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수익화 조건을 달성하고...
나는 유튜브를 평생 안 할 줄 알았다. 다들 한다고 할 때에도, 그것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는 점점 더 유튜버가 되고 있다.
나는 영상을 만드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덜 보여줘야 더 표현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 그 이유일까?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지 않아도 그 감정을 곰삭혀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의 매력이거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나름 희망이 있었다.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 난 브런치 스토리 회사가 좋아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사가 좋아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브런치에는 알고리즘이 없다. 브런치에서 추천하는 글들을 읽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한,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브런치 작가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로는, 브런치는 신규작가를 밀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뒷방 늙은이가 된다는 것이다. 음. 다소 실감하는 바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브런치에는 작가들만 있고 독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 작가들끼리 서로 읽어주고 대화를 나눠주지만, 순수히 글을 읽기 위해 오는 독자의 수는 정말 적다.
왜 알고리즘 타령을 하느냐 하면, 요새 내가 스레드를 시작했는데, 정말 팔로워 0에서 시작했는데, 내가 소비하는 글들을 끼고 알고리즘을 타서, 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결정적으로 내가 소비하고 싶은 글들이 계속 내 피드에 뜨기 때문에 피로감도 적다. 그게 브런치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알고리즘의 힘
나는 사실 유튜브에 큰 희망을 걸지 않았다. 그 많은 유튜버들 틈에서 누군가에게 내 영상을 보게 만든다는 것은, 브런치에서 내 글을 띄우는 것보다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구독자 0에서 시작한 내가 과연 수익화의 기본 조건을 채울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놀랍게도 내 영상이 노출이 되고,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구독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그 구독자들은 내게 품앗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맞팔로우를 해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나는 창작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좋은 영상을 만들도록만 노력하면, 진짜 구독자로서 순수하게 나를 보러 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내가 힘이 달린다는 것이었다. 편집 실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실력이 부족하니 오래 걸린다) 남들이 일주일에 한편씩 올리는 동안 나는 두 주일도 버거웠다.
그래도 꾸준히 조금씩 구독자가 올라갔다. 어떤 영상이 인기가 있을지는 며느리도 몰랐다. "이건 좀 괜찮을 것 같아" 그러면 별 볼 일 없고, 반대로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누가 볼까?" 하는 것은 의외로 반응이 좋기도 했다.
조회수가 적게 나오면 200회 정도, 보통은 500회 나오고, 잘 나오면 1000회에서 2000회까지도 올라가니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영상 제작에 지쳐가던 어느 날, 나는 기진맥진해서 추수감사절 영상을 올리고, 거기서 일명 "떡상"을 맛보았다.
진짜 떡상이라면 수십만 조회수를 올려야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조회수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10,000회를 넘기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들어갔더니 폭죽이 터졌다.
나는 원래 그리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기는 하다만 서도, 이게 뭐라고 참으로 그간 고생하며 영상 만든 것에 대한 피로감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 영상 하나로 구독자가 새로 2천 명이 넘게 들어왔고, 목표였던 시청시간 4000시간을 훌쩍 넘겨 10,000시간을 찍게 되었으니 나는 그야말로 어리둥절이 되었다.
브런치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노출이 멈추고, 그냥 나를 위한 글쓰기만 하던 5년 세월을 돌이켜본다면 이건 너무 빠른 대중화였다.
단순히 인기가 많아져서 좋다는 것보다는, 어차피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들거나 나의 생각을 나누고,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한 발 다가갔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싶다.
유튜브 예찬론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잠시 지켜본 유튜브는 대중에게 가장 다가가기 쉬운 통로이며 또한,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하는 기관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떡상을 하고 나니, 그다음 영상 만드는 것이 순식간에 부담스러워지고 말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상이냐, 내가 올리고 싶은 영상이냐 그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영상으로 준비 중인 것은 할로윈이었고, 할로윈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을 보지도 않고 할로윈 정신에 대해 논하는 덧글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로 토론하거나 다툴 생각이 없다. 모두들 개인의 의견이니까...
그것보다는,
나는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편집 공부를 하고, 영상을 자르고 있다.
십만 구독자, 가즈아!
최근의 할로윈 영상. 라슈에뜨 부부의 코스튬을 보실 분은 오세요. 사탕 한 움큼씩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