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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pr 05. 2021

목수국 과감한 가지치기

봄맞이 행사 후, 식구 늘리기는 덤으로...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전혀 없던 나는 목수국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도 몰랐다. 수국만 간신히 아는 정도... 그래서 내가 알게 된 화초들의 이름은 대부분 영어가 먼저이다. 남편을 통해서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리스라고만 알다가 붓꽃이라고 다시 알게 되면 어쩐지 더욱 멋스럽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목수국은 영어에는 없는 표기법이다. 사실 수국은 다 나무 종류이다. 명확히 말하면 tree는 아니고 shrub에 들어간다. 진짜 나무처럼 굵게 하나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부터 여러개의 가지가 올라와 자란다는 뜻이다. 물론 외목대로 해서 나무 모양처럼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래 그런 나무는 아디다. 우리가 가진 목수국의 종류는 영어로 Panicle hydrangea라고 한다.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지치기 방법이 다른 종류의 수국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국은 봄철에 가지치기를 심하게 하면 그해에 꽃이 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 생긴 가지에서 꽃이 피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우리집 수국의 종류는 반 정도 쳐 내도 더욱 왕성하게 잘 자란다고, 꼭 이른 봄 가지치기를 해주라고 한다.


사실 나 같은 초보 정원사에게 가지치기는 시련의 단계이다. 살아있는 나무의 멀쩡해 보이는 가지를 잘라내는 것이 몹시 가슴 아프기 때문이다. 손이 덜덜 떨리는 체험이랄까? 하지만 그것이 나무를 더욱 좋게 해주는 것이라니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작년까지는 훨씬 더 조심스러웠는데, 그래도 올해에는 과감히 가지치기를 여기저기 단행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작년에 죽은 줄만 알았던 식물들이 봄이 되니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모습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장미를 주로 키워서 판매하는 한 유튜버 정원사의 이야기를 빌자면, 진딧물이나 흰가루병 같은 것에 걸려도, 작은 나무들이나 다년생 화초는 회복을 금방 하고, 그 해에 회복이 안 되어도 다음 해에는 다시금 잘 자라곤 한다고 했다. 정말 작년에 흰가루병에 뒤덮여서 엉망이 되었던 꿩의비름(sedum)은 그냥 다 잘라버렸는데, 올해 너무나 예쁘게 올라오고 있다.


 



우리 집의 수국의 이름은 퀵파이어(Quick Fire)이다. 흰 꽃이 피고, 나중에 약간 분홍색으로 변하는 종류인데, 한국어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 꽃에 반한 것은 벌써 근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과 처음 사귀기 시작하던 여름이었다. 남편의 누님 집에 가서 두 주일 간 지낸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이웃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으러 갔었다. 데크에 앉아서 식전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데크 바깥쪽으로 아름다운 꽃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처음 보는 꽃이었는데 어찌나 화사한지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했었다. 당시에 수국이라고 말해줬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실 별로 일반적 수국같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가드닝을 시작하면서 그 꽃이 다시 생각났다. 그런데 무슨 꽃인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방팔방 수소문하다가, 이것이 수국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면서, 나는 이것을 꼭 가지고 싶었다. 남편은 수국 종류는 무지막지하게 자란다며 이걸 어디에 심느냐고 했지만, 가지치기 열심히 해줘서 길들이면 되지 않겠느냐며 나는 계속 수국 노래를 불렀다. 


그리하여 드디어 수국 구입! 그게 작년 7월 말이었다. 봄부터 찾아 헤매다가 어느 화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그 이후로 몇 군데를 더 수소문하여 3그루를 앞마당 화단에 심었다. 화단을 완성하여 막 신나게 이것저것 심던 시기였다.



나무가 어려서인지 별로 꽃이 많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이 꽃이 맞았다. 그리고 옮겨 심는 시기가 늦어서 새로 꽃을 더 피우지는 못한 채 가을이 되었다. 줄기는 발그레하게 예뻤고, 잎 자체도 참 예뻤다. 수국 종류는 무섭게 큰다고 들었지만, 설마 한 해 만에 정원을 초토화시키지는 못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는데, 작년에는 별로 활개를 치지 못한 채 그렇게 저물고 말았다.


겨울을 지나고 남은 수국은 너무나 앙상하고 쓸쓸해 보였다. 삐죽하게 길게 올라와있는 가지. 분명히 가지치기를 해줘야겠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안 해주면 분명 후회할 것이 틀림없기에 과감히 시행했다. 반 정도 싹둑 잘라도 된다는데, 소심하게 3분의 1 정도를 잘라냈다. (사람들이 보통 그 정도 자른다) 올해 자라는 거 봐서, 내년엔 더 쉽게 길이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비포 / 애프터

사진으로 찍어봤는데, 잎이 하나도 없으니 별로 모습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앙상하기만 할 뿐. 제일 작은 나무는 아예 안 보이는 지경. 그래도 이렇게 하니 화단이 확실히 단정해지기는 했다. 


그러면 이렇게 불쌍하게 잘려나간 나머지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 내 성격상 절대로 그냥 버리지 못한다. 뿌리 내림을 시도해볼 것이다. 사실 나는 뿌리내림을 잘 못 한다. 인내심도 없고, 정성껏 관리도 못하고 자꾸 까먹는다. 하지만, 지금은 어차피 다른 작물 기르기에 신경을 쓸 시기가 아니므로 좀 관리를 해보기로 했다. 




이런 작은 나무 종류나 다년생 화초를 번식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많이 자라서 커진 뿌리를 나누는 방법과, 지금처럼 가지를 잘라서 뿌리를 내리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종류의 나무일수록 뿌리내리기가 힘들고, 부드러운 가지 종류가 잘 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꼭 다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가장 쉽게 성공했던 것은 고지베리였는데, (그것에 관해서 작년에 글을 쓰다가 완성을 못한 채 미뤄둔 게 있다) 고지베리는 삽목이 쉬운 것으로 유명하다. 수국도 쉬운 편에 들어가는데, 이런 목수국 말고, 일반 수국이 더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삽목 하지 않으면 이대로 버려질 것이니 도전해보자 싶었다. 그래도 여러번 시도했던 터라 삽목에 관한 기본 요령은 다 가지고 있었기에, 별로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1. 물꽂이

우선, 잘린 가지들은 몹시 당황스러운 입장일 것이다. 잘 쉬고 있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밥줄이 갑자기 끊겨버렸다. 일단 목부터 마를 것이다. 그러니 물을 줘야 한다. 꽃병에 물을 채워 담아두고, 삽목을 준비한다. 



2. 흙 준비

잘라진 것이 불쌍하니, 흙은 영양가가 듬뿍 있는 것으로 주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 지금 목숨 부지도 힘들어서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소화가 될 리가 만무하다. 진수성찬 차려주면 탈 난다. 아직 뿌리가 없기 때문에 영양가가 많은 비료흙을 사용하면 바로 썩는다. 함께 비료화 되는 쪽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같으면 상토, 여기서 나는 피트모스와 버미큘라이트를 반반 섞어서 준비해줬다. 물 빠짐이 잘 되는 흙이라야 한다. 집에서 이미 키우고 있는 화초가 있다면, 그 화분에 슬쩍 끼워넣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게 무난한 흙으로 잘 고른 후, 작은 화분에 담고, 미리 물을 한 번 줘서 수분을 넣어준다.


3. 잘라주기

물속에서 30분 정도 수분을 흡수했으면, 이제 삽목 할 가지를 고르자. 가지는 약간 굵되, 나무화 되지 않은 것으로 고른다. 진짜 나무처럼 딱딱하여 껍데기가 말라있는 그런 나뭇가지는 뿌리가 내리기 쉽지 않다. 연필 정도의 굵기를 가졌지만, 너무 단단하지 않은 가지가 좋다.


그리고 길이도 너무 길면, 영양분을 공급하느라 줄기가 지치기 때문에 한 10cm~ 15cm 정도로 잘라주는 것이 좋다. 모든 생명은 마디에서 일어나는데, 그쪽에 성장호르몬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디가 두 개 정도 들어가게 잘라준다. 그래서 보통 하나는 땅 안에, 하나는 땅 밖에 위치하면 좋다. 만일 가지 마디 사이가 너무 길어서 마디가 하나밖에 못 들어간다면, 마디를 최대한 땅 표면 가까이 보이게 심어준다. 


잘라서 준비된 아이들. 왼쪽은 남은 가지, 오른쪽 위에는 자투리


자르는 가위는 날이 아주 좋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물을 빨아들이는 통로가 손상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날 소독은 기본이다. 다른 가지들을 마구 자른 가위를 사용하면 병균이 옮을 수 있다. 


자를 때는, 땅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사선으로 자른다. 그래야 물을 흡수하는 면적이 넓어져서, 땅에서 수분을 잘 빨아올린다. 하늘로 향한 쪽은 그냥 일자로 자른다. 면적이 넓으면 수분이 증발하기 쉬워서, 일자로 잘라서 수분증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른 봄 가지치기한 것을 사용했으니 잎이 없었지만, 만일 여름철에 잘라서 삽목 한다면, 잎은 두장만 남기고 다 따준 후, 남아있는 잎도 가위로 반 정도 잘라줘서 수분을 지켜주는 것이 좋다. 어차피 그 잎은 죽고, 새 잎이 나와야 하므로 애틋해하지 않아도 된다. 


자, 화분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시 물속에 들어가 있자.


4. 흙에 심기

이제 예정된 대로 심어주면 된다. 나는 작은 화분에 나눠서 심었는데, 심을 곳이 모자라서, 가는 가지는 그냥 실패할지 모른다며 한꺼번에 꽂아주었다. 잘 보면 왼쪽 아래에는 마디가 하나여서 마디 가까이까지 깊이 심었고, 가운데 있는 것은 마디 부분이 위에 올라와있고, 첫 번째 마디는 흙속에 들어가 있어서 안 보인다.


이렇게 흙에 심을 때, 뿌리 발근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며, 솔직히 나는 발근제 쓴다고 더 잘 되지 않더라. 두 가지나 사봤는데 모두 별로였다. 몇만 원씩 하는 비싼 것이라면 혹시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까지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발근제는 더 이상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가지의 수분 증발을 막아주기 위해서 촛농을 얹어줬다. 이것도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딱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뜨거운 촛농이 소독도 해주고, 그 부분으로 가지가 말라 들어가는 것도 방지해준다. 하얗게 예쁘기도 하다.


5. 위치

뿌리가 잘 나려면 뿌리 부분은 저렇게 불투명한 화분이 좋다. 페트병 같은 것을 쓴다면, 양말이라도 한 번 감싸주는 것이 좋다. 뿌리는 빛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물은 넉넉히 주되, 너무 자주 주면 썩으니, 화분이 마르지 않게만 관리하면 된다. 직사광선은 힘들지만 너무 볕이 안 들어도 힘이 없으므로, 간접 햇빛을 받는 창문 아래쪽 바닥이면 좋다. 그리고 뿌리는 흔들리는 것을 싫어하고 놀라니까,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뿌리가 나나 안 나나 뒤져보고 그러면 실패는 따놓은 당상!


흔히들, 싹이 먼저 나면 뿌리가 안 올라온다고 걱정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식물이 어떻게 잎 없이 살아가겠는가. 뿌리가 나오고 영양이 흡수되면 싹도 올라오는 것이니 그냥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제 다 했으니, 진득하게 기다리면 된다. 최소한 한 달은 그저 죽은 셈 치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나는 여기에 덤을 얹었다. 다 잘라서 심고 남은 삐죽한 가지들이 가여워서 그냥 물꽂이를 해놨다. 다른 아무 의도는 없었다. 물을 주면 식탁 위에서 꽃병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꽂았는데, 정말 예쁘게 잎이 피었다. 



하루가 다르게 펼쳐지는 잎들... 너무나 싱그럽고 예쁘다. 그리고 뿌리의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무심코 투명한 컵에 꽂아두었었는데, 뿌리를 응원하기 위해서 어두운 컵으로 옮겼다. 그리고 몇 개는 흙으로 옮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가늘고 긴 화분들을 몇 개 추려서 흙을 채우고 그중 뿌리의 기운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골라서 다섯 개만 심었다.


그동안 흙에 있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얘네들도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꽂이만큼 많이 펼쳐지지 않을 것을 보니, 뿌리도 부지런히 자라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습이 두 주일 후의 모습이다. 정말 뿌리가 나왔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절대 손대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면, 그동안 바깥에 있는 수국은 잎이 나기 시작했을까? 싹이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주 가까이서 보면 자그마한 시작이 보인다. 이렇게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살금살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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