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그리고 치움

by 김광철

그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생겼거나 정말 할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큰 박스 안에 혼자 웅크려 숨어 있는 기분이 든다. 이런 모습마저 들키기 싫어서 뻥 뚫린 박스 마저 고이 접는다. 그렇게 박스 안에서 혼자 웅크려 숨어있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그 박스 안에서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어 바깥을 구경한다. 그 작은 구멍 사이로 눈부신 빛이 강력하게 침투해 온다.


힘든 일. 일단 무엇이 되었든 힘든 일이 닥쳐오면 적절한 비움과 약간의 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처음부터 모든 걸 비우지도 채우지고 않고 천천히 적절히 비움과 채움을 균형 있게 맞추어간다.


유체이탈한 듯 정신과 영혼이 육체를 잠시 벗어나 있으면 주변이 더러워진다. 하루이틀 미루던 것들이 발길이 닿지 않는 거리에 쌓인 눈처럼 서서히 쌓인다.


공중에 떠있는 영혼이 혀끝을 차며 한심하게 바라볼 뿐이다.


영혼이 잠시 육체로 돌아와 한 몸이 되어 더러워진 방을 치운다. 일단 치우자. 치우고 보자 청소를 하자. 그래야 마음도 몸도 말끔해지니 말이다.


그렇게 비움과 채움 그리고 치움으로써 다시금 사람이 된다.


그래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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