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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Oct 26. 2020

대놓고 자기중심적인 동료가 생겼다

이 특이한 동료와 잘 지낼 전략을 세워본다. 과연 통할까?

자기중심적 수다쟁이


이 특이한 동료를 알게 된 것은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메신저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몇 달의 기간 동안, 솔직히 말해 나는 이미 이 친구에게 약간 질려버렸다.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메신저를 보내는 부담스러운 친구.

거기에 더해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늘어놓는 수다쟁이.

나는 메신저에서 이미 오래전에 이 “자기중심적 수다쟁이”의 알람을 꺼 버렸다.


메신저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이 친구와 한 번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 마음속에 이미 다소 귀찮은 사람으로 자리 잡은 이 친구와 약속을 잡는 데에는 다소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를 만난 것은 우리 두 사람이 언제까지고 데면데면하게 지낼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우리 두 사람은 아마도 앞으로 몇 년간 같은 곳에 소속되어 같은 지위를 가진 동료로 지내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서도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이 친구와 잘 지내고 싶었다. 꼭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니더라도, 불편한 마음을 품고 지내는 사이는 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마 그 친구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내가 약속 장소로 나갔을 때, 이 친구는 정성껏 자리를 마련해 두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 준비한 조그만 선물과 앞으로 나와 잘 지내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긴 작은 쪽지도 함께였다.


어색한 자리를 풀어줄 맥주 그리고 피자와 함께 시작된 이야기는 그러나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그 친구는 역시나 그동안 메신저에서 보여주었던 저돌적인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나에게 민감한(그러나 자기가 너무 알고 싶은) 질문을 수 차례 던졌다.

나를 노골적으로 관찰하고 탐색하는 시선도 느껴졌다.

나에게는 “자기 과시”로 느껴져 다소 불편하게 들리는 그 친구의 이야기는 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친구와 다섯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원래 나는 이 식사 자리에 두 시간을 사용하고 돌아오려고 계획했었다.

이것은 맥주잔을 거듭 부딪히며 그 친구에 대해 한 겹씩 더 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다 잘 해내고 싶은 거잖아


자리를 파할 무렵 그 친구는 집에 들어가서 먹으라며 자신의 가방에서 자잘한 과자와 귤을 꺼내 내 손에 그득히 쥐어 주었다.

자기중심적이고 저돌적인 그 친구에게 아마 나는 꼭 잘 지내고 싶은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물어보고 싶은 점이 많은 정보통인 모양이었다.

(만약 그 친구가 정말 내가 좋아서 그랬던 것이라면 그의 마음을 이렇게 곡해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친구야, 네가 사용하는 대화 방식과 질문의 내용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런 “오해”를 하도록 만들기 쉽단다)


집에 돌아와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다소 복잡하기는 했지만 역시, “조금 불쾌하다”였다.

민감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리고 탐색당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느꼈던 불쾌감이 쉽사리 지워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면의 평정은 금방 돌아왔다. 이것은 그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너무 싫고 대체 왜 내 곁에 나타난 걸까 싶은 이 친구에게도 나와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보고 싶고, 커리어의 중요한 단계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가 질려버릴 정도로 많은 그리고 민감한 질문을 퍼부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내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과자와 귤을 잔뜩 쥐어주는.

이 모순된 행동에서, 잘 해내고 싶지만 온전히 능숙하지는 못한, 어딘지 익숙한 모습을 발견한다.



야 이것아, 너 정말 자기중심적이야



언젠가 나와 같은 사람인 그 친구와 정이 쌓이고 가까워지는 날이 오면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이런 대사를 던져주고 싶다.

“야 이 기지배야, 너 진짜 자기중심적인 거 알지?”

그리고 그 친구가 습관처럼 나에게 또 민감한 질문을 던지거든 대답 대신 진심으로 그 친구를 걱정하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어디 가서 다른 사람한테 이런 거 물어보지 마라 너”


 친구에 대한 나의 심리적 전략은 이것이다.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 그리고 우리의 공통점에 주목해 보는 .

 친구를 “싫은 사람으로 남겨두지 않고, “나와 같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


어쩌면 그 친구는 정말 나의 단물만 쪽쪽 빨아먹고 떠날 이기적인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을 좋게 가져가려는 나의 노력은 그저 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지레 겁을 먹고 그 친구를 지금부터 멀리하기보다는, 잠시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여지를 남겨두는 쪽을 선택해 본다.

선택이 맞았다면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얻게 될 것이고, 선택이 틀렸다면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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