잘못된 공부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해야 진짜 영어실력이 느는지 알아 나갈 계획입니다.


영어공부,  마냥 고통스럽고 무식하게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유명한 학자들이 연구해 둔 수많은 공부법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을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효율적인 공부 방법들을 찾아내어 우리 모두 영어의 스트레스에서 손쉽게 벗어 나 보도록 합시다.


1) 미 정부 산하기관으로 외교 관련 업무 종사자 트레이닝을 하는 곳이다. 

2) 참고 문헌

The teaching of russian by the audio lingual method achievements and shortcomings(2014)

Audio-Lingual-Method (2016)

An analysis of Language Teaching Approahes and Methoo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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