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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the Smart City Aug 17. 2022

Create Open Collision Spaces

스마트시티의 공공공간 디자인

2019년 가을, Berlin Design Week의 한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Design for Spatial Experience'에 대해 다루었고, 여기서 나의 흥미를 끈 주제는 'Prestigie vs. Productivity'였다.

2019 Berlin Design Week의 'Design for Spatial Experience' 프로그램에 참석하였다.


위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Prestige를 보여주는 SC Johnson Wax Research Center, 오른쪽 건물이 Productivity를 보여주는 MIT의 Building 20이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클로즈업 사진을 확인하면, 전자는 건축철학이 녹아들고 고급 마감재를 사용한 공든 건축물이고, 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지어진 목재 뼈대의 임시 건축물인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SC Johnson Wax Research Center

https://www.scjohnson.com/Interacting-with-SC-Johnson/Tours-and-Architecture/Our-Architecture

*MIT의 Building 20 (현재는 없어짐)

https://infinite.mit.edu/video/mits-building-20-magical-incubator


놀랍게도 이 볼품없어 뵈는 임시건축물 Building 20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9명,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Bose 등 미국 과학기술계의 거인들이 탄생했다.  


Building 20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3년, 미국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방사능실험실을 설치하고,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자들을 불러모아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급히 지은 건물이다. 척추역할을 하는 중심건물과 여기에서 뻗어나가는 세 개의 건물들이 있는 독특한 형태로 지어졌다. (상상컨대 이러한 구조는 어떤 효율성을 기대했다기보다는 주어진 부지에 최대한 많은 연구실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 같다.)


반면 Frank Lloyd Wright라는 세계적인 건축가에 의해 아름답고 정교하게 설계된 SC Johnson Wax Research Center는 연구가 잘 안 되는 곳으로 명성(?)이 났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Building 20는 전쟁 후 철거하기로 하고 지어진 임시건축물이었다(그래서 이름도 단순하게 붙여졌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연구를 하는 곳이었기에 연구자들은 연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이들은 실험기계를 설치할 공간이 안 나오면 벽이나 천장을 허가 없이 허물 수 있었고, 각종 기기와 부품들을 건물 마당과 지붕에 여기저기 쌓아놓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이 공간의 구석구석을 원하는대로 마음껏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혼자서 연구를 하는 성향이 강한 과학자라는 직업군들이 이 건물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서로 섞이고 어울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건물은 과학자들에게 'Open Collision Expereince'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어, 중심건물과 뻗쳐나간 세 개 건물의 길쭉한 복도 형태는 동선상 사람들이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실을 가기 위해 다른 연구실을 지나가면서 다른 분야의 연구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또한 점심 제공은 한 지점에서만 되어 점심시간이 되면 과학자들은 중심건물에 모여야 했다. 많은 인원들이 샌드위치를 받기 위해 긴 줄에 서서 기다리는 사이 물리학, 언어학, 화학, 생물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서로의 연구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마주침과 소통 속에서 융합적인 분야의 연구를 모색하고 새로운 시도해볼 수 있었다.


반면에 SC Johnson Wax Research Center는 'Open Collision Expereince'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SC Johnson Wax Research Center의 엘리베이터는 최대 2인이 탈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낯선 과학자들 간의 우연한 마주침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 SC Johnson Wax Research Center의 엘리베이터 디자인

Gallery of AD Classics: SC Johnson Wax Research Tower / Frank Lloyd Wright - 34 (archdaily.com)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장소이다. 가장 첫스텝이서로 섞이는 것인데, 공공공간이 바로 이 역할을 수행한다. 공원, 산책로, 도서관과 같은 공간은 Informal and Unplanned Collisions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다.


미국의 발명가 Robert Propst의 아래 발언은 마치 공공공간의 이러한 역할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It's truly amazing the number of decisive events and critical dialogues that occur when people are out of their seated, stuffy contexts, and moving around and chatting with each other."



스마트시티에서 공공공간의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공공간에 있어 스마트시티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저 Collision이 풍부하게 발생할 수 있는 온라인, 온프라인 공공공간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오히려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어주어 스마트시티의 생명력을 존속시켜준다. 모든 부분에 있어 세세한 설계가 들어가면(=통제), 사람들은 우연히 만나 소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는 '놀이(play)'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정리하면, 스마트시티의 공공공간 디자인은 'Building 20'과 같이 Underspecify해야한다. 사람들이 놀 수 있는 을 내어주는 도시, 그것이 스마트한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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