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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비 Jul 22. 2019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저자 한수희 / 그림 서평화

느슨함 그러나 놓지 않는, 소소함 그러나 꾸준한.






올해 들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리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괜찮아요' '아니에요'라는 대답을 했었는데, 한해의 절반을 보내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 인생 어떤 순간보다도 무리하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그동안 알고 있던 나와의 괴리감에 크게 걱정했을 것이다.


심적으로 지치기 직전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라는 책을 구매했고, 컨디션이 바닥을 한번 치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이 책을 읽었다.  때에 맞게 고른 책 덕분에 잘 먹고 잘 자며 잘 쉬는 과정에서 조바심이나 지루함을 덜어내는데 도움을 받았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시시콜콜하고 소소하다.  우리도 보내왔을 시시콜콜한 어느 날의 일상들을 글로써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었다.  책에 적힌 모든 일상들이 인생에 대한 작가만의 철학이나 깨달음, 가치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떤 페이지는 일상을 그저 일상으로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작가가 겪는 어떤 상황들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읽다가 '그냥 이러했던 에피소드였습니다'라는 결말에 집중하던 눈에, 어깨에, 마음에 힘이 빠지는 상황들이 있었다.  이게 끝이야? 하는 마음이 들면 책 속의 작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긴장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툭 치는 손짓에 와르르 무너진 것 같기도 하다.

경주중에 잠시 피트인(fit-in)한 레이싱 차량처럼, 다시 달리기 위해서 내 몸과 마음을 무리하지 않는 '방법'이 알고 싶어 이 책을 골랐으니까.  책 이라는 정비소에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고, 기름을 넣고 수리가 끝나길 바라며 잠시 정차한 잔뜩 긴장한 운전자였나 보다.


나는 늘 더 뛸 수 있을 것 같을 때, 한 바퀴 정도 더 뛰어도 될 것 같을 때 멈춘다.
어떤 이는 더 뛸 수 없을 것 같을 때 한 바퀴를 더 뛰어야 능력이 향상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나는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려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오래오래, 혼자서, 조금씩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니까.



맨 끝장을 덮고 나서 이러한 소소함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느슨하고 풀어지는 것들에게 마음을 줄 수 있게 됐다.

모닥불 앞에서 몸을 녹이듯이, 출퇴근길 한가운데서 당겨지고 얼어붙은 머릿속을 녹이는 소소함이다.

그저 누군가 겪게 되는 일상 같은 어느 날을 읽고 같이 웃다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시시콜콜함이다.


부담스럽지 않다 책을 읽고 잊어버리는 것이.

채워진 듯하다가 돌아서면 비워지는 내 생각과 마음속의 여유로운 공백이 부담스럽지 않다.


그 마음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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