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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 Jun 20. 2023

아마추어지만 쫌 합니다.

색소폰에 대한 편견과 오해 2

색소폰에 대한 편견과 오해 2


3. 색소폰은 황금색의 금속으로 만든 금관 악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색소폰은 트럼펫, 트롬본과 같은 황금색 금속 몸체를 가지고 있다고 보니 금관악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목관악기로 분류가 되고 있다. 소재에 의한 분류 보다는 악기의 소리를 발생시키는 원리가 목관악기와 같은 리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를 해서 트럼펫은 입으로 공기를 내보낼 때 입술의 떨림에 의해서 소리가 발생이 되는데 색소폰은 입으로 공기를 보낼 때 아래 입술에 있는 리드(Reed)의 떨림에 의해서 소리가 발생하는 방식이 클라리넷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색소폰 색상에 대해서도 편견이 있는데 대부분의 색소폰이 황금색인 이유는 주로 황동소재를 사용하고 그 위에 투명 라카(Lacquer)를 칠하기 때문이다.

Photo by EAVONE Jazzman on Unsplash

 튼튼한 철이나 알루미늄, 티타늄 소재의 금속소재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황동이 가공에 용이하고 가벼우면서 비싸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색소폰은 당연히 황금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색상의 색소폰이 판매되고 있는데 은도금이 되어서 은색인 악기도 있고 검정색으로 도색을 하거나 루비색상으로 도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서 투명하거나 흰색인 색소폰이 있기도 하다. 관악기 중에서 소재와 색상에 있어서 색소폰 만큼 다양한 악기는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악기가 있어서 자꾸 새로운 악기를 구입해서 연주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거다.

다양한 색상의 색소폰(블랙 : 셀마 슈프림 블랙라커 / 실버 : 야마하 62S / 루비 : 캐논볼 A5-R)

<사진출처>

- 셀마 : https://www.selmer.fr/en/product-sheet/supreme-alto

- 야마하 : https://jp.yamaha.com/products/musical_instruments/winds/saxophones/yas-62snm/index.html

- 캐논볼 : https://www.cannonballmusic.com/big-bell-alto.php


4. 배우기 쉬운 악기 VS 배우기 어려운 악기

 두번째에도 얘기했듯이 취미로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색소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대부분 색소폰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나도 학창시절 배웠던 리코더나 단소처럼 계이름과 손가락의 위치(운지)만 배우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도 운지를 외우는 건 전혀 어렵지 않고 며칠만 연습하면 금방 할 수 있었다. 조금만 연습하면 동요와 같은 쉬운 노래는 금방 연주가 가능하긴 하다. 그래서 악기를 처음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악기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고 싶은 것은 실력이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가 되는 길은 쉬운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타와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처음에 손가락의 움직임을 연습하는게 중요할텐데 색소폰과 같은 관악기는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라 입의 움직임과 호흡이 문제가 된다. 악기를 처음 배울 때는 호흡을 강하게 해서 공기를 내뱉어야 겨우 소리가 나기 때문에 큰 소리만 낼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소음이라 생각하기 쉽다. 모든 관악기들이 다 비슷하겠지만 사람들이 듣기 좋은 소리(톤이 좋은 소리)를 내려면 입과 호흡기관, 몸에 힘을 빼야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수많은 시간동안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만 터득할 수 있는 부분이라 쉽게 습득이 되지 않는데 이것 때문에 흥미를 잃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다른 관악기에 비해 색소폰은 소리를 내기는 쉬운 편이지만 뛰어난 연주자가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5. 폐활량이 좋고 손가락이 빨라야 되는 악기?

 색소폰을 시작하려고 고민하시는 분들 중에서 색소폰을 잘 연주하려면 당연히 폐활량이 좋아야 되고, 빠른 연주를 하려면 손가락이 빨라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평소 호흡이 부족하거나 폐활량이 좋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 나이가 들어서 손가락이 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시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제일 안타까운 오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습을 하면서 폐활량과 손가락의 속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거의 없고(새끼손가락은 아직도 느리다.) 입술과 입술 주변의 근육, 혀의 움직임 등에서 한계를 느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30분 이상을 연습하기가 어려웠는데 그건 호흡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입술 주변 근육이 너무 아파서였다. 그리고 다양한 박자를 연습하다보면 입이 속도를 못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4분음표(♩)를 연습을 하다가 익숙해져서 8분음표(♪), 16분음표(♬)를 배우려고 하다보면 손가락은 속도를 따라가는데 입과 혀의 속도가 박자를 못 쫓아기기 일수였다. 색소폰은 음과 음사이 박자를 구별할 때 혀를 이용하는데 혀를 이렇게 빠르고 다양한 속도로 움직여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버벅대기 일쑤였다. 초보 시기를 지나 고급 기술을 익힐 때에도 입술과 입안의 구조를 다양하게 변화를 주어야 되는데 이게 선생님의 입안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익혀야 되기 때문에 고급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결국 폐활량, 손가락의 속도에 자신이 없어도 색소폰 배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입이 제일 문제다.


6. 비싼 악기

 색소폰은 비싼 악기일까?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입문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싼 악기가 맞다고 본다. 특히 처음 입문하려고 하면 가장 저렴한 중국제 악기가 60~70만원 정도며 야마하는 제일 저렴한 모델이 130만원대이기 때문에 부담되는게 사실이다. 기타나 우쿠렐레, 오카리나, 하모니카 같은 악기에 비하면 처음 시작하는 악기의 가격 허들이 높은게 사실이다. 비싸게 악기를 구입했는데 몇번 불다가 포기하면 괜히 돈만 날리는 것 아닐까 싶어서 나도 시작을 망설였었다.

 다만 색소폰 세계에 들어오고 나서 느끼는 것은 1. 색소폰 악기의 중고거래가 생각보다 활발하다는 것2. 색소폰 중고 악기의 시세가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3. 인기있는 모델의 경우 중고 색소폰 가격이 생각보다 안 떨어진다는 것이다. 처음 구매할 때 새제품을 구매하고 다시 중고 매각할 때는 가격 하락이 존재하지만 중고를 구입했다가 다시 중고로 매각할 때는 큰 가격하락 없이도 매각할 수 있다. 가장 인기있는 입문용 모델인 야마하의 경우(YAS-280) 중고로 80만원을 주고 구입한 후 큰 사고 없이 깨끗하게 사용한 경우 경우에 따라70~80만원으로 다시 팔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손해 없이 악기를 정리할 수가 있다. 연주가급 모델의 경우에는 단종된 모델들이 오히려 인기가 많은데 이런 악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가격이 오르고 있기도 하다. 입문 후 중고거래를 잘 활용하면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좋은 악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처음부터 새 악기를 비싸게 주고 구입해야 할까봐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싼 악기 가격이 입문에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비싸게 주고 구입한 악기라 아까워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니 가격의 장벽을 넘어서 한번 도전하시길 바란다.


7. 시끄러운 악기

 색소폰은 일반적으로 많이 배우는 악기들 중에서 음량이 큰 악기에 속한다. 트럼펫 보다는 소리가 작지만 그래도 기타나 피아노, 바이올린, 하모니카, 오카리나 보다는 소리가 확실히 크다. 그래서 시골이 아닌 이상 집에서 연습을 할 수가 없는 악기이다. 산이나 야외 공원에서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기본적으로 음량이 크기 때문에 독주를 할 때 음향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어느정도 연주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2019년 12월에 직장에서 송년회를 할 때 색소폰 연주를 하겠다고 자신있게 얘기했었는데 막상 송년회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색소폰 연주를 위한 음향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었다. 반주기 대신 노트북으로 mp3를 틀었고 핀마이크도 없어 그냥 연주를 했었는데 색소폰 악기 자체가 가진 볼륨이 있어서 큰 문제 없이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때 느낀게 학원이나 집과 같은 작은 공간에서는 큰 음량이 단점이 되지만 큰 공간이나 야외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색소폰이 주로 독주로 연주되거나 곡의 메인 파트를 맡을 수 있는 것도 적당히 큰 소리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이왕 악기를 배우는 것이라면 무대 가운데서 곡을 주도할 수 있는 악기가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색소폰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을 이야기 해보았다. 색소폰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배우자고 권유를 하는데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이 배우는 악기다.', '나는 음악에 재능이 없어서 안된다.', '악기도 레슨비도 부담된다.' 등 거절하는 이유가 다들 비슷하였는데 그 이유들이 모두 오해와 편견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색소폰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마음 먹었던 것은 나를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라 색소폰을 배우면서 나의 삶이 풍성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좋았던 경험들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색소폰을 선택하고 도전하면 좋겠다. 이제 색소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어느정도 풀었으니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색소폰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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