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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 Aug 23. 2021

[헤비컨슈머] 연애 버라이어티 콘텐츠/프로그램들

체인지 데이즈, 환승연애, 돌싱글즈

 연애 콘텐츠가 낯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유독 요즘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신나기도 하고 한편으로 낯설기도 하다. 세상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아서, 늘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남자 친구 있나요' 등을 물어보는 사람들. 그런 우리를 쉽게 자극할 수 있는 연애 콘텐츠들이 마구마구 컴백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달라진 점은 '진짜 리얼'(진짜 진짜...). 예전에는 연예인을 위주로 펼쳐지고 대부분 연출이었던 <강호동의 천생연분>,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강호동의 연애편지>, <우리 결혼했어요>가 한 시대를 휩쓸었다. 그리고 중간에 <내 귀에 캔디>, <선다방>, <하트시그널> 등 굉장히 다양하고 좀 더 리얼하고 특이한 연애 버라이어티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었다. 특히, <하트시그널>의 대성공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제작자들이 연애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트시그널>이 시즌2로 정점을 찍고 전에 비해 반응이 약해지는 동안, 넷플릭스에서도 다양한 연애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다. 어느덧 넷플릭스는 <투 핫>, <블라인드 데이트> 등 내게 다양한 연애 실험 콘텐츠들을 추천해주었고, 곧 국내에서도 눈길을 끌만한 연애 예능들이 쏟아져 나왔다.


1)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

카카오TV 화 오후 5시 공개. 2021.05.18 릴리즈

 카카오TV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콘텐츠로, 경악적인 콘셉트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인기 또한 많았다. (<환승연애>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체인지 데이즈는 거의 끝날 최대의 위기에 있는 연인들이 함께 일주일 동안 살고, 서로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해보면서 기존의 연인을 택할지, 혹은 새로운 사람을 택할지, 아니면 혼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갈지를 선택하는 연애 버라이어티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거야 말로 '환승연애'일지 모른다.) 그 과정 속에서 기존 연인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드러나며,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모습을 통해 각 사람은 어떤 성격의 사람이었는지 등이 잘 표현된다.

 

 하지만, 그게 조금 숨이 막힌다.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저 정도인데 왜 안 헤어졌지..?'다. 생각보다 각 커플의 문제가 심각해 보이게 연출되어서, 아무리 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연애라할지라도 이러한 의문이 사라질 수 없다. 거기다가 방송 출연까지 하는 것이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하트시그널>과 차별화되어야 했던 '진실성'이라는 포인트가 의심되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기존 커플로 촬영을 하는 것은 어느덧 스타 양성 프로그램의 일종이 되어버린 <하트시그널>과 차별화되는, 사람들의 몰입감을 자극하는 세팅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도하면 결국 진실도 가짜로 보이게 됨을 <체인지 데이즈>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약 한 달 동안 같이 살던 다른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비해 일주일간의 합숙이라는 점도 아쉽다. 일반인이다 보니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일주일 동안 기존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 등을 택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2) 환승 연애

TVING 금 오후 04시 공개. 2021.06.25 릴리즈

 <환승연애>, 이름이 잘못되었다. 제목을 보고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욕을 했다. 본인들도 이를 의식했는지 첫 화에서 각 출연진(혹은 제작진)이 생각하는 환승의 의미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본인들의 의견이 듯이, '환승'이라는 단어 자체를 미화시킬 수는 없었다.  환승은 딱 대중교통 돈 아까니는 용도 정도로만 쓰기로 하자.

 하지만, 그렇게 욕하던 나를 포함한 대중은 들렸던 등을 슬며시 다시 180도 돌렸다. <환승연애>라기에는, 그들의 사랑이 너무 애절하고 또 새롭다. 우리가 생각하는 욕할 만한 '환승'이 아니었고, 이미 헤어진 커플을 대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고 해도 그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지 못했던 절절한 서사가 느껴졌다. '환승'을 할 수 있으려면 '기존 사랑'과의 완전한 끝을 맺을 줄 알아야 하는 법. 그걸 우린 알면서도 보기 전까지는 완벽히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환승연애>에서 우리는 참가자들과 아픔을 함께 느껴야 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러한 지나간 사랑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기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그때는 옳았지만 돌아보니 옳지 못했던 연애, 마음이 통해도 다른 요인들에 의해 힘들어 헤어졌던 연애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가 사랑을 한다는 점에서 <환승연애>는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녹였다.

 그런 면에서 몰입감이 <체인지 데이즈>와는 차원이 달랐다. <체인지 데이즈>를 보다 보면, 누가 더 나쁜지. 지난 연애에서 나도 저런 면이 있었는데, 저런 면이 진짜 별로구나 등을 좀 더 생각하게 된다면, <환승연애>는 그런 면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얼마나 또 좋은 사람일 수 있는지, 어떤 면에서 좋은 사람인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 <플립>, <노트북>, <어바웃 타임>가 인기 있는 이유는 우리는 늘 애절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 등을 안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환승연애>는 그런 아련한 지점을 잘 건드렸다.  


3)돌싱글즈

일 밤 9시 20분 방영. 2021.07.11 릴리즈

 당당한 이혼녀 이혜영, 아직은 조금 어색한 재혼남 정겨운, 가정을 열심히 이루고 있는 유세윤과 이지혜. 어떻게 보면 쇼킹한 조합이다. 하지만, '돌싱'이라고 기죽지 않는 모습을 MC로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 '이혼 남녀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의 모습은 사회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목적성에서 잘 드러나는 점이 좋다.

 <돌싱글즈>에서 가장 큰 포인트는 사회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이혼을 하는 게 이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것이라는 판단을 자체적으로 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에 괜히 이야기하기 꺼려졌던 이혼은, 이제는 충분히 납득이 되는, 아니 납득이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초반에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고, 그들이 잘 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두 번째가 중요했다. 이는 미혼인 사람들은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혼을 한 경우에도 또 두 가지 경우로 나뉘었다. '육아'의 문제.  첫째 날을 보내면서, 인생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확실하게 본인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확실한 표현을 했다. 'ㅇㅇ가 궁금하다'라던가 ㅇㅇ가 이야기했던 먹고 싶은 음식을 갖다 준다던가. 시그널은 입주자들끼리도 눈치챌 정도로 확실했다.
 하지만, 정체를 밝히자 달라졌다.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를 밝히고 나서 향하는 시그널은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아예 다른 쪽으로 큐피드 화살이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막에서도 이게 얼마나 중요한 돌싱남녀들의 중요한 고려사항인지 보여준다.

자녀 없음. 그리고 자녀가 있다면, 몇 살의 어떤 자녀가 있는지, 거기에서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양육하고 있는지, 양육하고 있지 않은지까지 자막에 추가가 되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좀 아프기도 했고, 내가 아직도 '이혼'이라는 걸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더 들여다보지 못했구나 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혼을 한다고 해서 단순히 '돌싱'이라고 보는 것 역시 편견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
 실제로 MC이혜영은 결국 본인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감정들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위로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위로는 100% 위로가 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아픈 이야기일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매칭된 커플들은 동거를 시작했다. 두 커플은 아이가 없는 상태로, 한 커플은 아이와 함께하는 동거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떤 식으로 다시 한번의 동거가 이루어지면서 설렘을 느낄 수 있을지, 그리고 다시 한번 어떤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가 나올 것이라 기대된다. 단순히 설렘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리얼한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이해하게 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진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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