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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아빠 Feb 29. 2024

딸과의 도쿄여행은 처음이라 (1)

고등학생 딸과 도쿄여행을 한다니 동료직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둘이서?”

“딸이 따라간대요?”

“좋은 아빠네.”

“고등학생인데 아빠랑 둘이 간대?”

많은 이들과 공유하지 않았지만, 대다수는 다 큰(?) 딸이 아빠와 둘만의 해외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딸을 데리고 다녀오길 권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내가 가게 됐다.  

여행준비야 다 비슷하지만, 도쿄 아니 일본여행 자체가 처음이라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일정도 2박 3일로 짧아서 적절한 스케줄 계획이 필요했다.

필요한 시간대에 출발과 도착이 있는 아시아나 항공으로 정하고, 숙소는 도쿄를 중심으로 후기가 좋은 비교적 신축인 호텔을 잡았다. 현지 사정을 잘 안다면 이동하면서 숙박지를 정했겠지만 복잡한 전철 노선을 감안해서 도쿄의 동부와 서부를 다 갈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여행의 거점으로 삼았다.

현지 자료를 찾느라 책도 빌려보고, 유튜브의 여러 콘텐츠를 전전했지만 결국 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마땅한 포인트를 잡아내지는 못했다. 다 큰 딸을 데리고 디즈니랜드를 갈 수도 없고,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사전 예약이 필수라서 핑계 삼아 책을 덮고는 즉흥여행을 다짐했다.


집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은 여행을 시 셈하듯 갑자기 차가워진 기온과 눈발로 가득했다.

아침 비행기라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섰는데 국내선과 국제선을 헷갈려 한 바퀴를 다시 돌아 겨우 주차했다.

'그래 여행은 이런 거지, 계획대로 될 리가 있나.'

그래도 사전에 모바일 체크인과 입국 심사를 마친 덕에 탑승 수속은 순조로웠다.

문제는 탑승 후에 터졌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비행기 날개에 쌓인 눈더미를 제거하고 출발해야 해서

비행기에 앉아서 한 시간 반이나 더 기다렸다.

어쩐지 작년에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가던 때가 오버랩되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하네다 공항 출국장은 일본으로 입국하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몇 바퀴나 뺑뺑이로 줄을 세웠는지 한참을 돌고 돌아 미리 준비한 입국심사 QR을 찍고 일본에 입성했다.

교통카드를 사야 하는데 내가 아는 일본어는 쓰미마셍 정도가 전부였기에, 안내하는 직원 앞에 서서 다소 애처로운 눈빛과 미소를 장착하고 번역앱을 들이댔다. 곧바로 알 수 없는 일본말로 친절하게 웃으며 한 방향을 가리켰고, 파스모 교통카드에 두 장을 삼 천 엔에 구입했다. 그럼 뭘 하나 숙소로 가려면 케이큐선을 타고 다카라초 역으로 가야 한다는 정보만 알지, 어디가 입구인지 케이큐선을 타려면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맞겠지?"

"맞을 거야."

"정말?"

"가자!"

"아님 다시 돌아오면 되지."

그렇게 우리의 도쿄행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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