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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Mar 10. 2024

30대가 20대보다 더 좋은 이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치기했을 때 생긴 일.

필라테스만 하던 나에게 헬스는 신세계였다. 기초 지식을 잘 배워두면 스스로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수 있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짧은 시간 안에 맥시멈의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직 즐거움 때문에 운동하고, 자신의 끼니를 요리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삶. 요 며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또렷하고 분명하게 떠오르는 행복. 이를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십 대와 이십 대의 방황은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에서 온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미래의 단면이 결정되는 경험은 반짝이는 기대감보다 칠흑 같은 공포와 더 가깝다. 나를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가늠한 후 (숨이 차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재빠르게 예측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상상해도 현실은 늘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펼쳐진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전공, 새로운 회사와 새로운 일에 적응하면서 온몸을 부딪치며 질주해야 겨우 서른에 당도하는 거다.


반면 삼십 대의 불안함은 어느 정도 제어 가능한 형태로 찾아온다. 생리 일주일 전엔 기분이 더럽고, 샤워나 환기만으로도 기분 전환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이 떠오른다. 나에게 알맞은 방법을 '입력'하고 '실천'하면 불안이 지나간다는 진리를 마음속 깊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 자신의 부족한 점과 실패를 받아드리는 자세도 불안을 줄여준다. 마음이 부대끼지 않는 수준으로 노력하고, 일상의 여러 요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유지하는 태도가 스스로를 더 기쁘게 만듦을 알게 된다.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물론 더 이상 건강에 해로운 미친 짓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건 덤이다. 아침이 올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일을 멈췄다. 도파민이 팍팍 솟구치는 가십을 아는 일보다 책 몇 장 읽는 거나 명상하는 편이 유익하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살짝 헛헛할 때 누구든 불러 떠드는 일보다 어떻게든 하루를 혼자 잘 보내는 편이 낫다. 매 순간 괴로운 관계 속에서 머무는 일보다 단호한 이별을 고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는 것도 배웠다.


서른과 마흔 중간에 선 나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집을 단정하게 정돈한다. 매일 밤 다음 날의 나를 위해 설거지를 말끔하게 하고, 테이블 위도 치운다. 자신을 잘 대접하는 일이 가져다주는 명료한 기쁨은 행복의 자산이 된다. 그리곤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 30분 거리의 헬스장으로 향한다. 특별히 SNS에 #오운완을 인증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그냥 안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나의 작은 노력이 기어코 값진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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