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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찰먼지 Aug 18. 2021

[막내작가일기]환상을 파는 곳, 방송국

나는 왜 방송국을 나왔는가?

    #미리보기

    나는 왜 방송국을 나왔는가?

방송국 작가의 길을 가고 싶은 모든 똑순이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


*주의

필자는 송국에서 대본을 쓴 적 없이 방송국을 떠났기에, 경험에 한계가 존재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내가 왜 방송국을 떠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방송국은 꽤 멋진 환상을 파는 곳이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며, 나의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이라는..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동안, 썼던 글을 보면 절절하게도 표현되어 있지만,

환상은, 현실이 될 수 없다.

https://brunch.co.kr/@menji/1


글쎄... 아직 너무 어린 나이에 단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런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지도 않으면서, 너의 일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팔면서, 월급을 적게 준다는 점


내가 방송국을 떠난 이유를 말하자면, 단 한마디로

비전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방송국의 높으신 분들은 다 피디 출신이다.

(작가들은 프리랜서로 방송국과 계약을 한다.

- 귀여운 월급에 세금을 적게 뗀다는 단 한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방송국 내에서 피디끼리는 어떤 유대감을 가지고 권력관계가 형성되어있다.

피디와 작가 사이 갈등이 생겼을 때, 대부분 작가가 나가게 된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도

높으신 분들은 작가의 일에 대한 개념이 적다.

AD(조연출-막내피디)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막내작가의 일을 뚝딱뚝딱 나와야 하는 가벼운 일 취급을 받는다.

(물론, AD는 AD만의 고충이 있다-심각하게)


제대로된 인수인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명확한 일의 지시가 존재한다기 보다는 눈치로 일을 잘 해내야 할 때가 많았다.

늘 시험대에 있는 기분이었다.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내가 잘 하고 있는지는 평가하는 기분

" 싫어? 못하겠어? 그럼 하지마! 너말고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

라는 태가 디폴트인 곳에서 바들바들 떠는 햄스터같은 삶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 막내 시절을 버티면
내 글을 쓰게 될 때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방송국에 남았을 것 같다.

어떤 직업도 막내시절은 다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옆에서 지켜본 결과 결국 남의 이야기를 쓸 뿐이다.

결국 그 또한 다 일이더라.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재미없어지는 일일 뿐이더라

그냥,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서 위안하며 살뿐.


필자는 교양국에서만 일해봤기 때문에 예능쪽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막내작가가 위에 적어도 7명의 언니를 모시며,

눈코뜰새 없이 일하지만, 월급은 최저를 받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다만, 그 일의 비전의 정도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방송국에서 살았던 내 청춘은
이렇게 비난만 남기기에는 꽤 즐거웠다.

내 글을 쓴다는 환상이 이루어질 수 없기에 나는 떠났지만,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낭만은 존재한다.

(물론, 낭만이 세속적인 지점과 만나는 지점이 방송국 내에서 늘 존재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 '가치있는 방송'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그 낭만의 끈을 잡고 살아간다

그 낭만없이 어떻게 명예도, 부와 명예 어떤 것도 얻기 힘든 그 일들을 해나가겠는가)

재수 때, 더 이상 열심히 살수 없을만큼 열심히 살았다면,

내 방송국 시절도 더 그럴 수 없을정도로 순진했고, 치열했다.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그때 새벽마다 집에 가는 드라마에 나오는 청춘같은 느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아는 누군가가, 시사교양 작가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난 말릴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면, 응원하겠다.

내가 틀렸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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