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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연 May 18. 2020

왜 난 이런 경험까지 다 하는 걸까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 같은데 말이야.


오늘 sns로 모르는 여자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그 여자는 자기의 이름을 밝힌 후, 나의 전 남편 이름을 대며 죄송하지만 자기의 이야기를 좀 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정중하게 사과도 하고 원치 않으면 거절해도 된다고도 말했다.


나는 너무 오랜만에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그의 이름에 순간 당황스러워 심장이 벌렁벌렁 떨려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녀는 대체 누구이길래 어떻게 나를 알고 나에게 그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최근에 그와 만나고 헤어진 사람이었고, 그와 이별 후 그의 모습들에 대해 공감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아 이 여자도 나와 같은 이유로 이별을 택했구나.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남자는 한 층 업그레이드되어있었다. 그의 마마보이적 기질은 한층 더 심해졌고, 시계와 차에 대한 사치도 끝이 없이 여전했고,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 또한 이혼으로 인해 한층 더 깊어진 듯했다. 거기에 바람까지 피웠다고 하니, 정말 가관이었다.

나는 이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었다. 그러면서 나의 이야기도 조금은 털어내며 그녀도 나에게 깊이 공감을 해주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일을 겪다 보니, 그녀와 나는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누구보다 크게 온 맘으로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때는 내 이야기를 공감해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었으니까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도 참 흔하지 않은 경험인데, 나는 왜 굳이 이런 일을 다 겪는 것일까?

이야기할 때는 그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웃기기만 했는데, 지금은 참 기분이 묘하다.

이게 무슨 기분인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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