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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 Aug 10. 2021

['S] 실종

딸기우유에서 나를 찾다.

“너는 왜 딸기우유가 좋아?”

“딸기 맛있잖아! 난 과일 중에 딸기가 제일 좋아!”

“딸기 우유엔 딸기 없어.”

“에이 거짓말”
 “진짜야. 이거 보이지. 딸기농축과즙 0.11%, 그리고 나머진 딸.기.향! 딸기 없는 딸기우유! 그야말로 실종인거지.”


 그 이후로 성분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빙그레 딸기우유만 먹었지만, 뒤늦게 진실을 알고나니 정말 다양한 이름의 우유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우유속의 딸기과즙, 리얼딸기우유, 논산딸기가 든 1등급 우유, 딸기과즙듬뿍 우유 등등.. 그 중에서 진짜 딸기는 찾기 힘들었다. 그저 소수점 둘째자리수 정도의 변화가 ‘내가 더 진짜 딸기야!’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딸기실종사건’이었다. 내가 유독 딸기우유를 좋아했던 건, 딸기가 느껴져서였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욱 컸다. 바나나우유는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왠지 바나나 우유는 어릴적 쓰던 노란 형광펜에서 나는 가짜 냄새와 같은 맛이라고 생각했다. 
  '딸기우유는 달라. 이름처럼 살아. 그래서 좋아.’ 근데 그게 아니었다. 
 

 “야! 유별! 일찍 왔네.”

 “웅… 야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왜 이쁜 이름 뒀다 뭐하냐”


 별. 그리고 하필 별중의 별이어야 하는. 유 별, 두 글자. 그 이름은 나를 괴롭혔다. 


 “‘유별’나지 않는 ‘유 별’” 

 초등학교 시절 화장실 칸 안에서 이 말을 들었다. 이름은 예쁜데, 하는 짓은 특별한 것 없고 외모도 딱히 좋지 않은 유별. 그게 나였다. 나는 그 날 엄마에게 새 옷을 사달라고 졸랐다. 온갖 화려해 보이는 색과 무늬의 옷을 사고 학교에 갔고, 아이들은 변한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 느껴보는 시선이었다. 재밌었다. 그 이후로는, 화려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발표 하나를 하더라도, 수학여행에 가서 장기자랑을 하더라도 좀 더 특별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난 눈에 띄는 아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름도 ‘별’이라서 이쁜데, 옷 입는 취향과 태가 남다르다며, 역시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특별한 내 이름이 부럽다고 했다. 그렇게 나를 빼고 모두가 나를 좋아했다. 
 
  “왜! 난 네 이름 부러운데! 너랑도 잘어울려”
  “그냥… 난 사실 그렇게 별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딸기우유처럼 보이는게 다가 아닐수도 있지~”
  “뭐야. 너 요즘 뭐 뒤늦게 사춘기야? 이십춘기야?”
  “뭐래~”
  “야. 다 그래. 나도 그렇고. 다 그렇게 과대포장하면서 살아가.. 어쩔 수 없더라도..”
  “그게 되게 별로지 않아? 나는 그게 싫던데. 지치잖아~ 20살이 되면 어른이 되서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야. 딸기우유에 어쨌든 딸기는 있어. 0.1%던, 0.12%던. 다 조금씩 차이지 결국 딸기는 있다고. 그거에 집중해봐. 그게 딸기우유가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르지. 실종이 아니라 그냥 조금씩 다 다른 과대포장. 그냥 그정도라고.” 
  

 그 날 나는 다시 딸기 우유를 마시면서, 내 안에는 유별이란 사람이 몇 % 존재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걸 알아내는 게 내가 앞으로 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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