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30일 일요일 오늘은 차이나타운이 있는 파리 13구에서 음력설을 축하하는 큰 축제가 열렸다. 생각보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서 깜짝 놀랐다. 작년 이태원 사고 이후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지레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다시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비극이다. 아직도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축제의 현장에서 그때의 사고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사실이 또 슬프다.
최근 햇빛을 보기 힘들었던 파리였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이 좋았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그야말로 야외 활동을 하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시리지만 눈부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상쾌했다. 파리 13구는 차이나타운뿐만 아니라 베트남 음식점들도 모여 있어서 파리에 살 때 따뜻한 국밥 같은 한국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자주 가던 동네이다.
길을 걷다 보면 십여 년 전 파리 살면서 자주 걸었던 거리 이름을 보게 된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었고, 굳이 떠올릴 일이 없어서 생각하지 않던 추억들이 길 이름을 보면 그날의 일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사진처럼 지나가곤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파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떠나올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때 운영하던 음식점들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외국 생활을 하다가 잠시 한국에 다니러 갈 때마다 동네에 있던 카페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생겨 있고, 버스 노선은 바뀌어 있고... 고작 길어야 2, 3년 한국에 가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곤 했다.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Chinese Lunar New Year라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있지만, 중국인들만 음력으로 설을 맞는 것이 아니니 Chinese라는 말은 빼고 Lunar New Year라는 말이 통용되었으면 좋겠다. 프랑스인 친구가 파리 13구에서 Chinese Lunar New Year Festival 있다고 시간 되면 가보라고 메시지로 알려 줬는데, 우리 한국도 음력설 있고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음력으로 설을 축하한다고 그러니까 Chinese라는 말 빼고 그냥 Lunar New Year라고 말하면 좋겠다고...... 혼자 속으로만 되뇌고 말았다. 굳이 애꿎게 친구한테 그걸 말해서 무슨 소용이람! 하고 말았다. 언젠가 말할 기회가 있겠지.
1월 1일 새해, 한국의 음력설 1월 22일, 그리고 일주일 후 1월 30일 파리 음력설 축제까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새해를 오랫동안 축하하는 해가 되고 있다.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길거리 퍼레이드를 즐기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오늘만큼만 인류가 평화롭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도 없고, 테러도 없고, 차별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