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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Aug 12. 2023

좋소 기업 생생 체험기.4

버티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가

이런 회사를 과연, 굳이 달을 채워 다니는 것이 나를 위해 맞는 것인 출근하는 내내 나 자신에게 물었다.(아쉬운 건 새로운 일을 하는 건 너무 재미있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매뉴얼을 읽으며 전화를 당겨 받고 메모 남기는 일까지의 워밍업을 마치고 삼일째 되던 날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대표전화(4대)를 모두 당겨 받았다.


인바운드로 온 전화 민원처리( 서비스 문의 시 가입절차와 안내, 기존 고객들의 민원처리, 간단한 업무처리)를 직접 하기 시작했다.

(내 설명과 안내에 가입까지 이어질 때는 은근한 희열이 있었다. 나 쫌 영업체질인가?!;;)


하루는 퇴근할 때 엘베 앞에서 만난 개발자분이 그랬다.


일업무일지 봤는데 왜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냐고 대충 하라고...(일업무일지를 나 빼고 자기들끼리는 공유하고 있었음)


심지어 이분은 나에게 임원까지 달 욕심이 있으면 열심히 하라고 했다. (내가 왜 이런 곳에서 임원을 달죠? 내가 회사를 차리지 굳이 남의 회사예요?!라고 말함.)


전화를 많이 받다 보니 퇴근을 할 때면 허기가 져서 꼭 근처에서 밥을 먹고 가야 집까지 갈 기운이 났다.


나는 대충 일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을 관찰하는 편이다.


일로 만난 사람에게 편하고 다정하게 굴긴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처음부터 모두 다 업무적으로 믿는 편은 아니다.


나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대표의 성격을 보면 분명 곧 내 피 같은 돈으로 월급 주는데 그동안 뭐 했냐고 말하고도 남을 사람이라 더 꼼꼼하게 모든 업무 처리내용을 기록해 놓았다.


19년 동안 업무적으로 별의별 인간들을 겪어보고 당해본 경험치가 많은 편이라 업무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편이다.(ㄸㄹㅇ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계약서와 구비서류를 심사하여 업체에 발송하는 업무에는 혹시나 업체에 발송한 우편물에 대한 딴지를 걸까 봐.(경험상 이런 애들도 있음.)


업체에 발송한 계약서류에 요청사항 적어 보낸 내용에 대해 모두 사진을 찍어놓았고, 쓸 일이 없길 바랐지만 나이가 제일 많은 여직원은 내용을 당시에 듣고 슬랙에 내용을 전달했어도 기억이 안나는 척을 해서 사진 찍어 놓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업무에 대해 설명들을 자세히 해주지 않아 일일이 물어보지 않고 눈치껏 앞에 여직원이 통화하는 내용이나 다른 여직원과 하는 업무내용을  듣고 있다가 캐치해서 정리 메모해 놓았다가 업무처리를 하였다.


서비스 문의가 오면 전화 준 업체 정보와 문의사항 및 처리한 내용을 상세히 적어두었다.


심지어는 잘못 걸린 전화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모두 기재해 두었다.


며칠이 지나자 일업무일지를 썼어야 된다는 말에 나는 이미 엑셀  파일에 모든 업무처리 내용을 기재하고 남겼기 때문에 정리해서 넘기는 건 큰 무리가 없었고, 두 살 어린 여직원은 내가 입사하기 전 이곳에 막내라 무인우체국에 우편물을 붙이는 일을 하였는데, 더운 날 다른 건물까지 접수하러 가는 것이 꽤나 귀찮았는지 내가 오자마자 나에게 그 일을 넘겨버렸다.


우체국 사이트에  간편 우편등록으로 해야 금액이 저렴하니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며 회사 아이디와 비번을 주었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가서 무인기에 정보를 넣어야 되는 건 없는지 물었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가라고 했지만, 더운 날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편물 접수를 하러 가기 전에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간편 등록 후에 등록된 핸드폰번호랑 아이디를 넣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보여주니 그제야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것 말고도 업무를  계속 틀리게 알려주는 행동을 했다.


어딜 가나 이런 부류들은 있나 보다.


그래도 며칠이 지나 모든 업무를 알아서 하고 나니 처음처럼 아주 무례하게 행동하진 않았다.


나이가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여직원은 손이 많이 가는 귀찮은 일들은 던지면서도 중요하고 간단한 일은 주지 않았고.


일을 알려주더라도 갑자기 자기 자리에 불러 마우스질 몇 번을 하고 다 알려줬으니 이제 네가 다 알아서 하라면서 본인 기분 내키는 대로 꼬라지 부려댔다.

(심지어는 본인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서 엉뚱하게 이 화면 저화면을 마구 옮겨 다니면서 매일 하는 일인데 헷갈려하면서 하는 게 함정. 솔직히 이 사람이 제일 짜증 났음.)



진짜 아무리 사회생활 19년 차정도 된다고 해서 내가 운영하던 사이트도 아닌데 이화면 저화면 본인도 헷갈려서 틀리면서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클릭질해 댄걸 딱 한번 보여주고 떠 넘기듯 던져버리는 건 이해가 안 됐다.(내가 회사에서 제일 만나기 싫은 부류)


그래도 한번 알려준 내용을 자리로 돌아와 다시 직접 해보고 바로 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나에게 시켜서 처리한 일들을 본인이 처리한 것처럼 주간업무 보고를 하는 걸 보고 어떤 부류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 앞에 앉은 두 살 많은 여직원.

나는 일업무일지도 이 사람에게 제출하였는데(알고 보니 일업무일지를 서로 공유했지만 나에게는 자신들것을 공유 안 함) 처음에는 너무 깐깐하고 얄밉게 굴고 했지만, 업무를 같이 하면서 보완되면 좋을 만한 시스템 등 의견을 내는 나에게 퇴사하기 며칠 전부터는 커피도 나눠먹자고 하고, 음료와 사탕도 나누어 주며  잔잔하게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 이 회사는 오래된 여직원들과 정서적 유대감과 소통을 나누기엔 무리고, 이런 분위기에서는 좋은 기운으로 일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조건 한 달은 버텨보자 했지만, 지금 이런 곳에서 그게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입사한 날 내 컴퓨터파일에서 봤던 회사사직서 양식을 열었고 3주 차가 되던 날 당일치기로 사직서를 썼다. 당연히 여직원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

(이건 그냥 내가 대표에게 제출하면 끝나는 것)


앞자리 두 살 많은 여직원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 대표실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나와선 나에게 갑자기 하고 있는 일들을 까지만 하고 업무 받는 것도 멈추라고 하더니 갑자기 다섯 살 많은 여직원에게 내명함을 빨리 만들어 주라고 했다.


그러자 다섯 살 많은 여직원이 자신도 명함이 없는데 쟤가 왜 명함이 필요하냐라고 말했고... 두 살 많은 여직원은 앞으로 업체분들도 만나고 하려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들의 말에 명함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나 이제 집으로 갈 거다라고 잘 지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말을 못 알아듣고 자신들도 집에 갈 거란 소릴 하더니 대표실에 들어가는 나를 보고 당황해했다.


대표는 너로 인해 회사분위기도 바꾸고 일들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나가려는거냐라더니 네가 너무 성격이 조용하고 밥도 같이 안 먹고 못 어울리더니, 결국 나가는 구나하면서 모든 문제를 나에게 몰아가며 질리도록 사유를 추궁하듯 계속 물었다.


이곳은 나 같은 메기 한 마리를 들여놓는다고 바뀔 수 있는 조직문화가 아니다.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춰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대표의 설득에 설득당해 나가 버리면 본인들에겐 문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나도 저들처럼 여기에서 대표욕을 같이 하며 쭉 살 것만 같았다.


대표실을 나오자 여직원들이 나에게 나가는 이유를 물었다.

특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인 다섯 살 많은 여직원이 집요하게 물어댔다.


나는 그냥 웃었다.


"나간다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겠어요?"


사실, 당신 같은 책임감 없이 마구잡이로 일던지는 부류의 인간이 제일 싫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세 번째 같이 밥을 먹던 날 다른 사람은 일정이 있어 따로 먹고 다섯 살 많은 사람과 둘이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매일 듣는 회사욕은 듣기 싫고 이참에 좀 친해질까 해서 그분 딸이 웹툰에 관심 있다길래 개인적으로 취미로 웹소 썼던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며, 무연으로 올려서 시작해 보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드렸는데 (괜스레, 모르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또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며 이 사람(나)은 여기나 가도 다른 일할 거 많다라며 말을 해댔다.


이분은 내가 일하던 업계를 가고 싶다며 중간중간에도 업무와 유명한 회사들을 계속 물었는데 솔직히 이렇게 얄밉게 일하면, 그리고 얕게 아는 얄팍한 지식으로 새로운 사람들에게 꼴값을 떨면 어딜 가던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 힘들 것이다.(그리고 텃세가 뭐냐고 물었는데  일할 때 당신이 하는 행동!)


쓸데없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나가는 이유를 캐묻는 그 여자에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당신 같은 부류들.


근데 어딜 가나 이런 유형들은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싫어서 욕하면서도 남아있는 당신들도 대표랑 많이 다르지 않아.


내가 만난 좋소 기업은 분위기가 최악이었다.


모든 좋소 기업이 이 회사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시는 경험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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