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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중 Oct 08. 2023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 오히려 좋아

포스트코로나, 마치 없는 듯한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말도 안 되고 황당한 일이라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었는데, 그런 일이 현실로 우리에게 생긴 적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의 습격이지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말도 안 되는 질병이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갑자기 생겨난 무서운 바이러스 하나에 우리 모두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사회는 거의 마비됐고 세상은 대혼란이었습니다. 세계의 경찰이라 불리는 미국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에 이어 전대미문의 온라인 개학까지 생길 정도로 학교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마스크 품절 대란이 있었고 영업 통제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방책이 난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직 의학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는 대혼란인데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의학계조차도 정답을 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답답하고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 함께 불쾌하지만 불가결한 동반자 사이로 지내기도 하며 그렇게 만 3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공식적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비슷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은 코로나 이후의 심각한 후유증을 걱정했지만 사실 그런 부작용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무고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특히 연로한 분들이 안타까운 일을 많이 겪으셨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의학이 재정비를 하여 힘을 갖추고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때까지 희생은 불가피했으며 지금도 사실 진행 중으로 지금도 여전히 누구나 확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그다지 위험이나 공포가 체감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코로나 까짓것’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마스크를 벗고 거의 어디든  갈 수 있고, 병원 밖은 어디서도 마스크를 강요당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손 소독제가 사라지고, 확진자 알림 대신 세상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면서 코로나 이전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늘고 다시 지구촌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물론 저주받을 바이러스로 인류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세상사는 새옹지마라고 특히 우리는 코로나 기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고 세계에서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미국도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온 국민이 혼란에 빠질 때도 우리나라는 그만큼이 아니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우리의 생명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스스로 지켰습니다. 세계는 한국의 마스크 착용에 감탄과 부러움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코로나 이전에도 ‘쌩얼’을 가리는 모자와 마스크의 민족이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장점이 될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요, 진정한 ‘배달’의 민족 아닌가요.


한국인의 애국심, 마스크 적응력, 스마트 기술, 배달 산업은 코로나를 이겨낸 힘이 되었고 세계가 한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서유럽의 선진국들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며 앞선 기술로 스마트한 방역을 추진하는 한국을 조잡한 마스크로 우왕좌왕하는 일본보다 더 높게 평가했습니다. 경제 순위로 따지면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아래인데, 코로나를 극복하는 능력은 일본보다 훨씬 우위였던 것입니다. 결국 코로나 3년 동안 우리는 놀라운 모습으로 변해서 세계에 우뚝 섰습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결말도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눈을 뜨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도 그런 상황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에 이제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는 다시 평화로워졌고 그 안에서 우리나라는 훨씬 더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오히려 좋아’ 진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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