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9년인, 현대인의 수명은 약 110세까지 늘어난 지금. 그녀는 곧 죽음을 맞이할 1990년대생이다. 90년대생인 그녀는 함부로 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녀를 보는 혐오의 시선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따금씩 뉴스에는 ‘지나가던 20대 청년에게 음식물쓰레기 투척당한 90년대생’, ‘30대 회사원에게 맞은 90년대생’ 등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뉴스는 이를 ‘묻지마 폭행’이라 규정했지만, 범죄자들은 재판 송환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붙잡힐 때면
“묻지마 폭행 아닌데요? 다 자업자득입니다.”
라고 말했다. 호탕한 90년대생들은 노인 공경 나라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을 언론이 부풀리는거라며, 자책하지 말라며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꽤 있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소심했던 그녀는 하루하루 집 앞 산책 나가기조차 겁이 났다. 나간다해도 겁이나 사람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아니 사실 겁보다도 그녀는 미안해서 견딜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묘하게 떨리는 다리와 불안한 시선 속에서도, 사람들의 행동을 줄곧 따라가며 그들을 관찰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잘 살고있나 감시하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사람들을 겁낸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피했다.
그녀의 증상은 4개월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4개월 전 아침, 동네 벤치에 앉아 있다가 한 꼬마를 만났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는 날이었는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철저한 대비를 위해 최신식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그 친구는 슬쩍 그녀를 보고 지나가다 곧 다시 돌아왔다.
“할머니!! 몇살이에요?”
오랜만에 말을 걸어준 음성이었다.
“나는.. 나는.. 103살이란다..”
“그럼 90년대생이겠네요?!! 엄마가 100살 넘으면 90년대생이랬어요!”
“…”
“그럼 할머니 때문에 저 이 방독면 써야하는 것도 맞아요?! 할머니가 이렇게 만든거 맞아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순식간에 이렇게 세상이 망가질 줄 몰랐다. 2085년 이후 세상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히 나빠졌는데, 그녀는 가끔 멀쩡히 숨을 쉬는 것조차 기적으로 느꼈다.
1990년대생인 그녀에겐 모든게 당연했다.1970년대부터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있었기에 1990년대에는 사회 전반의 분야에서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세계가 당면한 화석연료 및 자원 고갈의 문제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자'라는 슬로건이 등장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녀 세대는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더워진 날씨는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 극복했다. 목이 마르면 ‘아아’라 불리우던 것을 테이크아웃 했다. 더 더워지면 집 근처 커피집에서 배달을 시키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70~80년대생이 사망하자, 손가락질은 90년대 생에게 집중되었다. ESG,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 지속가능한 패션, 용기에 포장해오기 등을 이끌었던 2000년대 생 이후의 사람들은 그 노력으로 책임에서 조금 면제되었다. 그렇게 1990년대생은 대표적인 혐오 세대가 되었고, ‘X세대’의 의미는 없어야했던 세대라는 의미로 변했다.
X낙인을 받은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아이가 다시 말을 걸었다.
“할머니! 미안하죠?"
“ㅁ..…..미안해..너무 미안해요….”
“꼭, 계속 미안해 해야해요. 나 방독면 쓰고 학교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는거, 학교 가서 밥 먹지도 못하고 참다가 집에 와서 먹는 거 나 그거 너무 힘들어요! 나 어제는 체육 시간에 진짜 힘들었는데 물도 못 마셨어요”
“미안해요..정말로 정말..….”
“맞아요. 미안해하세요! 근데 또 너무 너무 너무 많이 미안해하지는 마세요. 우리 엄마가 맨날 할머니 욕하거든요? 근ㄴ데 우리 엄마도 맨날 집 앞 슈퍼갈 때도 차 타고 가고요. 저 데리러 올 때 카페에서 컵 받아오구요! 옷도 맨날맨날 사고 맨날맨날 버려요! 그니까 우리 엄마도 나한테 미안해 해야하는데, 난 그냥 우리 엄마라 아무 말 안해요.”
“…”
“그래도 저는 그렇게 안 살거에요. 저는 2090년대생이니까. 1990년생인 할머니랑 다를 순 없잖아요! 전 달라질거에요. 저는 제 동생한테는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을거에요!”
“미안해”
자꾸 쫑알쫑알 이야기 하는 아이의 방독면에 습기가 차 자꾸 그 아이의 얼굴을 가리우는게 미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