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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May 03. 2024

나랑 얘기 좀 합시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대답에 대해 고민할 생각도 주지 않은 채 마구마구 치고 들어온다. 대단히 치욕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질문들만 집중적으로 쏘아붙인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SNS 라이브 방송할 때 빛의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창처럼 말이다.


나는 겨우 그 많은 질문들 사이에 하나를 골라 솔직하게 거짓 없이 대답했다. 나랑 얘기를 하면 거짓말이 안 나온다. 남들과 이야기할 때는 조금은 내 치부를 숨기고 싶은 마음에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긴 하는데. 나랑 얘기를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나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소문이 날 수가 없잖아.


나라는 놈과 대화를 해보니 이놈 아주 겁쟁이에다가 쓸데없는 걱정에 생각도 많고 불평도 많은 놈이다. 이번 대화로는 택도 없겠어. 앞으로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항상 새벽에만 찾아오는데 특히 피곤하지 않았던 하루, 특히 하루종일 푹 쉬면서 잠들고 뒹굴 거리는 날이면 무조건 새벽에 나타나서 날 괴롭히더라고. 잠을 잘 수 없게 아침까지 괴롭힌단 말이지


질문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다가 갑자기 중간 광고처럼 딴생각이 나기도 한단 말이지. 그땐 잠시 쉬는 시간인가 봐. 쉬는 시간이 결코 길진 않아. 곧바로 또 치고 들어온다고. 그렇게 질문 펀치를 맞다가 결국 대화에 지쳐 동이틀 때 날 놓아주더라고.


개인적으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어. 몸은 피곤하지만 말이야.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창피함도 주고 자신감도 주고 당근과 채찍을 아주 적절하게 주더라


오늘은 내 몸이 아주 지쳤으니까 얘기할 시간이 없을 거야. 다음에 내가 늘어지고 게을러 지난날 그때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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