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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훈 Jun 27. 2020

부재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있어 줄거라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운이 좋으면 한 생이 마감 된 이후에도 존재한다.


에어컨, 전기, 친구, 치안 등.


그런 것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게 될 때, 혼란이 이를 대신해서 교체 투입된다.


예측 불허한 불에 타고 있는 세상이 급격하게 출몰한다. 자아의 뿌리를 폭력적으로 흔들고 흔든다. 정신을 차릴 수 없게.


그리고 그 혼란/어둠 속에서 우린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혹은 예전에는 죽고 없어졌다 믿었던 사람도 다시 나타나 반갑지 않은 재회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자괴감이 든다. 자신에게서 도망쳐 나오고 싶을 정도로 너무 괴로울 때도 있다.


'내가 믿고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 것이 사라져서'


라고 핑계를 대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은 그 말은 저변에


'내가 나를 믿지 못했던 불쾌하지만 명쾌한 근거'


가 될 수도 있다.


내 원칙, 내 윤리, 내 판단에 의존하지 못해서.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교육 방식이 존재한다면 먼저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닌가 싶다.


외부가 나를 채운다고 단정 짓고 사는 건 거짓된 안정감일 수도 있다.


빈자리에는 내가 앉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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