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ónde estoy en este mapa?
12/05/jueves
5월 12일 목요일
a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여행한 지 39일, 걷기 완료
피스테라엔 순례객들이 자신이 짊어지고 온 짐을 태우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나는 피스테라로 가기 전 잠시 고민을 했다. 짐을 줄이려면 침낭 정도는 버려야 하는데,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워도 되는 걸까 괜스레 여러 번 질문을 하고, 피스테라까지의 길이 험하지는 않을까 다른 생각을 끄집어냈다.
- 오늘까지 써보지 뭐.
나는 스틱을 손에 쥐었다.
바다의 끝이라 불리며 0.00KM 표지판이 순례객을 기다리는 곳. 함께 걸었던 이들과 그곳을 공유하고자 했으나 유빈과 윤승은 오늘로 순례길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 우리는 모로코로 떠나.
나는 대신 팀 그리고 그의 친구들(조, 샘)과 오늘 하루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버스터미널.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버스였다. 그나저나 어제 잠깐 만난 샘은 영국식 억양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말하는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샘이 주도하는 대화는 미간을 찌푸리고 머리를 빠르게 굴려도 도저히 참여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입을 굳게 닫고 말았다. 버스에 탑승해선 세상 새침해선 창문 밖 풍경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해무가 마을을 둘러 감싸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나 동시에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구름은 불구덩이에 떨어진 듯한 불안감을 만들어냈다. 해무는 뿌옇게 공간을 가득 메우다가도 하늘 위로 깃발을 치켜세우듯 강하게 그 위용을 뻗쳤다. 정박된 여러 척의 배는 그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정렬을 맞추며, 수평선과 함께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했다. '너는 안전하다.'라고 말하는 푸근한 팔 같기도 하고, '여기 너밖에 없어.'라고 고립시키는 고독의 방 같기도. 나는 해무의 움직임 속에서 홀로 한참을 떠돌았다.
피스테라에 도착했다. 다시 순례자가 그려진 표지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다만 Faro_등대라는 글자가 추가되어 있었다.) 앞에서 길을 리드하던 팀의 친구들은 표지판을 따라 걷는 듯싶더니, 금세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 저기로 가면 우리들만 있을 수 있는 조용한 해변가가 나올 것 같아.
- 그럼 그리로 가보자.
그들은 망설임이 없었다.
- 으악, 엄청 뜨거워!
= 신발이 꼈어.
나는 돌들 사이에 끼인 슬리퍼를 빼내며 발이라도 접질릴까 머리칼을 곤두세우고 건너는 반면, 그들은 태양에 익은 뜨거운 돌들 사이를 잰걸음으로 질주했다.
- 여기서 놀다가 버스 시간 맞춰서 돌아가자고.
본체가 바다에선 어찌 쉬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성향인 나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파도가 칠 때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0.00KM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산티아고를 지나 피스테라에 온 이상 그래야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 난 마지막 지점에서 맨발로 서보고 싶어.
어정쩡한 자세로 “가자.”라는 말만 기다리던 나는 끝내 팀에게 작별을 고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이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각자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다를 것이고 걷는 목적 또한 다르며, 그래서 마냥 행복한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한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길. 그런데 0.00KM를 마주한 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반응을 내보였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남 못지않게 환한 미소를 띤 한 할머니는 자신의 침낭을 노숙자들에게 주었다고 했다. 꽤나 괜찮은 작별인사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0.00KM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바다가 보이는 등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꽁꽁 동여맨 신발 끈을 느슨히 풀고 바람을 맞아보자. 바위 위에 올려놓은 발은 오늘도 땀에 절어있었고, 파랗던 새 등산화는 35일이라는 사간을 거쳐 먼지와 흙과 물과 섞인 떼들이 잔뜩 묻은 여행자의 신발이 되어있었다.
- 우리 왔어!
그때 팀과 그의 친구들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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