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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중 Oct 23. 2021

학교, 메타버스에 올라타다

대구 학교가자닷컴, 이제는 메타버스로 진정한 학교를 만들어버리다.

침묵의 함대라는 만화가 있다. 일본의 핵잠수함 한대가 쿠데타를 선포하고 나가서 국가를 세워버리는 만화이다. 겨우 핵잠수함 한대가 무슨 나라냐 싶은데 구성을 잘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수함 한 대로도 한 국가와 맞짱을 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작년 코로나 시국에 교육계를 뒤흔들었던 '학교가자닷컴'도 충분히 그들만의 학교를 하나 지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었는데 결국 그것이 일부 현실이 되었다.


2020년, 갑작스러운 코로나의 습격으로 위기를 맞은 학교를 구하러 홀연히 나타났던 ‘학교가자닷컴’이 어느덧 1주년을 넘겼다. 개학을 하지 못해 등교를 하지 못하여 혼란에 휩싸인 학교를 대신해 학생을 구원하기 위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학교가자는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였다. 모든 것이 뜻있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이었고, 그 노력에 부응한 학생들도 순전히 흥미를 느끼고 재미가 있어서 학교가자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인연은 이어졌고 전면 등교로 전환된 올해에도 학교가자는 여전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여름방학에는 학교가자에 대변혁이 있었다.


올초부터 대구는 수도권의 코로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대규모 집단감염은 나타나지 않아 전면 정상 등교였기에 학교가자는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학교가자의 매력에 빠져 학교도 가면서 여전히 학교가자도 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그런 이상한 분위기 속에 학교가자를 관리하는 선생님들도 학교가자의 변신을 꿈꾸었고 때마침 ‘가상 청와대’로 촉발된 메타버스 대유행에 올라타 학교가자도 메타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벗어난 가상 세계에서 마치 현실처럼 활동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마인크래프트 라는 게임으로 잘 알려졌으며 학생들은 조금씩 조금씩 메타버스 경험을 넓히고 있었다. MZ 세대에 걸맞게 세계적 기업들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져 가상 인물 모델이나 가상 세계의 명품들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어 메타버스가 코로나 시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에 걸맞게 학교가자도 여름방학 메타버스 캠프를 기획하였다. 가상의 학교 공간에서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누리던 평소 하고 싶던 것들을 마음껏 누리는 ‘일상으로의 초대’를 실현했다. 당연한 것들의 감격적인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의 귀환이었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수학여행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급식을 먹으며 마음껏 대화할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레슬링을 하며 뒹굴고 놀 수도 있었다. 메타버스 안의 나는 거리두기 없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비록 등교라 해도 코로나 상황에 예전과 달라진 학교는 성장기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답답한 곳이다. 현장체험도 없고 수학여행도, 학예회도 운동회도 거의 없는 하루 종일 마스크만 지배하는 답답한 공간이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비록 가상 세계에서나마 코로나가 없는 학교를 구현하여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풀게 해 준 것이다.


게다가 메타버스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과 결합한 신기술이고 소프트웨어, 코딩 등 이제는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을 재미있게 맛볼 수 있는 좋은 장이 되기도 했다. 뜻을 같이 하는 몇몇 교사들이 힘을 모아 세운 학교가자닷컴 메타버스 여름 캠프는 학교가자의 자체 대변신을 이룸과 동시에 미래교육을 실험하고 효과를 증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를 접하며 또 한 번 달라진 세상을 경험하였고, 교육 당국도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이번에도 학생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 관심과 애정으로 이룩한 재능기부였다. 코로나가 더 활개 칠수록 기부의 열정도 더 커져서 학교가자는 단순한 온라인 학교를 넘어서 학교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을 세심히 챙겨주는 보호자 역할도 해냈다. 모두 학교를 너무나 잘 아는 교사들이 주축이 되었으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순수 기부이자 자원봉사였기 때문이다. 이제 곧 본격적인 일상 회복,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가자는 이제 정말 숙명을 다하고 쓸쓸히 문을 닫아야 할 것인가? 그런데 과연 이토록 타오르는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그렇게 허무하게 끝을 볼까? 잘은 몰라도 아마 무언가 또 다른 길을 찾을 것 같은 예감이다. 예감이 틀리지 않을 것 같은 내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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