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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Feb 07. 2024

새로 산 책(2024-8)

후기 스콜라 철학과 르네상스 철학 외 1

[2024. 1. 29. 구입한 책]

1. <후기 스콜라 철학과 르네상스 철학>(프레드릭 코플스턴/이남원·정용수/북코리아/2021)


코플스턴 신부님의 철학사 책 중 한국에 번역되어 있는 책은 다 모았다. 이제 정말 읽을 일만 남았다. 그러나 (부끄럽지만) 과연 언제 다 읽을 것인가? 다른 한편 변명을 하자면, 이 방대한 양의 철학사를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해서 꾸역꾸역 읽는 것이 효과적인 공부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토마스 아퀴나스쯤에 가면, 플라톤은 잊힐 것이고, 데카르트에 도달하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억도 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한두 권짜리 철학사도 아니고 각권 500~600쪽의 7권짜리인 방대한 양의 철학사는 다른 철학책을 읽다가 찾아보는 사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가령 <순수이성비판>을 읽다가 로크나 흄의 논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면 코플스턴 신부님의 <영국경험론>(제5권)을 뒤적거리면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권 읽기를 하는 것이 목표이기는 하다. 문제는 철학사 공부를 어떻게 하면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느냐이다. 나는 철학을 직업으로 삼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고민이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철학을 업으로 삼기로 했다면 대단히 고민이 되었을 문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헤겔이나 들뢰즈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는 철학사에서 자신의 철학을 길어냈다. 과연 어떻게?


코플스턴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철학사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철학사 공부를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귀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1) 철학사는 견해의 단순한 집적도,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단절된 사상적 항목들에 대한 서술도 아니다.

2) 분명히 철학사에는 논리적 귀결이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필연적 귀결은 없다.

3) 철학사는 인간이 담론적 이성을 사용하여 진리를 찾는 것을 드러내 보인다.


2.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읽기>(심재원/세창미디어/2022)


세창명저산책 시리즈 중 93번째 책. 세창출판사는 좋은 철학책/인문학책을 많이 펴내고 있는 훌륭한 출판사다. 특히 '세창명저산책' 시리즈는 단연 압권이다. 세창명저산책은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쉽게 읽기 힘든 고전들에 대한 해설서 시리즈인데, 단순히 고전 요약 차원을 넘어서서 상당히 알찬 논의가 담겨 있는 책이다. (늘 있었던 얘기이기는 하지만) 인문학이 위기이고, (이미 한참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문송'이라는 말이 생기고, (이제 놀랍지도 않지만) 대학의 인문학과가 폐과가 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이 야만적인 나라에서 거의 팔리지 않을 좋은 책을 꿋꿋하게 출판하고 있는 세창출판사와 자신의 평생의 공부를 나 같은 일반 독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고민하며 '세창명저산책'을 쓰고 있는 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푸코의 『말과 사물』은 너무도 유명한 책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에서는 모닝빵처럼 팔려 나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파리 여행을 갔을 때, 산책을 하다가 가판대에서 푸코의 얼굴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잡지를 보고 놀랍고 신기해서 곧바로 산 기억이 난다.('문송합니다'의 나라에서는 철학자의 얼굴이 표지에 등장하는 일은 아마도 불가능한 것이겠지.) 그런데 이런 유명세와는 달리 『말과 사물』은 너무 어려운 책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 푸코에 관한 책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게 출판되어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잡이 책도 꽤 있다. 그러니 푸코는 공부를 해볼 만하다. 그리고 푸코 책을 번역하는 학자들 중에는 믿을 만한 학자들이 많다는 점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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