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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r 20. 2024

걱정 인형을 급히 만들다

밤중에 갑자기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가 금요일에 모임을 했는데, 그날 그 친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서 한참 머물다가, 그녀의 손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집으로 왔다. 그리고 내도록 마음에 걸렸는데...


바로 그다음 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들어갔고, 온갖 검사 끝에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그전보다 훨씬 좋았다. 산소호흡기의 도움으로 숨쉬기가 편해졌다고 했다. 내가 전화했다가 연결이 안 되면 걱정할 것 같아서 연락했다고 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겨울 감기 걸리고 나서 부쩍 몸이 안 좋아져서 걱정했는데, 이런 소식을 듣고 나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서양식으로 친구이기는 하지만, 거의 우리 엄마의 나이뻘인 그녀. 손재주가 아주 좋고, 장난기도 많으며, 재미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다정한 사람이다.


친한 언니가 불러줘서 들어간 퀼트 모임이었고, 거기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는데, 그녀는 그 모임의 대장이었다. 벌써 14년의 기간이 흘렀으니 알게 된 지도 꽤 오래되었구나.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는 그녀와 전화를 끊고 나니, 남편이 날더러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한국 같으면 중환자실 방문이 어려운지라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방문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반가워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해서 바로 다음날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끊었는데, 갑자기 뭘 들고 가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빈손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는 내가 가서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으로 만족하겠지만, 내 마음이 그렇지가 않았다. 


병실에 꽃을 가져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아마 꽃가루 알러지의 문제 때문일 것 같다), 중환자실에 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닐 거라 싶었다. 그렇게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 마음은 계속 망상거렸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자, 걱정인형이 생각났다. 가지고 있으면 걱정을 모두 가져가준다는 걱정인형을 만들어서 가져가면 재미있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 본 지 하도 오래되어서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으며 만들기 시작 했다. 도톰한 종이를 접어서 좀 더 두껍게 하고, 십자수 실로 감아줬다. 눈과 입을 그려주니 완성이 되었다. 웃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완성!


아침에 부지런히 만들어서, 카드를 쓰고, 거기에 인형을 넣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나 혼자 갈까 했는데, 내 마음이 힘들 것 같다고 남편이 동행을 해주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갔는데, 친구의 모습은 지난주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쾌활하게 농담도 하면서, 자기를 여기에 넣는 바람에 죽을 때가 되었나 보다 했다며 웃었다. 좋은 장비로 호흡이 가능하게 해 줘서 마음도 몸도 훨씬 편안해진 것 같았고, 주말쯤이면 퇴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았다.


날씨도 좋은데, 가는 길에 자기가 전에 추천한 페루 식당에 가보라는 얘기도 해주고, 나중에 퇴원하거든 자수실을 챙겨줄 테니 꼭 받아가라는 말도 했다. 다정한 사람이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함께 시간을 보내고 병원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들어가기 전보다 가벼웠다. 모쪼록 꼬마 걱정인형이 친구의 힘듦과 걱정을 모두 가져가주길 빌어본다.




꼬마 걱정 인형


재료 :

약간 두꺼운 종이, 또는 A4지 3cm x 6cm

이쑤시개 2개

털실, 또는 십자수 실

목공풀

가는 네임펜


만들기 : 

1.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펴서, 양쪽을 다시 반으로 접어 도톰한 몸통을 만든다.

2. 1cm 내려온 지점에 송곳이나 뾰족한 것으로 구멍을 살짝 내준다.


3. 이쑤시개 하나를 구멍에 끼워 넣고, 적당한 팔길이가 되게 자른다.

4. 나머지 이쑤시개로 다리를 만들어 종이에 끼우고, 모두 목공풀로 고정한다.



5. 털실로 웃옷과 아래 옷을 만든다. 목공풀로 시작점을 고정해서 붙여주고, 돌돌 말아준다.

6. 다 말고 나서는, 끝이 풀리지 않게 목공풀로 마무리한다.



7. 0.7cm 정도의 종이에 실을 돌돌 말아 머리카락을 만들어 머리 부분에 붙여준다. 

8. 머리 뒷면도 적당히 말아서 붙여준다. 정답은 없다. 목공풀은 마르면 투명해지니 편하게 사용한다



9. 얼굴을 그려주면 완성! 걱정이 많은 친구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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