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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Jan 30. 2022

장이머우 감독의 새 영화 ‘저격수’ 시사회를 다녀와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라 일컫는 중국의 새빨간 속내와 민낯을 마주하다

영화 <저격수>(狙擊手)의 북경대학교 시사회에 다녀왔다.

(주의: 이 글에는 영화 내용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 1월 28일 북경대학교 백주년 기념당에서 열린 영화 <저격수> 시사회


이 영화는 장이머우(張藝謀) 감독과 그의 첫째 딸 장모어(张末)가 공동 연출한 것으로, 한국전쟁 시기의 한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2022년 2월 1일 중국 본토 개봉 예정이다.


남자친구는 중국에서 나고 자란 중국인인데도 "그 영화 국뽕 영화야"라며 시사회에 가려는 나를 말렸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창진후(長津湖)'가 대대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그런데 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온다? 그 감독은 무려 장이머우? 시사회는 북경대학교에서? 갖가지 요소들이 모두 나의 흥미를 끌었다. 궁금증을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시사회에 직접 가보는 것이다.


중국의 상업 영화는 한국전쟁을 어떻게 묘사할까?
영화 상영이 끝나고 연출진과 배우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북경대 학생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연달아 또 나오는 이유는 뭘까?


입장권은 시사회 전날 학생회관 1층에서 배부한다고 했다. 학생회관 로비에 가 보니 구불구불한 용 한 마리가 누워있는 것처럼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엄청난 인기다.


2022년 1월 27일 시사회 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 사진 오른쪽으로 줄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알찬 시사회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양이었다. 우선 영화를 관람한 뒤에 제작진과 배우들로부터 후기를 듣는다. 그다음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군 노병 세 명과 북경대학교 학생 대표 한 명을 무대에 올려 감상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왜 대학교에 제작진과 배우까지 데려와 시사회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같이 가는 친구가 이야기해주기를 각본을 쓴 사람이 바로 북경대학교 예술학부의 교수라고 했다. (게다가 그 친구의 지도교수님이기도 했다). 그러한 인연으로 북경대학교에서도 시사회를 여는 것이라고 하는데, 음... 과연 오직 그 이유뿐일까? 제작진에, 배우에, 참전군까지 모셔온 데다가 각종 매체까지 불러 시사회 현장을 찍어가던데, 단순히 교수님 한 분이 극본을 썼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북경대학교, 즉 중국 청년과 학문의 중심지에서 '젊은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내용의 영화 시사회를 하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장모우 감독과 극본가 교수님, 그리고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장이머우 감독은 북경 동계올림픽 개막식 준비로 바빠 영상편지로 인사를 대신했다.


영화 내용은 이랬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에 이름난 사격수가 있었다. 그는 제8연대의 5반이라는 사격팀을 이끌고 있다.

이들 중국군 중 북한군으로 위장한 량량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연합군의 기밀을 가지고 있지만 부대로 돌아오는 길에 총격전을 겪고 미군에게 사로잡혔다. 미군 부대의 한 리더는 미군의 골칫거리인 5반의 명사수를 제거하기 위해 량량을 미끼로 삼으려 한다. 이름 없는 한 산에 죽어가는 량량을 데려다 놓고 매복한 채 기다렸다가, 5반 대원들이 나타나면 한 번에 쓸어버리려는 것이다.

이들 미군의 계획대로 중공군 제5반이 나타나지만, 상황은 미군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제5반의 대원들은 한 명 한 명 차례로 죽어가면서도 미군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지와 실력을 발휘해  매복해 있는 미군을 하나씩 제거해 간다. 제5반의 명사수 리더는 심지어 자신과 량량을 맞교환함으로써 량량이 가진 기밀을 얻어내려 한다. 그러나 량량에게 군 기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뒤쫓아온 다른 미군들에 의해 량량을 맞교환이 실패할 위기에 처하자 자살 폭탄을 터뜨리면서까지 량량을 지켜내려고 한다.

제5반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원은 단 한 명, 나이 어린 명사수다. 결국 그는 남은 미군을 모두 물리치고 군 기밀을 얻어내 중공군에게 가져간다. 훗날, 그 기밀은 중국군이 승리를 거두는 열쇠가 되어 연합군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게 된다.


영화가 보여준 묘사는 위의 요약보다 훨씬 더 극적인데다 '나라사랑 민족사랑'의 국뽕을 제대로 자극하는 것이어서 관객석에서 계속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간 중국인 친구도 옆에서 계속 눈물을 훔쳤다. 아래의 예고편을 보면 어떤 느낌의 영화인지 더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저격수> 예고편 (출처=바이두스핀)


이제 영화를 보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겠다. 가장 먼저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라는 명칭으로만 불렀기 때문이다. 항미원조란 '미국에 대항하고 조선(북한)을 돕는다'는 의미다. 이데올로기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아주 정치적인 명칭이다. 항미원조라는 명칭 안에 한국이라는 행위체는 없다. 대신 미국만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한국과 북한의 전쟁을 중국과 미국의 전쟁으로 바꾸려 한다. 여기서 중국은 스스로를 '미 제국주의의 마수로부터 북한을 지켜주기 위해 나선' 의로운 국가로 포지셔닝한다.


미군과 중국군이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에서 죽어가는 중국군 량량


영화에서 한국전쟁을 묘사하는 방식이 바로 이렇다. 위의 영화 줄거리에서, 그리고 영화 예고편에서 모두 볼 수 있듯이, 배경이 한국전쟁임에도 이 영화에 한국은 없다. 북한 또한 주체가 아니다. 영화에는 오직 북한군으로 위장한 중국 군인 한 명, 그리고 그를 도우려 하는 조선 어린이가 한 명 나올 뿐이다. 이 위장한 중국 군인은 연합군의 기밀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그 기밀은 중국군의 손에 가 닿아야만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 영화의 거의 대부분이 죽어가는 이 중국 군인과 조선 어린이를 가운데에 놓고 미국군과 중국군 사이에 벌어지는 교전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 개로 분할된 화면 구성(미국-[북한]-중국)은 '항미원조'라는, 오늘날 중국이 한국전쟁을 부르는 명칭이 지닌 함의와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무엇인가? 이 영화의 내러티브에 의하면 그들에게 한반도는 미국과 싸우기 위한 전장이다. 중국에게 한국과 북한은 무엇인가? 한국은 나라가 아니라 미 제국주의 하의 식민지 혹은 괴뢰정부이며, 북한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중국의 허수아비다.


영화에서 중국군이 미군에 대항하여 교전할 때 몸을 숨기는 참호


두번째는 바로 이 영화가 중공군의 희생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영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제5반과 미군 사이의 교전이 시작된 후, 포기하고 싶어 하는 대원 하나가 이렇게 외친다.


"저들은 최신 탱크도 있어요! 연사총과 총알들, 첨단 무기, 미사일, 비행감시체계, 모든 것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이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다!" (정확한 단어가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미군의 각종 첨단 무기를 열거했다)


그러자 5반의 명사수 대장은 이렇게 응수한다.


"여기에는 우리 5반이 있다."


이 말에 감명받은 제5반 사격팀은 온갖 무기로 치장한 미군을 상대로 교전을 계속한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씩 희생된다. 영화에 따르면 그들의 희생은 의미가 있다. 모두가 목숨을 잃었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명의 팀원이 기밀을 중공군에게 가져가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희생에는 각각 스토리도 덧입혀진다. 각각 '고국에 남겨진 아내에게 장갑을 전해달라', '어린 아들에게 이 이름을 지어달라', '나라를 위해서 나 하나를 희생하겠다', '우리의 전우를 끝까지 지킨다'와 같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들이 희생될 때마다 그들의 사연에 감명받아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들이 희생되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는 걸까?


상대 국가보다 부족한 역량을 국민의 목숨으로 메꿔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나는 지극히 공포스럽다. 한국전쟁은 엄연히 선전포고조차 없이 이루어진 침략이었고 중공군은 이에 동참한 것이다. 원래 대대적인 희생이 예견된 침략 전쟁을 지도자들끼리(김일성, 마오쩌둥 그리고 스탈린) 결정해서 일으켜 놓고, 목숨을 잃은 것은 수많은 국민들이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을 밑도 끝도 없이 '고결한 희생이기에 값지다'라고 미화한다. 이걸 보는 중국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애초에 왜 그들이 희생되어야 했는가를 따져본다면 중국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노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미군의 총알을 막아내기 위해 무거운 철판을 매고 동료를 구하러 가는 중국군. 결국 미군의 거듭된 사격으로 철판이 떨어지고 '아들의 이름을 철판으로 해달라'라고 외치며 죽음을 맞는다


이처럼 이 영화는 '희생은 고결한 것!'이라는 슬로건으로 온 세상 중국인을 세뇌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침략을 위한 희생이든 방위를 위한 희생이든 말이다.


이 영화가 온 세상을 향해 외치는 슬로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국은 악마!'이다. 예고편만 봐도 이 점이 아주 잘 나타난다. 영화 속에서 미국은 중공군의 전우애를 미끼로 이용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들이다. 중공군 하나를 죽일 때마다 몇 명째인지 헤아리며 즐거워하고, '우리 미군 2명 죽었는데 너네 중공군 2명 죽였으니 이제 공평하네' 같은 대사를 하며 사람 목숨을 숫자로 치환하는 악마들이다. 최신 무기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만큼 똑똑하지도 않다. 결국 무기라고는 총 한 자루밖에 없던 중공군의 손에 모두 죽는다.


미군들 사이에는 전우애도 없다. 끈끈한 전우애로 똘똘 뭉친 중공군과는 정 반대다. 중공군에게 맞서는 동안 미군들 사이에는 분열이 일어나 서로 반항하고 협박하기에 바쁘다. 미군은 '군사법정'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입에 올린다. 군사법정을 가지고 협박하지 않으면 상하관계가 지켜지지 않고, 군인들은 노력이나 희생을 하지 않는다. 반면 중공군 사이에서는 '군사법정'이라는 단어가 나올 일이 없다. 전우애와 인간애로 뭉쳐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군인을 명중하고 신이 난 미국 군인


이처럼 영화 안의 세계에는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의 시각만이 존재한다. 마치 화면 속 하얀 설원과 검은 총의 대비와 같다. 이 영화가 흑과 백을 가르는 기준은 '내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기적 잣대에 기반한다.



영화 상영 후 교류 시간은 영화보다 더 노골적으로 국민의 희생을 미화하고 애국 정신을 강조했다. 우선 한국전쟁 참전 노병을 세 명 데리고 왔는데, 그중 91세인 할아버지가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저기에 5반이 남아있어"라는 말이었다. 할아버지가 무대 위에서 맥락 없이 자꾸 그 말을 반복하자 사회자가 관중을 향해 설명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나이가 들어서 기억을 많이 잃고 계신데, 아직도 교전 때 잃은 전우들을 잊지 못해서 계속 5반을 찾고 계십니다". 관객들은 또 눈시울을 붉혔다.


시사회에서 영화 상영 후 무대에 올라온 제작진과 배우들, 그리고 노병 세 명(가운데)


남자친구는 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 "사람을 도구로 쓰네. 그렇게 몸이 안 좋은 할아버지면 집이나 병원에서 쉬게 할 일이지, 도대체 누가 무대까지 그 사람을 데려온거야?"라며 분노했다. 맞는 말이었다. 솔직히 할아버지가 정말 인지능력의 저하를 겪어서 영화와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을 계속 되뇌고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웠다. 만약 할아버지가 정말 노환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것이라도, 전쟁 트라우마를 겪고 계시는 분을 무대 위에 올려 전시하고 영화의 내러티브를 홍보하기 위한 도구로 삼았어야 하는가 의문이다.



앞서 여러 가지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차였지만, 질의응답 시간에는 아주 흥미로운 일도 하나 있었다. 총 네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거나 질문을 던졌는데, 처음 두 학생은 아주 격양되어 있었다. 한 학생은 "눈물을 흘려서 마스크가 다 젖었어요"라며 울먹였다. 그리고 두 번째 학생은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오늘 우리가 있습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와 함께 간 친구는 세 번째로 손을 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주로 각본을 공부하는 학생의 시각에서 영화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젊은이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청춘물과 참혹함 속에서 인간 존재를 재발견하는 전쟁물의 융합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장모우 감독님의 앞선 작품 '24세 미성년'에서 보여준 청춘의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도 드러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각본을 쓰신 교수님의 수업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막연하게 느껴졌던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오늘 이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다음 네 번째 학생의 질문은 이랬다. 그 학생은 감독과 극본가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이런 영화는 자진해서 만드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3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만드시는 건가요?"


하하, 격앙되어 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질문이지만 나는 그것이 무척 반가웠다. 이렇게 손을 들고 굳이 영화를 향한 반감을 표현하는 학생도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말은 안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더 있을지 모른다. 극본가가 대답했다. "예술의 관점에서 보아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때, 한 여자가 관객석 한가운데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번 시사회에서 북경대학교 학생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무대 위에도 올랐던 사람이다. 북경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중국 해군에 들어가서 파병을 다녀왔으며, 지금은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의 생활 관리 상담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다. 마이크를 들고 말 하는 목소리가 흡사 조선중앙TV 아나운서 같은 사람이다.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울먹임'과 '격앙된 외침'을 풀세트로 장착하고 있다. 아까 무대에서는 영화 감상이라며 이런 말도 했었다.


"16만! (잠시 쉬고) 무려 16만명의... 우리의 전우가... 아직도 조선반도에 묻혀 있습니다(울먹)... 그들이... 많은 이들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울먹) 조금씩...(울먹) 조금씩... 매년... 아주 조금씩만 돌아오고 있어요............(울먹+갈라지는 목소리)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사람들의 눈물즙을 짜낸다. 마치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의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갖춰 주지 못해서 너무나 애가 타는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 아무도 16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국타향에서 죽게 하라고 강요한 적 없다.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지키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남의 나라를 침략하다가 죽은 것인데 그 야욕을 이렇게 미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그녀는 네 번째 질문을 듣고는 참을 수 없었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 질문을 던진 학생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빠르게 마이크를 가져다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또 다시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날 우리를 위해 희생한 그들이!!! 그들의 용기와 뜨거운 피가!!! 바로 우리로 하여금 이 영화를 찍도록 만든 제3자인 것입니다!!!!!!(울먹)" 학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저격수' 포스터



결론

2022년 1월 28일. 북경대학교 백주년 기념당에서 열린 영화 <저격수> 시사회. 나는 여기서 새빨간 중국의 욕망과 민낯을 목도하고 왔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이웃국가와의 역사와 관계를 왜곡하고, 자기들 유리한 대로만 세상을 비틀어 보며, 민족과 나라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상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이 어마어마한 흥행을 거두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사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장이머우는 장이머우였다. 담고 있는 메시지가 너무 편파적이고 직설적이라서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 외에 촬영 방법 및 예술의 측면에서 영화를 평가한다면 그 화면 구도, 색감, 깔끔한 편집이 나는 흠잡을 데 없다고 느껴졌다. 청춘물과 전쟁물을 결합시키는 시도, 전쟁이라는 큰 사건 속 인간 한 명 한 명을 향한 조명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상당히 작품성 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주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투박하고 노골적일지라도 그것을 담은 영상은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거장의 손 끝에서 탄생한 비틀어진 영화. 청년들을 모아놓고 그것을 선전하는 대학.

중국은 과연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내용 추가

2022년 1월 30일, 북경대학교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위원회(北大团委)의 공식 웨이신 공중하오(公众号)에 영화 <저격수> 북경대학교 시사회 관련 포스트가 올라왔다.


시사회 현상 영상이 편집되어 올라왔는데, 이 영상을 보면 북경대학교 시사회를 "뜨거운 젊은 피, 위대한 중국"이라고 전시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저격수> 북경대학교 시사회 홍보 영상. (영상 출처=북대 공청단 공중하오, 자막=새벽별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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