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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아빠 Nov 16. 2023

인왕산에 오르면

서울은 다채롭다. 

옛 것과 새것, 도시와 자연의 공존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회사가 광화문 근처에 있어서 퇴근 후에 종종 인왕산에 오르는 편이다. 

물론 무덥고 모기가 많은 여름은 빼고. 

작년에 북유럽 풍경사진 여행에 대비한 체력훈련을 겸해 이십여 차례 이곳을 올랐다. 

그 외에도 하늘이 맑아, 구름이 예뻐, 비가 그쳐, 달이 운치 있어, 그냥 울적해서... 

같은 장소라도 시간과 기류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 오르는 편이다. 

한 장의 사진도 담지 못할 때도 있지만 괜찮았다. 

카메라를 지녔다고 해서 반드시 사진을 찍으란 법은 없으니 

오르는 날의 기분에 따라 아예 꺼낼 생각조차 안 할 때도 있었다.

지나치게 높고 험준한 산은 소중한 무릎을 위해 사절한다. 

인왕산 정도가 좋다. 한 시간 내외로 오르내릴 수 있고,

해발 338미터 안에 완만함과 나름 난이도가 있는 구간을 함께 품은 

집약적인 지형 덕분에 속도를 내면 제법 진득하게 땀 흘릴 수도 있다.

해 질 무렵부터 밤까지 MZ세대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해서 오르는 동안은 함께 젊어진 기분도 누릴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도심의 혼잡함을 뚫고 산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잡념이 사라지고, 달갑지만은 않은 직장생활을 잠시나마 버틸만한 힘을 얻는다.  

잠시 격조했는데 쌀쌀해진 오늘 퇴근길에 한번 들러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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