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을 클릭해서 보고 있는 당신은 아마도 XR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혹시 모르니 한 번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XR이란 eXtended Reality 즉, 확장현실을 말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을 묶어서 부르기 위해 등장한 단어입니다. 원래부터 존재했지만, 마땅히 이것들을 묶어서 부를 멋진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생겨난 단어이지요.. 바로 '메타버스'처럼 말이에요. (XR이라는 단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맥락인 '실감 콘텐츠' 혹은 '몰입형 콘텐츠' 등의 단어가 존재하긴 했습니다.)
자 자 그러면 이제, XR의 현주소에 대해 말해보기 전에 이걸 한번 생각해 볼까요?
과연 최근 XR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23년 현재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다면, XR이 최근 주목받았었던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등장과 이에 열광하는 기업, 증권가의 여론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XR'은 '메타버스'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메타버스가 주목받았던 이유는요? 지금은 물론 메타버스는 거품이다라는 여론이 더 강하긴 하지만, 이 단어가 '한때' 라도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소비자들과 기업은 메타버스에 무엇을 바라고 상상했던 걸까요?
당신이 상상했던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요?
소비자들이 상상했던 것은 현실과 분간되지 않는 진짜 가상에서의 교류, 그 안에서 체험하는 콘텐츠들 그리고 이것들이 일상 속에 녹아드는 것이었을 겁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정말 당신은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단순히 제페토나 로블록스처럼 화면 너머의 세상을 상상했나요? 그냥 핸드폰으로 즐기는 SNS를 상상하셨나요? 과연 그랬다면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한때' 라도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러면 기존에 존재했던 mmo RPG 게임이나 SNS 어플과 다를 게 없는데요?
물론 로블록스나 제페토가 수익성 없는 거품이다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들은 충분히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수익을 내고 있고, 사업 규모를 조금씩 늘려 나가며 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 우리가 상상했던 메타버스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들죠.
메타버스 = 거품은 사람들이 '내가 바라는 메타버스란 아직 구현될 수 없다'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은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VR 세계나,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미래 영화에서나 나오는 홀로그램 콘텐츠 같은 것들을 체험해 보는 것이었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거죠.
물론 많은 비판을 받을 걸 알지만 이 자료를 들고 올 수밖에 없겠네요.. 이 현상을 이보다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바로 하이프 사이클입니다.
비과학적인 개념이지만 기술의 발생과 해당 기술 초기 단계에 사람들이 기술에 바라는 기댓값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 그래프를 들고 왔습니다.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이라는 이론에서 기술이 발생하고 나면, 시장의 기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림에서 x축은 시간, y축은 시장의 기대입니다.)
기술이 관심을 받는 시기, 아직 상용제품은 없으며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2. 기대 거품의 정점
일부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켜만 보는 상태입니다.
3. 환멸의 계곡
실험과 구현 실패로 인해 관심도가 하락합니다. 살아남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제품을 개선해야지만 얼리어답터들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4. 깨우침의 단계
수익모델 사례가 생기면서 시장이 이해를 하기 시작합니다.
5. 생산성의 안정기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 평가가 명확해지며, 기술이 수익 모델로서 채택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메타버스를 이 그래프에 대입시켜 볼까요?
메타버스는.. 아무래도 거품이 꺼져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단계이니, 환멸의 계곡에 진입한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만들고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들은, 이게 정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맞나? 이게 정말 필요한 게 맞나?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까지 붙여가며 한껏 거품을 부풀린 채 손짓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XR 기술은 어떨까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지만, 메타버스의 일부가 되어버린 XR 기술 또한 환멸의 계곡에 원래 빠져있었을까요?
사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 XR을 이루고 있는 VR기술과 AR기술은 환멸의 계곡을 넘어 안정화되어가고 있는 단계였습니다. 다양한 수익모델도 생성되었고 이 기술을 현재 단계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가고 있는 상태였죠.
하이프 사이클에서 AR의 위치 변화 (https://arpost.co/2020/09/25/augmented-reality-gartners-hype-cycle/)
AR은 가구, 액세서리 등을 미리 보기 위한 설루션으로서 제공되어 왔으며, 카메라 필터를 통한 콘텐츠로서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신흥 기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하이프 사이클 표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VR은 퀘스트 2라는 '콘텐츠를 전달할 매체'가 등장하며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다양한 게임과 시뮬레이션, 체험 설루션이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였죠. 물론 과거의 스마트폰처럼 기업이 눈에 뜨일만한 혁신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는가?라고 한다면 대답은 No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이러한 설루션과 콘텐츠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자리 잡아가고 있었으며, 소비자들도 이 이상을 바라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자 이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XR 콘텐츠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돌아옵시다.
기업 혹은 개인이 '콘텐츠' 자체로서 성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면, 일반적으로 이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체가 일단 접근성이 높아야 하며, 콘텐츠뿐만 아니라 매체 또한 사용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한데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등장은, 언론에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XR'매체'와 '콘텐츠'양쪽 모두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를 크게 높여 놓았습니다. 사람들이 메타버스의 어원 그대로, 언택트 시대 속에서 실감 나는 가상의 세상 자체와 이것들의 일상화를 바라기 시작한 것입니다.
meta + university = 초월 + 세계
기업이 사람들의 이런 욕구를 만족시킬만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체가 우선적으로 접근성이 높아야 합니다. 그럼, 현재 출시된 디바이스 중 우리가 상상했던 메타버스를 체험하게 도울 매체가 무엇이 있으며, 여기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VR 장비 쪽으로 가게 되면 여기에는 Meta와 PlayStation, Vibe, Pico 등이 존재합니다. 이들 중 가장 대중적인 제품은 Meta의 Quest2이며, 당시에는 혁신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디바이스 자체와 안에 들어가는 OS의 퀄리티까지 큰 호평을 받은 제품입니다. 현재까지는, 우리가 바라는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실감형 매체 중 가장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 있죠.
퀘스트나 PS-VR를 체험해보신 분들은 처음 체험하실 때 분명 이렇게 느끼셨을 겁니다.
이 정도 퀄리티라고?
컨트롤러 없이도 사용자의 손을 인식해서 vr환경에 보여주며 가상의 오브젝트와 인터랙션 할 수 있는 기능뿐만 아니라, 높은 화질과 반응속도까지... 분명히 이 가격에 이 정도 제품이라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vr은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을까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것처럼, 퀘스트 2도 이 정도라면 vr의 대중화를 견인할만하지 않았을까요?
확실히 퀘스트 2의 등장은 VR의 사용자 수를 유의미하게 늘렸습니다. 하나, vr에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중요한 문제점들이 있으니, 바로 vr멀미와, 일상화의불가능성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이제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죠.
vr 멀미는 말 그대로 vr콘텐츠를 즐기는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멀미현상입니다. 입문자들이 겪는 큰 진입장벽 중 하나인 이 멀미현상을 피하기 위해 많은 vr 콘텐츠들이 텔레포트형 이동 방식을 사용하기는 하나,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vr에서 멀미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굉장히 간단한데, 플레이어가 실제 몸을 움직여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제한되어 있지만, vr내에 가상의 환경 자체에는 끝이 없으므로 결국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실제 신체는 가만히 있는데 vr속의 나 자신은 이동하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여기서 배 혹은 차멀미와 같이 시각기관과 여타 감각기관이 느끼는 것에 괴리가 생기며, 멀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뱃멀미를 한번 겪은 사람이 배 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듯이, vr멀미를 겪은 사람들에게도 vr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곤 합니다.
당연하게도 모바일 게임은 2014년 이후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하며 다른 매체들을 따돌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해당 이유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대부분의 글에서 말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이 말인즉슨 스마트폰은 다른 매체들이 지니지 못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VR에는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쓰거나 써야만 하는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만이 존재하죠. vr은 스마트폰과 달리 소비자의 대중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고 대중화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한 vr에 다양한 장비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vr 멀미는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나마 소비자가 바라는 메타버스를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는 XR기기는 아마도 Hololens나 QuestPro 일 겁니다.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죠. 소비자들은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러한 기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안에 들어간 콘텐츠가 큰 수익을 창출하기는 정말 힘든 현실입니다.
따라서, XR 기술과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의 현주소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VR과 AR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일부 안정화되어 가고 있는 단계였으나, 메타버스의 확산으로 인해 XR 기술과 관련 콘텐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중입니다. 2. VR 멀미와 일상화의 어려움이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 현재 출시된 디바이스 중에서는 Oculus Quest 2, Hololens, QuestPro 등이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장비로 각광받고 있지만, 고가의 제품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XR 기술과 관련된 콘텐츠는 아직 환멸의 계곡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매체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을 통해 XR 기술과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가 더욱 성장하고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