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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the Smart City Oct 03. 2022

Work-Life Balance is Smart

창덕궁에서 느낀 What is Smart

스마트시티의 이미지는 Slow City보다는 Fast City에 더 가까울 것 같다. 'Smart'는 도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의미하는데, 효율적이려면 왠지 빡빡한 일정에 바삐 움직여야할 것 같다. 과연 우리는 더 정신없이 살기 위해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일까?




얼마전 독일인 지인과 창덕궁 비원(후원)을 다녀왔다. 내국인을 위한 후원 입장권은 늘 매진이여서 지인에게 SOS를 요청했고, 외국인을 위한 후원 입장권을 쉽게 구했다. 창덕궁 후원을 무척 좋아해서 몇 번이나 갔지만, English Tour Guide는 처음이어서 평소보다 설명에 귀를 더욱 기울이게 되었다.


가이드 설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비원이 왕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조선의 궁궐들 중 창덕궁을 왜 가장 좋아하는지 이 부분에서 문득 깨달았다. 창덕궁만이 궁궐 안에 유일하게 업무를 위한 공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ower Game의 한가운데에서 시달리고 궁궐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을 왕에게 휴식을 위한 공간은  꼭 필요했을 것이다. 조선왕조는 건물 한 채를 넘어서, 왕이 노닐고 낚시도 할 수 있고 책도 있을 수 있는 거대한 정원 개념의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창덕궁은 궁궐 공간에 과감한 여백을 주었다.




스마트축산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로서는 농장주 1명이 평균 1,000마리의 돼지를 키울 수 있다. 스마트 서비스를 활용하면 1인이 돼지 10,000마리까지도 키울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마리수의 증가가 아니다. 스마트기술이 돼지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통합관리를 해주는 가운데, 농장주가 일일히 축사의 화재 발생 가능성과 돼지의 건강상태 등을 챙기던 때에 비해 여유 시간과 에너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이 농장주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선물한다. 특히 축산농장주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고려할 때, 이는 더욱 유의미하다. 이제 축산농장주는 축산 신기술 연구, 취미활동, 저녁식사 후 산책 등에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젊은 사람들도 Work-Life Balance를 누릴 수 있는 농축산업 종사를 고려해보게 될 수 있다.  


스마트도시(스마트기술)은 인류와 다른 생명체가 지구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지향한다. 진짜 효율성은 우리가 건강하게 생활할 때 발현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건강에는 휴식이 전제된다. 그러므로 스마트도시는 기술의 적용 자체를 염두에 두기보다 사람과 환경에 대한 바른 사랑(삶의 여백 고려)을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9월의 창덕궁 인정전 - 업무 공간
9월의 창덕궁 비원(Secret Garden) - 휴식 공간


동양의 궁궐을 처음 본 독일인 지인이 창덕궁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건물과 자연이 함께 있는 것이 좋단다. 그도 직감적으로 Work-Life Balance를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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