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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May 27. 2024

스타벅스는 왜 시애틀에서 탄생했을까?

<작은 도시 큰 기업> 10주년을 기념하며

기술의 발달로, 태어난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을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이제는 도시와 도시가, 국가와 국가가 경쟁한다. 매력적인 문화를 가진 도시는 규모와 상관없이 전 세계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된 여행객들은 장기간 그곳에 머무르며 그곳의 주민처럼 살고 싶어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이러한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하지 않아도 자국에서 규모를 키우며 세계인이 좋아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좀 더 큰 세계의 대도시의 삶이 궁금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교환학생을 떠나며 상상했던 미국 대도시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등 처음 접해본 미국 대도시의 경험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현지인들도 대도시의 살기보다 인근에 소도시에 사면서 소도시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을 때 유럽 소도시 삶의 아름다움, 기쁨을 체험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살았던 Bad bomburg라는 도시는 독일어의 Bad라는 지명이 Bath라는 뜻한다는 것에서 짐작해 볼 수 있듯이 깨끗한 물로 유명한 동네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도시지만, 프랑크푸르트에 가지 않아도 도시 자체에서 일, 주거, 놀이가 가능한 곳이었다. Old town이라고 불리는 도시의 중심가에는 테라스에 테이블이 즐비한 카페가 있는 광장이 있었고, 일요일이면 Sunday Market이 열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육류를 구입할 수 있었다. 중심가 상점가는 차가 없는 도보로 이어지 길에 생활에 필요한 슈퍼, 식료품 가게, 정육점, 약국, 화장품 가게 등 필수 업종, 음식점, 술집과 행정을 볼 수 있는 관공서가 있었다. 가게에서 만든 물건을 파는 독립 브랜드와 독일 전국 체인상점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동네 축제도 원도심에서 열리는데, 우리의 축제처럼 유명 트로트가수나 연예인이 오고 푸드트럭이 오기보다는 그 지역의 가게들이 주 측이 되어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였다. 가게들은 축제 기간을 맞이하여 대규모 세일을 진행하여 매출의 증진을 도모하고, 작은 이벤트를 가게 내에서 열어 더 많은 주민들이 축제기간 자신의 공간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시내 골목길 여기저기에 증기기관차나 작은 놀이시설, 작은 동물원이 생겨 주민들과 주민들이 만나고 우리 동네 가게가 활기를 띄는 축제였다. 축제 행사에 참여하는 주체도 지역과 전혀 관계없는 유명 연예인이 아닌 지역 내 자리 잡은 학교나 동아리 단체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독일에 살면서 유럽 전역을 여행했지만 유명 관광지보다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작은 소도시의 경험이 인상 깊었다.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경험을 제공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지역 문화, 라이프스타일은 관광객에게만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소재이자 스토리 자원을 제공한다. 그렇게 탄생한 지역의 기업은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주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돕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 이케아, 나이키, 홀푸드 마켓의 시작이 익히 알려진 대도시가 아니라 개성 있고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작은 도시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책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작은 도시 큰 기업'을 통해 전하고자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도시의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책에서는 작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길러낸 미국, 유럽과 아시아의 10개의 도시를 소개한다.


시애틀과 스타벅스

전 세계를 대표하는 커피브랜드를 꼽아보라면 단연코 스타벅스이다. 10년 사이 한국도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1인당 커피 소비량이나 인구대비 카페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아직도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브랜드나 도시 하나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커피브랜드가 커피종주국이 아닌 미국에서 나왔고,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시애틀에서 탄생했을까?  


스타벅스의 탄생스토리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스타벅스 창업자들은 버클리의 유명한 원드판매가게였던 ‘피츠커피앤드티’ 같은 가게를 시애틀에도 열기로 결심하고 1971년 스타벅스를 세웠다. 10년이 지난 1981년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의 마케팅 담당으로 자원하여 일하게 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밀라노 커피문화에 매료되었던 하우드 슐츠는 창업자들에게 스타벅스를 에스프레소 카페로 변화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제안을 거절했고,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에서 나와 밀라노 에스프레소 바에서 영감을 얻은 ‘일지오날레’라는 커피바를 독자적으로 열었고, 1987년 하워드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하며 지금의 스타벅스 모델이 탄생하게 되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카페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이고, 미국에서 역사가 잘 보존된 도시로, 도시 곳곳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도시로 바깥활동이 어려운 만큼 커피와 독서문화가 발달했음을 엿볼 수 있다. 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혁신문화도 발달했다.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기부해서 생긴 산업역사박물관에 가보면 시애틀 기업들의 혁신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시애틀의 혁신 문화에서 탄생한 브랜드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아마존과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역사적인 건축물이 보존된 시애틀의 랜드마크에 입점했다. 100년의 역사를 지는 전통시장인 파이크플레이스마켓에 1호점을 낸 것이다. 역사적인 건축물에 입점한 1호점이 생긴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포틀랜드와 나이키

미국의 포틀랜드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하고, 그러한 자연환경에서 즐기는 아웃도어 문화가 발달한 도시다. 미국에서 가장 푸른 도시로 불리기도 하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삶을 실천한다. 생활 속의 여유를 즐기며, 스포츠가 일상이 된 삶을 산다.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도 그냥 스포츠를 하라고, 조언한다.

포틀랜드 도시문화의 영향을 준 곳은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의 많은 사람들이 포틀랜드로 이주해 오면서 캘리포니아 문화에 영향을 받았지만, 포틀랜드식으로 변화한 점을 찾을 수 있다.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와인 품종이 까베르네 쇼비뇽이라면 피노누아 품종이 오레곤을 대표하는 것이다.

포틀랜드는 추운 날씨에 맞춰 와인품종을 재배한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심 속에 마이크로양조장을 세우며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양조장도 위스키, 맥주, 보드카처럼 기존 포틀랜드에서 전통적인 주류 품종이 아닌 외국의 술을 들여와 만든다.

포틀랜드 독립문화를 닮은 기업은 미국 최대의 독립서점인 파웰북스이다. 파웰북스 매장에는 Independent를 강조하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개방적이고 독립적인 포틀랜드의 분위기와 걸맞은 서점이다.

한국의 신도시 상가의 공실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주거인구에 비해서 상가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적어 빈 상가가 넘쳐나는 것이다. 기존 상가가 유통의 역할을 해왔다면 앞으로의 상가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메이커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독립서점, 도심 양조장, 치즈 공방이 신도시 상가에서 구상해 볼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다.



팰로앨토와 구글

지금의 실리콘 밸리를 이끈 대항문화의 핵심은 이단 기업가 정신이다. 실리콘 밸리처럼 엔지니어와 벤처 투자가 모두 좋아하는 도시를 찾기 어려운데, 실리콘 밸리는 기후, 자연환경, 격식 없는 문화의 3요소를 두루 갖췄고, 정부 지원과 스탠퍼드 대학이 주도적이 역할도 컸다. 스탠퍼드 대학의 창업 문화를 전파한 터먼 교수는 산학 협력과 창업을 통해 지역 기업을 육성했고, 팰로앨토 작은 집의 차고에서 구글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오스틴과 홀푸드 마켓

올해 3월 동네에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슈퍼마켓이 문을 닫았다. 동네의 주민으로서 동네슈퍼마켓이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꽤나 속상한 일이다. 식료품을 직접 보고 사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시대에 동네슈퍼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오스틴에서 시작한 홀푸드마켓이 동네마켓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오스틴은 미국 내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텍사스의 수도이다. 두 히피 창업자가 히피 문화에서 시작한 자연식품 트렌드를 바탕으로 슈퍼마켓을 열었고, 눈앞의 이익보다 고객의 건강과 사회환경을 우선시해왔다. 이제는 미국의 좋은 도시를 상징하는 슈퍼마켓이 된 홀푸드 마켓이다.

지역주민의 건강과 사회환경을 우선시하는 슈퍼마켓 하나만 있어도 좋은 동네가 될 수 있다. 오스틴과 홀푸드 마켓에서 다시금 도시의 운명과 미래는 궁극적으로 그 도시를 사는 주민들에게 달렸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알름훌트와 이케아

이케아는 플랫팩(Flat Pack)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큰 가구라도 조립식으로 만들어 획기적으로 부피를 줄인 방식으로 이케아의 탄생 배경에도 스웨덴의 작은 도시 알름훌트가 있다.

알름훌트는 이케아의 도시이다. 주민 8천여 명 중 4천여 명이 이케아에서 일한다. 이케아 본사가 있는 알름훌트에는 이곳으로 연수를 오는 전 세계 직원들을 위해서 이케아 호텔, 이케아 은행과 박물관이 있지만 이케아 답게 소박하게 검소하다.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이케아를 설립하고, 1955년 플랫팩 가구를 발명했다. 3년 후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가구점을 열었는데, 이는 이 지역 문화를 반영한다. 춥고 척박한 기후를 가진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이기에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복합공간으로 꾸미고, 배달을 할 수 없기에 고객들이 각자 차에 실어 갈 수 있도록 플랫팩 방식을 창조한 것이다. 검소하고 단순한 생활방식을 가진 알름훌트가 있는 스몰란드와 이케아는 닮았다.


“많은 기업이 작은 도시를 떠나 대도시로 갔지만, 이케아는 남아있었습니다. 알름훌트는 항상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이케아의 심장일 것입니다.


이케아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알름훌트가 새겨져 있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어떻게 이케아가 나왔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문장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복지국가로 아려진 스웨덴이 창업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을 성장과 복지의 다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방소멸 문제를 복지의 혜택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기업과 정신으로 성장과 복지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맨체스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는 맨체스터 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역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맨유가 고용한 상근직 인력은 500여 명에 불과하지만, 경기가 있는 날이면 3000명을 추가로 고용한다. 맨유는 맨체스터의 국제적인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153P)


세계를 널리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도시 맨체스터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특히 지역 어린이를 팬으로 영입하기 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노력이 눈에 띈다. 어린이 전용 마스코트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축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기장 내 가족석을 운영하는 것이다.


독창적 근대에 함축된 맨체스터 정신은 진보와 변화를 추구하는 끊임없는 에너지, 뭔가를 해야 한다는 행동 철학, 다른 곳과는 달라야 한다는 독립심이다. 시 정부는 슬로건에 걸맞게 모든 사업을 독창적이고 근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한다. (160p)


맨체스터가 런던에 비해서 독창성, 개성, 탄생하는 기업의 수가 부족한 것은 현실이지만, 시정부와 맨체스터의 노력이 결합한다면 독창적인 근대문화를 새롭게 창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베와 네슬레

<작은 도시 큰 기업>을 읽고 브베를 방문했을 때를 회상해 보니 벌써 지금으로부터 8년도 더 지난 듯하다. 스위스 여행 중에 들른 곳으로 유독 깨끗했던 레만 호수와 그곳을 상징하는 포크, 찰리 채플린 동상을 사이에 두고 인증사진을 찍었던 기억 외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책을 읽으며 브베라는 작은 도시가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3번의 본사 이전 노력이 있었는데,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고 제네바 기업에 인수될 위기에 놓였을 때 지역 자본가들이 힘을 합쳐 네슬레를 인수했고, 독일의 함 본사와 합병 시 독일로 이전을 막았으며, 미국 스탬퍼드 본사가 철수되며 브베에 본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브베의 무엇이 네슬레를 남게 했을까? 브베에 정착한 이주민 찰리 채플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대기업과 그들의 공허한 업적을 상기시키는 화려한 거리와 마천루가 아닌 그 반대의 삶을 원한다. 삶을 더 단조롭고 개인적으로 느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대도시를 떠나서 소박하지만 인간적인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는 소도시에 살고 싶은 마음과 같다. 이처럼 사람들은 브베의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고 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정체성 측면에서 브베 본사 유지가 유리했던 것만은 아니다. 브베라는 도시과 외국인에게 개방적이었고, 이러한 문화가 기업 문화에도 적용된 지금의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브베의 비밀이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브베의 라이프스타일은 네슬레의 기업 문화에 그대로 전수되었다. 네슬레는 브베와 같이 소박하고 단순하며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기업 문화를 가졌다. 사람들은 브베가 건강하고 순수한 삶을 추구하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네슬레가 생산하는 건강하고 순수한 식품이다.” (190p)



툴루즈와 에어버스

툴루즈는 프랑스의 도시 중에서 널리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리옹과 파리에 이어 3번째로 대학생이 많은 도시이고 널리 알려진 수학자 페르마를 배출하기도 했다. 에어버스는 1970년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이곳에서 탄생한 기업은 아니지만 툴루즈를 프랑스 항공 산업의 허브로 만들고 있다.

관광 안내서에 나온 툴루주를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중간에 있는 툴루즈는 프랑스 남서부 지역의 요충지에 있는 미디피레네 지역의 수도로, 특히 여유로운 생활 방식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한가롭게 도시를 둘러보며 쇼핑을 즐기고 전통시장을 방문해 보고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면, 진정한 툴루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부 특유의 매력은 진실함으로 함께 나누는데 의미가 있다”

남부 특유의 매력이 진실함으로 함께 나눈다는데 전라남도 지역이 떠올랐다. 전라남도가 여행객들에게 매력을 더한다면 쇼핑을 즐기고 카페의 테라스테 앉아 커피를 한잔 할 콘텐츠가 필요함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교토와 교세라

일본에서 가고 싶은 도시를 떠올리면 도쿄 보다는 소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교토는 빠지지 않는 도시다. 천년의 수도였던 교토는 도쿄와 경쟁하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고 전통과 현대를 결합하여 교토다움을 확장하고 있다.


교토지역의 문화를 상징하는 교문화가 지역의 모든 산업에 새겨져 있다. 교세라가 그중에 하나로 부품 회사지만 본사 1층은 미술관으로 2층은 세라믹 박물관을 운영하며 고토의 정체성, 교문화, 교심을 보여준다.

특히 전통문화를 옛것이나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취미 삼아 즐긴다는 교토인들의 생활방식이 인상 깊다. 다도, 가부키, 꽃꽂이 취미생활로 전통이 계승되고 있고, 지역의 유서 깊은 축제인 마츠리에는 오직 교토인 만이 참여할 수 있다.


장인들의 기술이 기업에 전수되고, 교토대에서 새로운 장인들을 배출하며 교문화는 더욱 발전된다. “교토는 과거 천황에게 바치는 진귀한 물건을 만들던 장인이 모여 살던 도시다. 한 가지 만을 끈기 있게 거듭하여 완벽함을 추구하던 그 기질은 결국 지금 기업에 전수됐다.”(231p) “교토 대학은 교토가 자랑하는 최고의 교 브랜드이다.” (237p)



가나자와와 가타니산교

가타니산교는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최고의 금박 생산기업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금박을 생산하던 기술을 활용해 산업용 자제를 생산한다. 가나자와에는 가타니산교처럼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린 기업들이 많은데 마치즈쿠르(지역 가꾸기) 전통이 강하다고 한다. 도시계획에서 소외된 거리를 ‘도시경관 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부흥시켰다.


전통문화를 지역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1957년 설립된 가나자와 경제동우회는 도시의 전통 공예, 음식, 문화를 계승하고 도시경관을 보존하는 것이 지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된다고 주장해 왔다.”(249p)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기술, 산업, 문화 등의 자원과 인재를 중심으로 지역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내발적 발전’이라고 정의하고,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을 운영하며 가나자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즐기게 한다.


한국에도 고유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지역들이 많지만, 그것을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가나자와 모델이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은 이유다.



미국, 유럽, 아시아 10개의 도시와 기업을 둘러보며 4가지 성공 조건을 제시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1. 라이프스타일

시애틀의 여가와 카페문화, 브베의 단순한 삶, 포틀랜드의 새로움과 자유로움, 교토의 교문화처럼 작지만 고유한 매력을 가진 도시들은 도시만의 매력을 가진다. 한국에도 제주, 양양 같은 각각 매력을 가진 도시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성장하고 있다. 제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친환경, 히피, 보헤미안이라고 한다면, 양양은 서핑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릴 수 있다.


2. 개방성

브베, 포틀랜드, 시애틀 같은 도시들은 이주민에게 개방적이고 이러한 이주민들이 도시의 고유한 매력을 만들어왔다.


3. 세계화

포틀랜드가 와인, 위스키를 도심 양조장에서 새롭게 만드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문화나 아이템을 지역 고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4. 기업가 정신

매력적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있어도 이를 기업화하고 발전시킬 기업가가 없다면 도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개방적이고 세계화에 적극적이지만 지역적인 것과 결합시키는 로컬크리에이터가 필요한 이유다.







<작은 도시 큰 기업>은 2014년 5월 20일에 발행되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책을 다시 읽으면서 10년 세월 변화가 체감되지 않을 만큼 지금까지 통용되는 이야기에 다시금 놀랬다. 한국에도 도시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지역 기업이 뿌리를 내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책의 논리가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K-POP, 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것을 보면 철저하게 한국사람들의 정체성과 생활문화에서 기반을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10대들은 끊임없이 핸드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구경하는 취미를 가진 것을 보면 당분간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산업도 그 분야에서 나올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스타벅스, 나이키, 이케아 같은 매력적인 지역의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기업이 아직 한국에서 나오지 못하는 현실을 반성하며, <작은 도시 큰 기업>이 주는 철학을 지금이라도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작은 도시의 매력적인 문화가 큰 기업이 바탕이 되고, 기업의 일자리가 작은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시스템이 가능한 한국 작은 도시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작은도시큰기업 #작도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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