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와서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봄이 왔다. 거실 안에도 봄이 가득하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다가 살짝궁 풀리는 듯하더니 벚꽃 봉오리가 와락 맺혀버렸다. 아이가 떠나기 사흘 전의 모습이었다. 아이도 아침에 나오면 잠시 거실 앞에 서서 감탄하며 창밖을 내다보았었다.
그리고 아이가 가는 날 아침, 단 사흘 만에 이렇게 많이 피어버렸다. 저 새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찾아와서는 아마 꽃이 다 질 때까지 여기서 지내기로 한 모양이다. 수시로 창문을 두드리며 안을 기웃거리는 통에 친해져 버렸다.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봄이 찾아오는데, 그중 단연코 매년 최고의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이 벚꽃이다. 안에서만 봐도 이렇게 좋으니, 밖에서는 얼마나 좋겠는가!
몇 년간 가지치기를 안 해서, 정말 꽉 차게 흐드러지게 핀다. 가지가 넘쳐나서 지붕을 덮어버리고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뭔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 매년 이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한 해만 더, 한 해만 더 하며 가지치기를 미루게 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봉우리를 터뜨리는 꽃망울들이 마치 솜사탕처럼 번져가니,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감탄을 한다. 앞집의 벚꽃도 한 해가 다르게 커져가면서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아치 모양을 만들었다. 이 밑을 지나가면 꽃비가 내린다.
모르는 차가 슬그머니 차를 세우길래, "누굴까?"하고 쳐다보면, 지나가는 운전자가 창밖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걸어가면서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있고,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면서 즐겁게 사진 찍는 가족도 보인다.
앞마당에서 화단 정리를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말을 건넨다. 화단이 예쁘다는 인사와 더불어서, 이 벚꽃은 정말 동네 최고라고 엄지를 쳐든다. 엊그제는 한 사람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이 동네 사람들한테 여기 예쁘다고 소문나서 일부러 이쪽으로 산책을 왔단다.
무엇이든 나누면 기쁨이 두배가 된다. 심지어 집 앞의 나무도 나눌 수 있다니 너무 좋다. 동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온다는 말은, 그들에게 이 나무가 즐거움과 힐링이 된다는 뜻 이리라. 그래서 좋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도 행복을 나눌 수 있으니 좋다.
수선화가 한참 피고 나서 이제 아네모네가 슬그머니 가세를 한다. 작년 말에 심어 실물로 처음 보는 꽃인데, 낮이 되면 꽃잎을 활짝 열었다가 초저녁부터 수줍게 다시 봉우리를 오므리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 봄이 찾아왔으니 이제 집안 화단이 수시로 옷을 바꿔 입으며 올해를 화려하게 수놓아주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행인들이 함께 즐겨주면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결국 세상에 나만의 것은 없으니까... 이 모든 자연이 우리 모두의 것이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