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겨울은 많이는 아니지만 자주 비가 내리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날이 많다. 파리에 도착하고 며칠 동안은 그래도 하루 걸러 하루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3일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하다. 내일쯤에는 파란 하늘을 보여주려나...
파리에서 2년 동안 살면서 두 번의 겨울을 보냈었기에 파리의 겨울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겨울에 파리를 왔다. 여행객의 마음이었다면 당연히 여름에 파리를 찾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오지 않는 것이 옳다. 여행보다는 일상을 살다 가고 싶은 마음이라면 겨울이라도 상관없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만 아니라면 파리는 언제나 걷기 좋다. 해가 짧아서 예쁜 야경도 빨리 시작한다. 한여름에는 밤 9시가 넘어도 완전히 캄캄하지 않아서, 저녁을 먹고 난 후에 한참을 더 기다려야 제대로 된 야경을 볼 수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겨우 한 달이라서 그런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아쉽다. 파리에 거주할 때는 불만을 쏟아 놓고, 파리살이가 힘겨웠는데... 그 사이에 나도 나이가 들어 유순해진 건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거주를 위해 신청해야 하는 행정 절차들이 없어서는 확실하다. 파리에서 3개월 이상 거주는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여전히 변치 않았다. 행정지옥을 다시 또 겪고 싶지는 않다.
체류증이 필요한 3개월 이상의 거주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 한 달 머물다 가는 여행객이라서 파리가 이토록 사랑스럽고 좋기만 한데 이 현실 속에서 누리는 환상을 깨고 싶지 않다. 파리 한 달은 아쉽지만 아쉽게 있다 떠나야 파리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으니 한달이 딱 좋은듯 하다.
파리 지하철역 입구는 언제 봐도 멋있고 예쁘다. 에펠탑, 개선문 등 멋있는 것들이 넘치는 파리지만, 이런 일상적인 것이 갖고 있는 예스러운 멋이 내 눈에는 가장 멋있고 부러운 부분이다. 관광명소라고 대놓고 존재하는 것보다 삶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이런 일상의 것들이 넘사벽으로 멋있어서 역시 파리다 하며 감탄한다.
이렇게 두 가지 버전의 지하철역 입구는 볼 때마다 예뻐서 볼 때마다 사진을 찍게 된다. 거리마다, 역마다 메트로 입구 무늬는 같아 보이지만, 메트로 입구의 뒷 배경이 달라지니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그날 날씨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달라지니 또 찍게 되고...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매력적이고 파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