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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그루 Nov 27. 2023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자고 일어났더니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명이 늘어있었다. 댓글도 많이 달렸다.


무슨 일이지 싶어 살펴보니 아무래도 엊그제 올린 릴스덕인가보다. 절임배추를 기계가 아닌 사람의 눈과 손끝으로 꼼꼼하게 세척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수십만이다.


그 영상을 올리고 팔로워수가 순식간에 700명이 더 늘었다. 팔로워만 는게 아니다. 절임배추 주문문의가 하루에 수십건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리는 지금 배추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받은 주문정도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배추가 남았다. 추가주문은 무리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했는데...


스마트스토어에 4만개가 넘는 절임배추 상품들 중에 우리가 그래도 200위 안에 든다는 것은 매우 훌륭한 성적이다. 그리고 그 순위가 날이 갈수록 올라가 매우 뿌듯했는데...


배추가 없다. 저을 노가 없다.


더 아이러니한 건 배추가 없어서 급히 품절을 시켜놨는데, 팔 지 못 한 배추가 한가득이다.


절임배추에 쓸 김장배추는 부족하고, 팔지 못 한 월동배추들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애처롭게 나를 쳐다본다.


누나, 나 어떡해?

언니, 우리 이제 어떡해?


몇날며칠을 고민했는데...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끝까지 가보자고!


며칠 전만 해도 팔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월동배추밭에 이제라도 돈을 그만쓰고 포기해야지 않나 싶었는데, 사람을 들여 배추대가리도 묶어주고 식구들이 이고지고 거름도 해줘서 배추 사람 한 번 만들어보자.


그래서 정 안되면 정말 내가 절임배추 팔 듯 택배로라도 팔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순식간에 늘어난 내 팔로워들 덕분이고, 인스타에 예쁜 댓글 남겨주셨던 분들 덕분이다.


그래. 안 되는 게 어딨어. 어떤 분의 말대로 사장님이라면 할 수 있어요!


팔 수 있어요!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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